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하는 '가요 매니저'의 기준

조회수 2017. 4. 13. 11: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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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에이드 이혜린

"매니저가 오랜만에 열일했네."



어쩌다 우리 '오빠' 혹은 '누나'들의 성과가 맘에 들 때, 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나오곤 한다. 


당연한 거겠지만, 회사 입장에선 굉장히 기분 나쁠 수 있는 말이다. 칭찬인 동시에 욕이니까.
사실 (내 연예인만 보는 입장에서는 다르겠지만
)
업계에서 '일을 좀 했다'는 건, 다소 다른 의미다.


팬들에겐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 프로모션도 사실 그 뒤에는 어마어마한 이해관계가 숨어있게 마련이고, 팬들은 싫어하는 그 어떤 일도 회사에서는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팬들이 아닌, 매니저들이 인정하는 '일 잘하는 매니저'는 어떤 매니저일까?


당연히 촉이 좋고, 추진력 좋고, 성격 좋은 매니저가 좋은 매니저겠지만, 조금 더 보편화할 만한 기준을 모아봤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절대 아니다.  



  1. 음방 7개 '올킬'했어?

요즘 누가 음악방송을 보니?


싶지만, 가요 매니저에게 음악 방송은 일단 가장 기본적인 업무다.


음악이 좋아서, 시청자가 원해서, 섭외가 되는 사례도 없지 않지만 대다수의 섭외는 PD와 기획사 간의 관계에 근거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관계라는 것이 특이해서, 아주 좋다가도 안좋아지고, 안좋다가도 극적으로 풀어지는 것이라 담당 매니저의 능력이 꽤 많이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지상파, 케이블까지 합쳐서 주7일 풀가동되고 있는데, 특히 이 중에 지상파와 엠넷 - 간혹 '쇼챔피언'까지는 필수코스로 풀이되고 있는 중.


내 가수가 음방에 모조리 얼굴을 비추고 있다면, 담당 매니저가 정말 잠도 거의 못자고 일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중소기획사는 그것만으로도, 정말 영혼이 탈탈 탈리는 일인 것이다.


시작은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PD와의 미팅이다. 월요일 오전, KBS 앞 커피숍에 가보면, 그 주의 '뮤직뱅크' 출연을 조율하기 위한 매니저들의 대규모 모임을 볼 수 있다. 특정 시간에 시작되는 미팅을 위해 모인 것.


많이 모일 땐 무려 70~80개의 기획사가 모여든다.


이들은 그 무리 그대~로 MBC와 SBS로 자리를 옮기며 미팅을 이어간다.



미팅 땐 뭐할까?


사실 크게 하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게 매니저들의 전언이다. 얼굴을 비추고, 이번주에 출연을 요청하는 건데, 중소기획사는 대표가 직접, 대형기획사는 담당 이사나 실장이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출연이 확정적이지 않다면 - 인기 기획사가 아니라면 - 출연 확정 전화가 오는 수~목요일까지 전화벨소리가 울릴 때마다 심장박동이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미팅만 하면 끝일까?


수요일부터 주요 음악방송이 시작되는데, 프로그램이 끝나고 가수는 다음 일정으로 떠나도 매니저는 남는다.


회식 코스가 남기 때문이다. 다른 기획사가 다 남는데, 혼자 회식에 빠진다는 건 꽤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렇게 주4일 회식을 치르고 나면, 매니저의 간에는 상당량의 알콜이 쌓인다. 주말이 없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고생만 한다고 잘 풀릴 수 있다면, 진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담당 PD는 자주 바뀌고, 기획사와 이미 여러 인연-어쩌면 악연-을 가진 PD가 음악방송을 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무 연고도 없는 매니저가 음반을 냈다고 해서, 가수의 출연을 놓고 속시원하게 '협상'하는 일 또한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인연이 중요한 '바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PD들과의 관계는 좋지만 딱히 제작을 하지 않는 매니저들이 'PR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잡아주는 일만 따로 하기도 한다.


신생 기획사는 오로지 '방송을 잡기' 위해서 이들을 고용하는 셈이다.  

출처: 뉴스에이드 DB
'뮤직뱅크'에 출근하는 우주소녀


  2. 포털 메인에 기사 걸렸어?


TV만으로 홍보가 어려운 건 모든 가요기획사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사실.


진짜 홍보의 대격전장은 포털사이트다.


사실 메인에 걸린다고 해서, 몇명이 보는지, 그게 실제 수익에 직결되는지, 그 누구도 입증해내지 못하지만, 어쨌든 눈에 보이는 성과가 필요한 매니저에게 어떤 기사가 어떻게 노출됐는지는 매우 중요한 지표다.


