노희경 작가에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

조회수 2016. 5. 18. 10: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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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에이드 양지원



[스타검증]


방송계에서 ‘글 잘 쓰는 작가’로 불리는 노희경 작가는 고정 팬들을 확보한 스타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팬들은 노희경 작가의 작품과 필력을 예찬하고 있으며, 많은 방송 관계자들도 “필력으로는 흠집을 낼 수 없는 작가”라고 말한다.


이처럼 명실상부한 필력을 인받은 노희경 작가가 tvN ‘디어 마이 프렌즈’로 2년 만에 복귀했다. 이쯤에서 짚어줄 때다. 노희경 작가가 필력에 비례하는 흥행력을 지니고 있는지 말이다. 과연 작가의 입심이 우선시되는 드라마계에서 노희경 작가의 성적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봤다.


# 필력에 반비례하는 시청률




우선 지난 10년 간 그가 집필한 드라마의 시청률을 알아봤다. 사실 노희경 작가는 김은숙 작가처럼 ‘시청률 보증수표’거나, 임성한 작가처럼 ‘막장의 어머니’로 불리는 작가는 아니다. 흥한 작품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작품도 꽤 많다는 얘기다.


정우성, 조인성, 송혜교, 공효진, 김민희 등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 시청률은 '대박'을 터뜨리진 못했다. 이유는 그의 집필 스타일이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는데, 온 몸의 솜털을 다 서게 하는 오글거리는 남녀 주인공의 판타지도 없을 뿐더러, 매 회마다 유행어가 듬뿍 들어있는 트렌디 드라마의 형식과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를 주로 집필했으며, 여기에 사람을 사랑하는 노희경 작가의 시선이 배어 있다.


한 마디로 남녀 주인공의 알콩달콩한 멜로와 해피엔딩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싶거나, 자다가도 눈이 번쩍 뜨일 자극적인 소재에 목마른 시청자의 입맛을 만족시켜주는 작품은 없다는 것이다.


‘굿바이 솔로’는 인간과 사랑에 대한 이해, 외로움 등 주인공들의 추상적인 감정들을 담아냈다. 팬들 사이에서는 걸작으로 회자되고 있으나, 혹자들은 지루하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사전제작으로 제작된 ‘그들이 사는 세상’는 방송가를 배경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남녀들의 사랑과 삶을 조명했으나,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두 남녀의 기적같은 사랑을 그린 ‘빠담빠담’은 당시 보편화되지 못한 채널인 종편 드라마라는 한계에 부딪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물론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속물’로 불린 남자와 누구도 믿지 못하는 시각장애를 지닌 재벌 상속녀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괜찮아 사랑이야’는 화려한 라인업에 비해 첫 회 한 자릿수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꼴찌를 기록했다. 당시 경쟁작 KBS '조선 총잡이',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고정 시청자 층을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작이 종영한 후 수목극 중 1위의 시청률로 최종회를 맞았으나, 정신적 트라우마를 지닌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가 다소 어렵게 진행됐다는 평을 얻으며 ‘인기 드라마’가 되진 못했다.
출처: tvN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그런 점에서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초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디어 마이 프렌즈’는 꽤나 트렌디하고 전 연령층을 공략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을 사로잡을 매력을 모두 갖춘 드라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첫 회 4.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응답하라 1988’, ‘시그널’ 첫 회 성적인 6.1%, 5.4%에 이어 tvN 금토드라마 중 최고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동안 시청률로서는 다른 스타 작가들에 비해 이렇다 할 성적을 기록하지 못한 노희경 작가기에 이번 드라마는 가히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한 가정의 버팀목이자 자식들의 든든한 그림자였던 시니어들의 사랑, 고독, 외로움, 우정 등을 특유의 묘사력으로 세밀하게 표현해내며 시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출처: KBS '굿바이 솔로' 포스터

시청률을 넘어 노희경 작가 작품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이 중심’인 드라마라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라는 게 모두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춘 드라마다. 그러나 기존의 드라마들이 남녀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나 사건 사고에 초점을 맞췄다면, 그들의 감정 상태에 더욱 힘을 실었다.


특히 어딘가 ‘결함’이 있는 캐릭터들이 대부분 주인공이다. 항상 주인공들은 상처와 아픔을 지닌 캐릭터들이 많다. 어린 시절부터 풍족한 금수저거나, ‘재벌’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굿바이 솔로’에서도 남자 주인공 천정명(김민호 역)은 평범한 카페 종업원이었고,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극한의 직업으로 불리는 PD들이 주인공이었다. ‘빠담빠담’에서는 또 어떠한가. 주인공 정우성(양강철 역)은 전과자였다. 물론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장재열 역)은 잘 나가는 인기 추리소설 작가였으나, 정신분열증을 앓는 캐릭터였다.


