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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PD가 불쑥불쑥 방송에 나오는 이유

조회수 2016. 8. 12. 15: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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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에이드 안이슬

상암 CJ E&M 사옥, 인터뷰 시간에 맞춰 피곤함이 묻어있는 얼굴의 나영석 PD가 나타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잠시 눈을 비비는 걸 보고 몇 가지 질문은 내려놓기로 마음 먹었다. 그냥 한 시간 동안 사는 얘기를 했다. 직장 얘기, 후배 얘기, 꿈 얘기.  


미리 밝혀두겠다. 이 인터뷰 기사에는 이적설과 남주혁, 오리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리더의 고민, 약간의 푸념(?), '로망'을 담았다.


(뉴: 뉴스에이드, 나: 나영석) 

출처: 최지연 기자

# 나영석 사단


뉴: 요즘 인터뷰를 꽤 하고 있다. 일상이 엄청 바쁘게 돌아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좀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나: 기획과 촬영할 때 많이 바쁘고 중반부가 넘어가면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인터뷰 요청이 워낙 쌓여있었다(웃음).


뉴: 이젠 '나영석 사단'이라 할 만큼 후배들이 많이 성장한 것 같다. 그럼에도 일단 무슨 일이 생기면 나영석 PD가 먼저 떠오르곤 한다. 바쁜 걸 알면서도 먼저 전화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고.


나: 그런 고민도 한다. 후배들과 같이 작업을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빨리 그들이 성장해서 자기 역할을 하길 바라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위치에 서서 권한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 


가끔 민망할 때도 있다(웃음). 일은 애들이 다 하고 말은 내가 하는 모양이 되기도 하니까.

출처: tvN 제공

뉴: 팀이 커지다보면 리더로서 고민할 것도 많아질텐데.


나: 그리고 있는 그림은 있는데 잘 안되는 것 같아서 고민이다. 모든 회사나 조직이 비슷할 텐데, 빨리 권력이나 역할을 위임해야 실수도 하면서 커가는 것이다. 저도 실수를 하고 또 하면서 이 자리까지 왔고.


그런 기회가 주어지고 실수하고 성장하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가 하는 방송 일이라는 것이 대중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일이다보니 타협이나 봐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우리끼리는 '그러면서 크는 거야' 하는 일일 수 있지만 대중들은 그걸 용서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신경을 쓰게 되고 내 역할을 고민하게 되고... 내가 너무 관여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뉴: 팀원들 속내도 알고 있어야 하잖나. 리더니까. 팀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무엇인지 알고 있나?


나: 일이 많은 것?(웃음) 그리고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후배들 입장에서는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회사로서도 중요한 프로그램들이다 보니 부담감이 크겠지. 


내가 선배이고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끌어오던 부분이 있긴 하지만 지금 담당하고 있는 후배가 생각하는 방향은 또 다를 수도 있는데, 오리지널을 훼손하면 안된다는 생각과 본인의 바람 사이에 갈등도 있을 것이고. 


한 마디로 얘기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


출처: 최지연 기자

# 죄송합니다


뉴: 책임져야할 것들이 많아질수록 '도망'과 '휴식'은 어려워질텐데. 가끔 다 내버려두고 쉬고 싶을 때도 있잖나. 사람인데.


나: 엄청 많다! 프로그램이 잘 안 되거나 욕을 잔뜩 먹고 있을 때? 잊혀질 때까지 잠시 숨고 싶다(웃음).


뉴: 보통 프로그램으로 논란이 생기거나 하면 사과하거나 적극 해명을 해야할텐데, 나PD의 선택은?


나: 나는 무조건 사과한다(웃음). 그게 내가 10년 넘게 예능을 하면서 배운 것이다. 


논란이 생겼을 때 제작진에게는 물론 자신들만의 사정이 있을 수 있고 억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소비재 상품으로 따지면 '잘못된 상품'이 나온 것이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식품을 생산하는데 스프에서 뭐가 나왔다고 치자. 공장에서는 정말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설비상의 문제가 있었던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과는 어쨌든 스프에서 뭐가 나온 것 아닌가.


예전에는 논란이 생기면 핑계도 대고 '사실 이건 오해입니다'하고 해명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굉장히 클리어하게 생각한다. 


방송이라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문화 '상품'이잖나.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시청자가 불만을 가지는 상품이 됐다는 건 어떤 이유건 핑계를 대는 것이 웃긴 거니까.


출처: tvN 제공

뉴: 이건 여담이지만, 나PD의 잦은 출연에 대해 '나PD 또 나온다!'고 말하는 웃픈(?) 불만도 있더라.


나: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웃음). 


사실 예전에는 이것도 이유가 있었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서 하나의 형식이 된 것 같다. 


저희 프로그램들은 현장에 MC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미션이 있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하루가 '슥'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출진의 모습이 불쑥불쑥 나오는 경우가 있다.


차승원, 유해진 같은 경우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는데 '묻지마! 알아서 해!' 해버리기는 또 싫더라. 사실 그게 자연스러운 흐름이잖나. 


이걸 연출자의 출연을 완전히 배제하고 가려면 "잠깐 카메라 끄고 회의 할게요"하고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출연자에게 전달하고 다시 "카메라 롤!" 해야하는데,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리얼리티를 훼손하게 된다.  


저도 일을 하다보면 '어휴, 나오지 말아야지', '편집에서 빼야지' 생각하다가도 요즘은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능하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지나갈 수 있게 하려다보니...한 두 번씩 나오는 건 이해해주시면...

출처: tvN 제공

# 큰 그림


뉴: 만약 비용, 기간, 인력 등 그 어떤 제약도 없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아이템은?


나: 사실 시청률도, 비용도, 아무것도 상관없다면 1년 내내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꼼꼼하게 찍어서 그걸 딱 봄 한 편, 여름 한 편, 가을 한 편, 겨울 한 편으로 4회만 방송하고 싶다(웃음). 


축약하고 또 축약해서 정수만 뽑아서, 가장 멋지고 예쁘게. 여름이면 '이게 진짜 여름의 정수지!'할 부분만 뽑아서. 긴 호흡을 두고 꼼꼼하게 찍어서 정수만 모아 멋지게 방송에 내는 것에 대한 꿈이 있다.


딱 3년 전에 '꽃보다 할배' 포맷을 미국 NBC에 팔았다.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쳐서 그게 딱 3년 만에 곧 1회 방송을 한다. 그런 프로세스를 보면 부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같은 일을 하는데 환경은 다르다. 


저희는 1개월 전에 기획해서 급히 찍어야 할 때도 있고 한 프로그램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기획에 들어가야 한다.


영화는 보통 긴 호흡으로 찍기도 하잖나. 물론 경제적인 측면이 좀 다르긴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도 그런 방향으로 발전해야하지 않나 생각은 한다. 좀 더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보여드릴 수 있는 쪽으로.


출처: 최지연 기자

뉴: 사실 시즌제를 도입한 것도 그런 의도가 있었을텐데. 나PD 프로그램들은 시즌제가 굉장히 잘 자리잡은 대표 사례잖나. 시즌제 시도 후 시간이 꽤 지났는데 자평을 좀 해보자면?


나: 50점? 처음 시즌제를 통해 하고 싶었던 건 명확하게 사전 기획을 하고 회의를 하고 헌팅을 하고 이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었는데 회사의 일이라는 게 점점 늘어나게 되잖나. 


지금은 사실 다음 방송을 기획하면서 지금 방송을 신경쓰는 상황이라 양쪽에 50% 씩 밖에 힘을 실을 수 없다. 한 프로그램에 100% 힘을 쏟아야 하는데. 아마 모든 제작자들의 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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