최근에는 직원이 '달랑' 3~4명인 기획사도 홍보 담당 직원을 뽑는 추세지만, 어쨌든 언론 관리(?) 역시 매니저의 업무 중에 하나다.


한때는 기획사의 파워가 하늘로 치솟아오르면서, '기사 몇개'를 냈느냐가 그 기획사의 자존심이 되기도 했다.


오전 8시 - 포털사이트에 가장 반영이 잘된다고 판단되는 시간이다 - 에  보도자료를 돌려놓고, 점심시간까지 30개 이상 기사가 나지 않으면 담당 직원을 호되게 문책하는 상황이 잦았다.



최근에는 단순한 숫자보다 영향력을 더 중시하는 추세다.


홍보대행사나 홍보팀 등을 통해 기사가 몇개 나느냐를 따지고 재던 기획사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제1프로젝트는 독립적인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다.  


SNS 등에 독자 채널을 열고, 이를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보도자료는 물론이고, 안무 영상, 직캠 영상, 비하인드 컷 등을 주도적으로 유통시키며 미디어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제2프로젝트는 언론사를 거치지 않고(!) 포털사이트와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한때는 매니저들이 포털 직원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냐고 궁금해하기도 했지만, 4~5년전부터 분위기는 변했다.

함께 프로모션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여러 콘텐츠를 독점 제공하면서 상생의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물론 언론 기사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어쩌면 더 중요해졌다. 인터넷 시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다양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루에도 여러개의 이슈가 터지고 봉합될만큼 논란 싸이클도 빨라지고 있어, 가수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끌고 가는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필수가 됐다.


과거처럼 소수의 언론사가 여론을 바꿀 수 있는 환경도 아닌 상태.


공식입장을 어떻게 기사화할 것인가, 어떤 매체와 어떤 식으로 인터뷰를 할 것인가, 이슈가 터지면 한시간에 200통씩 쏟아지는 언론사 문의 전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후 논란을 더 키우느냐, 빨리 종식시키느냐, 초기 언론 대응법은 굉장히 중요한 '매니저의 능력'이 됐다.

출처: 뉴스에이드 DB
아이오아이

  3. 그 작곡팀 노래 받았어?


유명 작곡팀, 작곡가들이 직접 제작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들 작곡팀에 의존(?)하던 아이돌그룹들은 그야말로 노래난(?)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진짜 좋은 노래는 자기 자식에게 가기 마련이다. 


남의 식구, 거기에 더해 라이벌이 될 수도 있는 타 기획사 가수로서는 마냥 손놓고 주는 곡만 받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래서 유력 작곡팀의 곡을 받았느냐, 

그 작곡팀의 하드디스크에서 몇번째 폴더에 있던 곡을 받았느냐가 꽤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요즘은 A&R팀이 워낙 발달해서 매니저가 직접 곡을 선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음반제작자를 넓은 의미의 매니저로 본다면 매니저의 '음악 뽑아오는' 능력 역시 매우 핵심적인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될성 싶은 신예 작곡팀을 선점할 것, 그룹 내에서 자작곡을 쓸만한 친구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끈기있게 기회를 주는 것. 


모두 성공적인 매니저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특히 아이돌 그룹의 경우, 가요계에서는 도입부만 듣고도 OOO 사장님 스타일이라고 집어낼만큼, 사장님의 취향은 소속 가수들의 곡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사장님의 실력을 입증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우리 회사는 대체 뭐하는 거야, 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멤버들에게 유명 작곡가의 곡을 탁 받아오는 것만큼 화끈한 실력 입증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곡을 받아온 이상, 실패는 상당부분 가수들의 책임이 된다. 


그래서 멤버들의 불신을 얻게 된 매니저가 유명 작곡가에게 읍소해 곡을 받아오는 장면은 꽤 흔하다. 


요즘 대세는 어쨌든 외부 식구인 작곡팀보다는 그룹 내에서 작곡가를 길러보자는 것이다. 당연히 빅뱅이 롤모델이다. 


출처: 뉴스에이드 DB
가요제작자들의 로망, 지드래곤

멤버가 직접 노래를 만들고 춤도 추니 매니저는 편하겠다 싶지만 이 때에도 매니저의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아티스트'가 돼버린 가수와 대중의 시선을 신경쓰는 회사 직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자칫 무게 중심이 쏠릴 수 있는 그룹 내 인간 관계에도 신경 써야 한다. 


모두가 매번 홈런을 치는 지드래곤은 아니니까. 


한번 자작곡을 발표했던 가수의 경우, 다음에도 계속 자작곡을 고집해 "노래 안좋은데 가수가 X고집이라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소속사의 푸념이 꽤 자주 들리는 편이다. 


이럴 때 가수를 꺾을 수 있는 것 역시 매니저 밖에 없기도 하다. 물론 가수와의 트러블을 각오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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