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신인감독이 만든 '장르 정체불명' 영화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임시휴업 중이었던 극장가.
하나둘씩 서서히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사라진 시간' 또한 그렇다.
'사라진 시간'은 시골 선생 부부가 의문의 사고로 사망하자 이를 수사하러 온 박형구(조진웅)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게 사라지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특히, 이 영화는 50대 중반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정진영의 첫 연출작.
지난 9일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먼저 만난 '사라진 시간'. 그 궁금증에 답해봤다.
Q. 검색해보니 '미스터리' 장르라서 무거울 것 같은데, 포스터도 어둡고... 영화 톤은 어때?
'미스터리'라는 말은 틀린 건 아니지만, 포스터에 낚이지 마라. 의외의 모습들이 너무 많아서다.
정진영의 말을 빌리면, '사라진 시간'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멜로부터 블랙 코미디, 스릴러, 추적물, 판타지, 휴머니즘까지 다양하게 섞였기 때문.
그래서 초반부엔 스크린과 티켓을 번갈아 확인하며 내가 제대로 상영관을 들어온 게 맞나 의심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하나 확실한 건 영화가 웃기다.
시골사람들의 티키타카급 대화라던지, 실수로 차를 들이받아 난감해하는 형구의 모습, 뒤통수 때리는 형구네 가족 이름 등은 영화 속 웃음 포인트.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뚜렷하나!
어디부터 진짜이고 가짜인지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았다. 게다가 결말은 큰 물음표를 던진 채 끝난다.
Q. 어느새 '형사전문배우'가 된 조진웅,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었어?
민범('용의자 X'), 이재한('시그널'), 원호('독전')까지 사건을 끝까지 추적하는 집요한 형사의 대명사 조진웅.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작들과는 180도 달랐다. 극 중 형사로서 활약하는 분량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
영화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만큼, 조진웅은 형구로 분하면서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선을 현실감 있게 드러낸다.
마치 혼란에 빠진 관객을 100% 대변한 느낌이었달까.
이번에도 '역시 조진웅'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특유의 부산사투리 억양과 함께 위트 넘치는 대사 및 애드리브는 친근하게 다가오면서도.
만취상태에서 '무조건'을 불렀던 롱테이크 장면은 안쓰럽게 다가왔다.
Q. 조진웅 이외에 주목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누가 있을까?
시골 마을 주민이자 이 모든 사건의 시작점인 정해균을 꼽고 싶다.
최근 '블랙독', '날 녹여주오', '백일의 낭군님' 등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했던 만큼, ‘사라진 시간’에서도 미친 존재감이었다.
처음에는 나쁜 사람인지 의심하게 만들다가 어느 순간에 순박한 면모를 드러내 혼란을 유발했고.
마을 이장 두일 역의 장원영과 티격태격 다투는 연기를 코믹스럽게 소화해 웃음을 배가시켰다.
Q. '사라진 시간', 6월 극장가에서 흥행 성공할 수 있을까?
오는 24일에 개봉 예정인 '#살아있다' 이외에는 '사라진 시간'을 크게 위협할 만한 작품은 없다.
그러나 상업영화의 기존 틀을 대부분 깨뜨린 작가주의적 성향이 짙기에 흥행할 지는 미지수.
다만 이미 상영중인 '침입자'가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결백'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만큼, 무겁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신선함을 원한다면 '사라진 시간'이 매력적일 수 있다.
우리 영화 볼래?: <사라진 시간> 메인 예고편
By. 석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