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영원한 예능계 '큰 형님'

조회수 2016. 4. 15. 15: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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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에이드 윤희재

[스타검증]

1981년 데뷔. 무려 35년 차 개그맨이다. 동시대에 데뷔한 데뷔 동기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호명되기 시작했지만, 그는 여전히 최정상 개그맨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로 이경규 얘기다.

최근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 ‘낚방’(낚시 방송)에 이어 ‘말방’(말과 함께 하는 방송) 등 장기인 ‘날방’(날로 먹는 방송)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경규. 그의 35년을 되짚어봤다.

# 모두가 인정하는 예능계 ‘큰 형님’


그야말로 상복이 터졌다. 지금까지 그가 받은 상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숨이 차다. 지상파 연예대상 대상만 8회다. 유재석(12회)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자, 강호동, 유재석과 함께 방송 3사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수치이기도 하다. 특히 ‘친정’ MBC에서는 무려 여섯 번 대상을 받은 역대 최다수상자다.


대상 개수도 어마어마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바로 그의 대상 수상이 특정 시기에 몰려있는 것이 아니라 9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고루 분포돼 있다는 점. 이는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감각을 유지해온 그의 저력을 보여준다.

# 걷는 길이 곧 트렌드가 되는 예능인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경규가 간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몰래카메라’, ‘느낌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이경규는 이 프로그램의 중심에서 트렌드를 이끌었다.

‘이경규가 간다’로 인해 정지선 지키기 붐이 일었고, 너도나도 청소년에게 주류, 담배 등을 파는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양심’을 갖춘 시민을 찾는 것이 전부였던 이 프로그램은 지금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공익 예능 프로그램의 시초가 됐다.

그뿐만 아니다. ‘몰래카메라’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경기가 예능 프로그램 단골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것도 모두 이경규의 예능 프로그램에서였다.
 

이쯤 되면 예능 프로그램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 슬럼프, 극복, 여전히 남은 숙제



승승장구하던 이경규에게도 슬럼프는 찾아왔다. 지난 2008년 20%대를 웃돌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 의욕적으로 선보인 코너 ‘간다투어’ 마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그는 20년간 몸담았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떠났다.

설상가상 같은 시기 야심차게 선보였던 SBS ‘라인업’과 MBC ‘도전! 예의지왕’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한 달 새 3개 프로그램 하차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이경규의 시대는 갔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속속 들렸다.

이후 그는 KBS ‘해피선데이’에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의 전면전을 벌였다. 김국진, 이윤석, 김성민, 윤형빈 등과 한 팀을 이뤄 1부 코너 ‘남자의 자격’에 투입된 것. 중년 남성들이 죽기 전에 해봐야 할 99가지에 차례차례 도전하는 포맷의 이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끌며 이경규의 부활을 알렸다.

이와 더불어 SBS ‘힐링캠프’에서의 활약도 돋보였다. ‘힐링캠프’에서의 활약으로 그는 같은 해 SBS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데뷔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힐링캠프’ 이후 아직 이렇다 할 대표작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그에게 남은 숙제다. KBS ‘가족의 품격-풀하우스’, ‘나를 돌아봐’, SBS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 등에서 지속적으로 브라운관에 얼굴은 비쳤으나,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모두 아쉬운 성적을 냈다.

# 성공한 ‘라면덕후’


이경규는 자타공인 라면 애호가다. ‘남자의 자격’, ‘힐링캠프’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직접 라면을 끓였다. 특히 ‘남자의 자격’에서 선보인 ‘꼬꼬면’은 그를 성공한 라면덕후의 길로 이끌었다. 

제조사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꼬꼬면’은 출시 첫 달 약 900만여 개가 불티나게 팔리며, 매출액 56억 원을 기록했다. 그 기세를 몰아 ‘꼬꼬면’은 그 다음 달에는 약 1350만 개, 그 다음 달에는 1700만 개가 팔렸다.  

‘꼬꼬면’의 당시 인기가 실감 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통상 라면 업계에서는 출시 첫 달 매출이 20억 원을 넘으면 ‘대박’으로 분류한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56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꼬꼬면’은 그야말로 ‘초대박’을 친 셈이다.

이처럼 출시와 동시에 높은 인기를 구가한 ‘꼬꼬면’은 품귀현상을 빚는 등 그해 가장 핫한 라면으로 이름을 날렸다. ‘꼬꼬면’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삼양에서는 ‘나가사키 짬뽕’을, 오뚜기에서는 ‘기스면’을 연달아 출시하는 등 하얀 국물 라면의 시대가 도래했다. ‘라면덕후’ 개그맨이 국내 라면 업계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 영원한 꿈은 영화 


영화는 이경규의 오랜 꿈이다. 내로라하는 영화인을 다수 배출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영화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 첫 집약체가 바로 지난 1992년 개봉한 복수혈전’이다. 

그는 직접 ‘복수혈전’의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또 주연으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흥행에서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고, 그의 첫 연출작은 훗날 예능 프로그램에서 약점으로 줄곧 거론됐다.




절치부심한 그는 지난 2007년 ‘복면 달호’로 다시 영화 제작에 도전했다. 차태현을 주연으로 내세우며 야심차게 내놓은 ‘복면 달호’는 누적 관객 161만 1192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인 160만 명을 가까스로 넘어섰다.

그로부터 6년 뒤, 그는 ‘전국 노래자랑’의 제작자로 나섰다. 결과는 누적 관객수 96만 2017명. 이는 손익분기점인 150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였을뿐더러, 전작인 ‘복면 달호’에 비해서도 한참 모자란 수치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 이경규의 '영리한 변화'를 기대해


지난 2008년 MBC를 떠난 뒤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경규. 그가 올해 오랜만에 친정 MBC에 복귀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예능 사상 최초로 누워서 하는 방송, 낚시 방송 등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하며 맹활약하고 있는 것. 출연할 때마다 1위를 놓치지 않는 그는 기세를 몰아 최근 ‘능력자들’의 MC로도 발탁됐다.

이경규는 주특기인 호통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적재적소에 영리하게 변화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예능인이다. ‘예능인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마리텔’에서 다른 출연자와 달리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소 녹화 시간이 길어지면 인상을 쓰고, 패널들에게 호통을 치던 그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다만 ‘마리텔’의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 허를 찌른 것이 주효했다. 
  

다른 출연자들이 준비한 콘텐츠를 보이느라 고군분투하자 그는 당당하게 ‘누워있겠다’고 말했고, 소통이 중시되는 프로그램에서 “조용히 하라”며 시청자들에게 소리쳤다. 이 작은 변화가 그와 다른 출연자들의 차별점을 만들어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또 어땠는가. 그는 ‘힐링캠프’에서 소녀시대에게 호통을 치다가도 누구보다 다정하게 라면을 끓여줬다. 또 ‘나를 돌아봐’에서는 기세등등한 자신의 모습을 버림으로써 박명수와 ‘케미스트리’를 만들었다. 캐릭터가 겹치는 박명수 앞에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힐링캠프’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다소 아쉽지만, 이토록 영리한 예능인이라면 믿어볼 만하다. ‘예능계의 큰 형님’ 이경규, 향후 30년도 이상 무(無)!


사진 = 뉴스에이드DB, ‘복수혈전’ 스틸컷, ‘복면달호’ 스틸컷, ‘전국노래자랑’ 스틸컷, ‘마리텔’ 캡처
그래픽 = 안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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