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로만 한 끼 먹어보자
[칼로리의 재구성]
고백하건대 단 한 번도 시리얼을 식사 대용으로 먹은 적이 없다. 국그릇에 꽉 차게 시리얼을 담고 우유를 자박하게 부어 먹으면 위에 기름칠이 돼서 밥이 더 잘 넘어갔다. 저녁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먹고 나면 달달한 기운이 혀에 남아있어 짜거나 매운 음식을 찾기 마련이었다.
그만큼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수십 년을 함께 해 온 인연으로 이 아이들의 1회 제공량을 찾아보기로 했다. 1회 제공량만 지켜먹으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까 말이다. 물론 지구 건너편에 살고 있는 모기의 하루 일과를 듣는 것처럼 관심이 가지는 않는 이야기다.
# 제품 선정의 변
이번에는 어떻게 제품을 선정하게 됐는지 꼭 좀 설명하고 싶다. 무엇보다 알뜰 구매에 대한 뿌듯함이 크게 작용했다. 회사 근처에 큰 마트가 하나 있는데 이 날따라 무려 2000원 가까이 행사 중이었다. 때 마침 체중조절, 식사 대용으로 나온 다이어트용 시리얼이었다. 이것은 누가봐도 뉴스에이드를 위한 이벤트였다.
그래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날 것 같은 1개와 강소라의 허리라인을 선물할 것 같은 1개, 엄청난 테크놀로지가 투입된 것 같은 1개로 결정했다.
자, 그럼 시작. 저울 세팅해주세요.
매번 같은 사진이 올라와서 '복붙'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나도 새 사진이다.
# 콘푸라이트
: 손이 벌어질 만큼 크게 세 주먹 집으면 1회 제공량
: 시리얼 163개로 채워진 1컵이 1회 제공량
우리가 잘 아는 그 맛이다. 일반적인 맛으로 볼 수 있다. 1회 제공량은 30g으로 115kcal에 해당한다. 30g으로 배를 채우라니 이것 참 서운하다. 허한 마음 추스르며 30g 개량 시작.
3/4컵으로 표기돼 있는데 1컵 좀 안 되게 채워진다. 욕심 부리지 않고, 약간의 공간을 허락한다는 마음으로 1컵을 채우면 될 것 같다.
30g이 얼만큼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촤락~ 펼쳐봤다. 이 아이들의 개수는 총 163개다. 이 중에는 2개를 더한 것 같이 큰 것도 있고, 이게 1개인가 싶게 작은 것들도 있다. 그러나 부서지지 않고 제 모양을 보존하고 있으면 1개로 봤다. 너무 잘게 부서진 것들은 무게가 같은 1개로 대체했다.
생색을 내려는 것은 아니고 정말이지 엄청난 집중력과 에너지가 소요되는 작업이었다.
봉지에서 시리얼 꺼낼 때 계량컵 갖다 놓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먹으로 크게 한 줌 잡아서 꺼내지 않을까.
그래서 손으로 집어봤다. 이것의 무게는 10g이다. 그러니까 주먹으로 시리얼을 꺼낼 때는 3주먹 정도 꺼내면 1회 제공량쯤 되겠구나 생각해도 좋다.
실험에 사용된 손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보통 크기. 어느 정도냐 하면 가운데 손가락에서 팔목 주름이 있는 곳까지 길이가 17.5cm 정도다. 폭은 가장 긴 곳을 기준으로 9cm 가량 된다.
# 스페셜K 고구마&바나나
: 더 집으면 흘릴 것 같은 상태로 네 주먹이 1회 제공량
: 시리얼 156개로 채워진 1컵이 1회 제공량
이걸 먹으면 강소라처럼 저 빨간색 티셔츠를 입을 수 있는 것일까. 부질없는 헛된 기대 속에 과감하게 구매했다. 스페셜K의 1회 제공량은 40g, 156kcal다.
뭐...뭐지. 체중조절용 조제식품인 스페셜K가 콘푸라이트보다 열량이 풍부한 이 상황....10g 더 먹는다고 40kcal 가량이 더 늘어나는 것인가. 어머나 세상에.
40g을 종이컵에 담아봤다. 꽤 많다. 콘푸라이트보다 알이 커서 부피도 부쩍 커졌다. 흘러 넘치기 일보 직전까지 쌓아 올리자 40g이 됐다. 위에서 보면 느낌이 오지 않을 것 같아 측면 사진 준비했다.
이만큼이다. 정말로 손을 조금이라도 떨었다면 와르르 무너졌을 것이다. 이래도 느낌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또 펼쳐봤다.
40g은 시리얼 156개에 해당하는 무게. 콘푸라이트보다 무거운데 개수가 더 적은 것은 크기가 커서다. 전체적으로 크다. 콘푸라이트 2개만하다.
제품명이 켈로그K 고구마&바나나라서 소량의 바나나칩이 들어가 있다. 말린 바나나다.
위에 나왔던 40g은 랜덤이다. 섞지 않고 사온 포장지 고대~로 뜯어서 고대~로 촬촬 쏟아낸 것이다. 그 랜덤에는 바나나칩 12개가 포함돼 있었다. 완전한 모양을 찾기는 힘들고 반개~1/3개 정도로 다양한 크기가 존재했다. 크기로 따지면 대4, 중5, 소3 정도다.
한 주먹 개량을 해봤다. 이렇게 더 이상 집을 수 없을 만큼 집어서 내려놓으면 10g이다. 그리고 10g은 시리얼 48개다.
이렇게 4번 먹으면 된다.
# 리얼 그래놀라
: 손가락이 손바닥에 닿을 정도로 작게 쥔 네 주먹이 1회 제공량
: 약 1/2컵이 1회 제공량
봉투를 열자마자 멘붕이 왔다. 이건 크기랄 것이 없다. 셀 수도 없다. 아, 어쩌면 좋을까.
심호흡 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 일단 1회 제공량을 측정해봤다.
약 이만큼.
옆에서 보면 약 1/2컵 정도의 양이다. 이만큼 밖에 안 넣었는데 40g이다. 서운한 것.
쏟아놓고 보면 한층 강렬한 혼돈의 카오스가 눈 앞에 펼쳐진다.
세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구성을 보면 위와 같다. 보리 같은 거, 쌀 같은 거, 어디서 본 거 같은 거에, 크랜베리 2개, 바나나칩 1개 정도, 이런저런 곡물들이 있다. 잘은 모르지만 확실한 건 씹을 게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점이다.
리얼 그래놀라를 본 이들(이라고 해봤자 뉴스에이드 기자들)은 아무래도 저 작은 알갱이들이 치아씨드처럼 뱃속에 들어가 엄청 불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아니라면 양이 너무 서운하다며...
학습효과로 인한 10g 찾기에 나섰다.
손에 쥐어보면 대략 이런 형태가 된다. 손가락이 손바닥에 가 닿을 만큼 양이 많지 않다. 이렇게 4번 집으면 1회 제공량이 된다.
이번 실험을 진행하며 놀란 것은 체중 조절용으로 나온 시리얼이, 기존의 시리얼보다 열량이 낮지 않다는 것 -물론 섭취량이 많고 영양소는 다양하겠..딱히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다. 뭘 먹으나 적당히 먹으면 되겠구나 라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
참고로, 사무실에 있는 3개의 시리얼은 뉴스에이드 직원들의 간식거리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절대 식사대용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