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편러가 본 '상류사회'
이 부부가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 또한 진부하다. 태준은 불륜의 상대였던 은지(김규선 분)의 도움으로 비밀장부를 손에 넣게 되고, 한용석 회장(윤제문 분)은 폭행 혐의로 입건된다.
수연은 자신을 끝없이 괴롭히던 지호와의 동영상을 스스로 만천하에 공개한다. 사람들은 수연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실 뭐가 그리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기에 박수를 치는지 모르겠다. 군중심리인가?
이 부부의 관계 개선 또한 굉장히 진부한 과정을 통해 해결된다. 수연이 자궁근종수술도 미루며 임신 준비를 했었다는 것을 듣고 갑자기 해-빙.
# 수연의 캐붕
수연을 '몸'으로 뭔가 하려는 캐릭터로 전락시킨 건 '상류사회'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소위 하이클래스 출신이 아님에도 부관장까지 오른 수연은 분명 능력있는 여성이다. 수애도 수연을 어린시절부터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욕심있는 사람으로 자라왔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똑같이 위기에 몰렸을 때 남성인 태준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게 그려진다.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려는 세력의 부정함을 알게 된 태준은 갑자기 정의의 사도가 되어 이들의 부정을 약점 잡는다.
한회장과 이화란의 부정(예술품을 통한 돈세탁)을 쥐고 있으면서도 왜 수연은 이를 이용하지 않을까. 같은 상황에서 왜 수연의 돌파구는 또 몸을 이용하는 것이었을까. 수연이라는 캐릭터의 붕괴가 영화의 붕괴로 이어졌다.
# 왜 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대체 왜
총 세 번의 베드신이 등장한다. 감정적 교류보다는 순간 욕정이 동한 태준의 베드신은 단편적이고 건조하다. 옛 연인이자 예술로 얽힌 사이인 신지호와 나누는 수연의 정사신은 이보다 더 섬세하고 로맨틱하게 연출했다.
문제는 윤제문의 베드신. 의도는 너무나 알겠다. 한용석의 위선을 표현하기 위해 정사신 또한 위선적이고 다소 더럽게(격한 표현이지만 적확하다) 표현해야했겠지.
위선적이고 변태적인 이 베드신을 위해 감독은 상대역으로 일본 유명 AV배우를 섭외했다. 풍만한 몸매와 과장된 교성이 거의 3분 간 이어진다. 필요 이상으로 길고 노골적이라는 감상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한용석은 관계를(그의 입장에서는 예술활동을) 하며 아들과 통화를 한다. 영화는 그 장면을 코믹 요소로 활용하려는 욕심을 낸다.
수연이 민실장을 찾아가 무릎을 꿇는 장면도 '굳이'라는 느낌이 머릿속을 채운다. 민실장은 왜 수연에게 모욕을 주면서 속옷만 입고 서있어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