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가 '걷는 사람' 책을 낸 이유
하정우와 인터뷰는 즐겁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농담을 툭툭 던지는데, 그게 너무나 하정우스럽다.
사실 인터뷰 기사는 이미 한 편 나갔다. 그럼에도 굳이 다시 인터뷰를 정리하는 건 잘려나간 주옥같은 멘트들이 너무 아까워서다.
'PMC: 더 벙커'로 시작해서 주식으로 끝나는 하정우의 아무말 대잔치를 복기해봤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시길.
Q. 영화가 참 게임 같은데, 평소에 게임은 즐기는 편인가요?
A. 저는 즐기지 않아요. 저는 비디오 게임 세대인데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영화 변명(?)을 좀 그럴싸하게 하자면, 사실 게임 세계는 개연성이 없잖아요. 우연히 일이 벌어지고, 어떻게 탈출을 하고 피하느냐가 게임이죠.
이 영화는 체험하는, 에이헵 옆에 앉아서 같이 탈출하는 영화라고 소개됐으면 좋겠어요. 생사가 오고 가는데 현기증이 나는 건 당연하죠. 짧은 저의 부연설명이었습니다.
Q. 김병우 감독과 두 번째 작업인데 어땠어요?
A. '더 테러 라이브' 끝나고 이 작품을 하자고 하고 개봉까지 5년이 걸렸어요. '더 테러 라이브' 때 서로 신뢰하는 좋은 관계가 된 것 같아요.
저는 굉장히 문과 스타일이고 감독님은 이과 스타일이어서 그런 면에서 콜라보가 잘 이루어졌죠.
Q. 이과 스타일이라는 건 어떤 스타일이죠?
A. 모든 걸 수치화하고 분석할 필요 없는 것도 분석하는 거 있잖아요(웃음). 모든 걸 그래프나 숫자로 보는 걸 좋아하세요.
심지어 감정의 그래프까지 그려서 영화의 러닝타임이 두 시간이면 10분에는 어느 정도, 몇 퍼센트의 감정이다, 그런 걸 만들어요.
Q. 반대로 문과 스타일은?
A. 수치화할 수 없는 표현들이 있잖아요. 뭐랄까. 불꽃을 설명할 때 뜨거움 만의 수치가 아니라 차가운 느낌도 같이...
불꽃을 보면 빨간 불꽃 안에 또 파란 불꽃이 있잖아요. 이 파란 불꽃을 수치화하지 않고....
Q. 설명부터 문과 스타일이네요. 이런 건가요?
A. 바로 이런 지점이죠.
Q. 영화에서 에이헵은 수차례 딜레마에 빠지잖아요. 하정우 자신이 일상에서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이 있나요?
A. 뭐가 있을까요. 그럴싸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오늘 술을 마실까 말까, 그 자리에 나갈까 말까?
Q. 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선균 씨는 '소주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성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별명 지어보는 건 어때요?
A. 아, 고민해볼게요. 그런데 소주 대통령을 이길만한 게 없어요. 소주를 너무 찰지게 잘 마시고 너무 좋아해서 그것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Q. 에이헵의 핸디캡은 불편한 다리인데, 하정우 본인의 핸디캡이 있다면요?
A. 글쎄요. 핸디캡은 다들 있지 않나요? 고소공포증은 있어요. 놀이기구도 못 타고요.
Q. 촬영하다 보면 놀이기구 뺨치는 촬영도 하게 될 텐데요?
A. 어금니 정말 꽉 깨물고 하죠. 어마어마한 걸 도전하는 거예요, 제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낙하신에서도 한 4,5미터 되는 높이에서 찍었는데 끔찍했죠. '이 사람들이 이걸(로프) 놓으면 안 될 텐데!!'
Q. 별명이 정말 많은데, 그중 인상적이었던 건 뭐가 있나요?
A. 하저씨? 너무 잘 붙인 것 같아요. 좋아요.
Q. 반대로 팬들에게 붙인 애칭 같은 건 없어요?
A. 다른 분들은 그런 게 있나요?
큰일 났네. 지금까지 팬카페에서 제 캐릭터가 가부장적이고 시크하고 신비주의 느낌이라서 갑자기 '귀요미들아!' 이러면...