노희경 작가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사람은 존재만으로 아름답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완벽하지 못한 인물들의 감정선을 적당히 완급을 조절한 글로 표현해 공감을 얻어냈고, 고정 시청자들을 확보했다. 인간의 고뇌, 고민, 사랑, 우정 등 다양한 삶의 조각들을 따뜻하게 그려낸다는 강점을 지녔다.


현재 방영 중인 ‘디어 마이 프렌즈’는 황혼 찬가로 불리고 있는데, 시니어들의 삶 역시 만만치 않게 치열하다는 것을 담아냈다. 이에 대해 노희경 작가는 “황혼은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 이 치열한 시기는 충분히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비주류’로 나뉘었던 황혼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으면서 ‘사람냄새’나는 작품 만들기에 힘을 쏟은 것이다.


# 가슴에 꽂히는 ‘명대사’ 열전

출처: KBS '그들이 사는 세상' 포스터


노희경 작가는 김은숙 작가처럼 ‘애기야 가자!’, ‘사회 지도층의~’같은 유머가 가득한 유행어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그의 드라마에는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폐부를 찌르는 대사들이 꼭 존재한다.


먼저 노희경의 가족 드라마 중 명작으로 꼽히는 ‘꽃보다 아름다워’ 속 고두심(이영자 역)이 딸 배종옥(김미옥 역) 앞에서 “여기가 아프다”며 가슴에 빨간약을 바르는 장면은 꽤 많은 시청자들을 울린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또 ‘굿바이 솔로’ 속 배종옥(오영숙 역)이 스스로를 쿨하다고 생각하는 김민희(최미리 역)를 향해 “쿨한 게 뭐냐면, 진짜 쿨할 수 없다는 걸 아는 게 진짜 쿨한거야”라는 대사는 그야말로 폐부를 찌르는 대사였다.


노희경 작가의 고정팬들에게 명대사 집합소로 불리는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도 쉴 틈 없이 많은 명대사가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어머니가 또 말씀하셨다. 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 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시고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든 게 다 별일이다”는 젊은 시청자들의 마음속을 훤히 꿰뚫어 본 대사로 각광 받기도 했다.


이처럼 그가 쓴 대사는 기교를 부리거나 유행어에 욕심을 낸 흔적은 보이지 않으나, 그만큼 독보적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한 번도 쪽대본에 시달린 적이 없다는 것인데,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여타 드라마와는 다른 차별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본을 수정하는 일이 없는 작가로 알려진만큼 그의 명대사만큼 출중한 필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 노희경, 삶의 멘토같은 사람

출처: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스틸

이처럼 방송계에서 노희경 작가가 '완벽한 필력'을 지닌 작가라는 건 명실상부한 일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아닌 '사람' 노희경은 어떨까?


사실 그가 글만 잘 쓰는 게 아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글로 담아내는 그의 실제 모습 역시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친다. 노희경 작가와 절친한 사이인 송혜교는 실제 기자와 인터뷰 당시 "노 작가님은 작품 촬영이 없을 때도 자주 만난다. 일 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정신적인 멘토다"라고 밝혔다.


노희경 작가와 친한 매니저 A씨 역시 "노 작가님은  작가가 아니었어도 꼭 만나고싶은 사람이었을 것"이라며 "만남 그 자체로도 힐링이다. 너무 따뜻하시고, 정이 넘치시는 분이다.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이 대화 하나하나에 다 묻어나 있다"고 말했다.


또 드라마 홍보사 대표 B씨도 노희경 작가에 대해 "생각도 참 깊으신 분이지만, 무엇보다도 인간미가 정말 넘친다. 늘 따뜻한 글을 쓰시는데, 사람 자체가 본디 따뜻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노희경은 인간적으로도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은 실력있는 작가다. 그동안 작품에서 따뜻하고 감성적인 휴머니즘을 이끌어낸 필력을 보여준 그는 실제로도 주변인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있다는 것.


탄탄한 대본 집필력과 인간미까지 갖춘 노희경 작가가 새 작품 '디어 마이 프렌즈'로 실력만큼이나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고정된 마니아층을 넘어 모든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것이 그에게 남겨진 숙제일지도 모른다.


그래픽=이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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