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홍상수와 김민희
모두가 긴장한 문제의 화제작과의 만남이었다.
13일 오후 2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일정은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스캔들 이후 함께 나선 첫 공식석상이었다.
국내에서는 무려 9개월 만이다.
두 사람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감독과 주연배우로서 언론의 질문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기에 취재 열기는 굉장했다.
좀처럼 마감되는 일이 드문 언론시사회가 조기 마감됐을 뿐 아니라, 이날 현장에는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수십 명의 취재진이 입장 대기 중이었다.
예외 없이 대형 이슈가 될 일정이기에 취재진들 역시 ‘올 것이 왔다’며 결연한 반응이었다.
먼저 베를린 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국내 시사 분위기, 홍상수와 김민희의 스캔들에 대한 두 사람의 언급이 있을지가 주목됐다.
높은 기대감 속에 상영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전형적인 홍상수 감독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중간 중간 객석에 함께 앉은 권해효 등 배우들의 웃음이 터지기도 할 정도였다.
내용은 알려진 대로 홍상수와 김민희, 두 사람의 상황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스토리다. 이들에게 던지는 대중의 질문에 영화로 대답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영화가 끝난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외 출연 배우들의 발언을 정리해봤다.
먼저 홍상수 감독에게 던져진 MC의 질문이다.
이전 작품과 어떤 차이가 있나?
이어진 질문은 김민희의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좋은 평들이 쏟아져 나올 때 정말 너무 기뻤습니다.
(김민희)
이어 출연진들과의 호흡에 대한 김민희의 감사 인사 후에 공식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첫 질문은 모두를 긴장감으로 몰아넣었다.
질문이 끝나자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서로 마주보고 난감한 듯 웃음 짓다가 홍상수 감독에게 마이크가 돌아갔다.
(오늘 시사회에) 나오는 데 조금 고민이 있었고 보도 때문에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정상적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니까 기자분들과 만나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나왔습니다.
개인적인 부분은 정말 저희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고, 영화에 대해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홍상수 감독)
두 사람의 답변에 장내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스캔들로 인해 영향을 받을 김민희의 커리어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래서 지금 저에게 홍상수 감독님과 작업하는 일은 너무 귀한 것입니다.
(김민희)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스토리는 앞서 말했듯이 홍상수, 김민희가 현재 놓인 상황과 굉장히 유사하다.
등장인물은 유부남 감독과 바람이 난 배우 영희(김민희 분), 영희와 사귀었던 유부남 감독 상원(문성근 분), 그리고 영희와 상원을 응원하는 주변인들 뿐이다.
현실과 맞닿아있는 영화 속 상황에 대한 질문도 등장했다.
제 삶의 어떤 부분을 재현하려는 자전적 의도는 없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봅니다.
어차피 다 해석이 들어가고 미화나 왜곡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내용처럼 보이는 건 그런 디테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해하실 수도,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상관없습니다. 디테일이 가까운 것일수록 제가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방향이 담겨있습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전체적인 스토리 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던지는 날카로운 대사다.
등장인물들이 전체적으로 영희와 상원의 불륜을 응원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런 시점에 대한 질문에 홍감독은 본인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털어놨다.
일반 국민들이 불편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처지나 개인적인 성격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견이 다 다르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보진 않고, 제 주위나 김민희씨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전혀 다른 거였으니까요.
제가 동의할 수 없어도 저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법에 저촉되는 행위가 아니라면 그 의견은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싫더라도요.
저도 남들에게 똑같이 그런 대우를 받고 싶고요. 그게 제 생각입니다.
(홍상수 감독)
거침없는 기자간담회가 마무리되고 배우들의 마지막 인사가 이어졌다.
김민희 권해효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은 영화의 완성도를 상당히 흡족해하는 반응이었다.
오늘 자리해주신 많은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김민희)
홍상수 감독 역시 별다른 심경의 동요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덤덤한 투로 건강을 기원하는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홍상수 감독)
문제의 화제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
과연 대중은 두 사람의 현실과 똑 닮아있는 이 작품을 보고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