Q. '짤 부자'이기도 하잖아요?
A.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얼마 전에는 토끼모자가 포털 메인에 떴더라고요. '하정우가 쓴 토끼모자, 특허 안내서 큰돈은 못 벌어.' 특허를 내시지. 중소기업 살려야 하는데.
Q. 출연작도 궁금하지만 연출작이 뭐가 될지도 궁금해요.
A. 일단 시나리오는 하나 있어요. 언론사 이야기인데 '서울타임즈'라는 가제를 지었어요.
배우로서 작품을 소화하고 나면 앞으로 2년에서 3년 뒤에나 가능한데, 이야기가 딱 나왔을 때 이걸 잘 푸는 감독에게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유튜브에서 장삐쭈라는 친구를 봤는데 너무 웃긴거에요. 너무 제 스타일인거죠. '롤러코스터'가 약간 이런 느낌이잖아요. 너무 앞서간 거 아니예요?
'나는 이런 필(Feel)로 나가야한다!'라는 마음 때문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 장삐쭈 그 친구 진짜 너무 웃긴 것 같아요. 그 친구를 시나리오 작가로 쓰고 싶어요.
Q. 유튜브 많이 보나 봐요?
A. 와 세상이 변한 걸 보면... TV 틀면 인터넷이 연결되고 바로바로 뜨잖아요. 바로 음악 틀어서 논스톱으로 3시간씩 듣고, 그런 게 정말 편하더라고요. 유튜브 영상도 재미있고요.
Q. 채널 만드는 건 어때요? 콘텐츠가 엄청날 것 같은데.
A.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요? 진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진지하게. 어떻게 세상이 바뀌고 진화하고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앞으로 얘기하게 될지 궁금해요.
Q. 올해 책 '걷는 사람, 하정우'도 냈잖아요. 대체 언제 썼어요?
A. 예전에 책 작업을 했던 게 굉장히 의미가 깊었어요. 5년 후에 또 내 5년 간의 삶을 정리하는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년이 더해져서 7년이 됐지만.
'PMC: 더 벙커' 끝나고 '클로젯' 찍기 전까지 열 달 정도 쉬었거든요. 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책이 생각나더라고요.
지난 7년을 돌아봤을 때 일 말고 내가 제일 많이 한 것, 좋아한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걷기가 떠오르더라고요.
Q. 걷기 모임은 여전히 잘 유지되고 있나요?
A. 열심히 하고 있죠. 오늘은 6000보 걸었습니다. 계속 일정이 있어서 만보 채우면 잘 채운 것 같아요. 아침에 그냥 쓰러져 있었어요. 굴국밥 해 먹고.
Q. 직접 만들었어요?
A. 그럼요. 웬만한 요리는 다 해요. 하다 보면 패턴이 있어서 거기서 거기예요.
Q.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인 것 같아요.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네요.
A. 자취생활을 오래했는데, 처음에는 시켜먹고 사먹었어요. 그러다보니 평생 이럴 것 같더라고요.
이제 좀 해먹어야겠다 해서 시작된 게 이 지경(?)까지 온거죠.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에 꼭 국, 찌개는 해먹어요.
얼마전에 에어프라이어를 샀는데 생선, 장난 아니예요. 어제는 고구마스틱을 했는데 실패했어요.
Q. 그럼 요즘 '소확행'은 에어프라이어?
A. 에어프라이어! 그 다음에는... 굴을 되게 좋아해요. 요즘 굴철이라. 또 뭐가 있을까... 없어요.
Q. 내년에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건 뭐가 있나요?
A. 코스피가 좀 올라야하는데. 주식 산 게 몇개 있어요. '존버'하고 있어요.
그렇게 많은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지는 않고 우량주에 오래 투자했는데 올 가을에 붕괴되는 바람에 빼도 박도 못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