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원 영화가 다양성 영화 되는 법

조회수 2016. 6. 5. 13: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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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에이드 안이슬
'다양성영화의 선전', '아트버스터의 반란' 등의 문구가 범람하는 시대다. 기사의 제목들만 보면 마치 한 해에도 수많은 다양성 영화가 관객의 선택을 받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자, 질문을 하나 하겠다. 95억 원이 투입된 '비긴 어게인'과 5억 원으로 제작된 '동주' 중 다양성 영화는?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 영화로 개봉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테지만, '동주'가 상업영화로 분류된다는 것을 알고나면 의아함을 가지는 사람들은 꽤 있을 것이다. 

95억 원 규모의 영화가 다양성 영화가 되고, 5억 원이 든 영화가 상업영화가 되는 오묘한 '다양성 영화'의 세계, 자세히 한 번 들여다봤다.

# 다양성 영화로 '인정'받기?


다양성 영화가 되는 방법은 두 가지. 한국독립영화 인정을 받거나, 예술영화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인정'을 받는다는 게 무어냐, 영진위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그 중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들이 '이 영화는 독립영화(혹은 예술영화)임!'이라는 승인을 받는다.


예술영화의 경우 매달 대략 70~80여 편의 영화가 예술영화 인정 신청을 하고, 이 중 기준에 부합하는 20~35편 정도의 작품이 예술영화 분류된다(정해진 인정 편수 기준은 따로 없다. 그때 그때 다르다). 

국내 독립영화 인정 신청작 대부분이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저예산 독립영화이니 차치하고, 중소 사이즈의 외화까지 아우르는 예술영화 규정을 보자.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인정에 관한 심사운영 세칙은 예술영화 인정 기준을 이렇게 두고 있다.

...그렇다.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기준이다. 
출처: 다큐멘터리 '철의 꿈', 헝가리 영화 '사울의 아들', 독일 애니메이션 '붕붕 달려라 깜이' 포스터 (왼쪽부터)

시장에서 '소수'라 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작품들은 조금 더 수월하게 예술영화로 인정된다. 

영진위 제작지원, 배급지원 작품과 이미 독립영화인정을 받은 작품이 그런 경우다. 

국내 시장점유율 1% 이내의 영화 형식 작품(애니메이션의 경우 일본, 미국 작품은 제외), 심의연도 직전 3개년 평균 기준 전국 기준 시장점유율 1% 이내 국가의 작품도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국내 영화 시장 점유율이 높은 국가에서 제작된 작품은 조금 더 엄격한 심사를 받는다. 2016년 기준 한국, 미국, 영국, 일본의 영화는 소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예술영화 인정, 불인정이 결정된다. 

기준은 3개년 평균 시장 점유율 상위 국가들이다. 고로,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야하는 작품 제작국은 매년 달라진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같은 주제, 같은 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라 해도 이스라엘 영화가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보다 예술영화로 인정받기 쉽다는 얘기다. 
출처: '동주' 스틸
# 다양성 영화 ≠ 저예산 영화



저예산 영화는 다양성 영화일까? 답은 '아니다'다. 저예산 영화라 할지라도 영진위에 예술영화, 독립영화 인정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 상업영화로 분류된다. 

'동주'의 경우 예산 자체는 5억 원으로 적지만 다양성 영화(예술영화, 독립영화) 인정 신청을 하지 않았다. 

만약 신청을 한다고 해도 개봉 주 상영 규모가 하루라도 200개 관 이상, 840회차 이상 상영한다면 다양성 영화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제작비 규모가 큰 영화는 다양성 영화로 개봉할 수 없을까? 이 또한 답은 '아니다'다.


사실 이 기준이 상당히 애매모호한데, 영진위는 따로 제작비나 수입단가와 같이 돈과 관련된 기준을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 심사 과정에서 '상식선'을 준수해야하는 셈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굳이 다양성 영화 인정 신청하는 수입사, 직배사도 없을테고.)

출처: '비긴 어게인' 스틸

도입에서 언급했던 '비긴 어게인'의 경우를 보자. '비긴 어게인'은 개봉 당일 8위로 출발해 점점 입소문을 타며 총 342만 명의 관객을 모은 흥행작이다. 

'비긴 어게인'이 관객 몰이에 성공하며 일각에서는 약 95억 원(800만 달러, IMDB, 추정치)이 들어간 '상대적 대작'이 다양성 영화로 개봉한 것에 대해 의아함을 표하기도 했다(참고로 '도둑들'의 제작비가 150억 원 규모였다). 

출연 배우들도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이니 꽤 화려하다 할 수 있으니 겉보기에 '비긴 어게인'은 보통 관객들이 상상하는 다양성 영화의 범주를 벗어났을 수도 있겠다.

 
보기엔 꽤 큰영화로 보일 수 있는 '비긴 어게인'은 예술영화 인정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이다. 예술성이 있으며(이건 다들 인정하겠지), 첫 주 상영관이 200개를 넘지도 않았고, 비록 미국 제작 작품이지만 블록버스터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논외로, '비긴 어게인'은 할리우드에서는 작은 사이즈의 영화인데다, 북미 개봉 첫 주 170여개 관에서 소소하게 출발한 작품이었다. 국가별 수입에서도 한국 매출이 북미 매출을 능가한 다소 '특이한' 케이스다.

출처: '나의 소녀시대' 스틸
본국에서는 상업영화로 개봉해 대히트한 작품이라도 국내 개봉은 다양성 영화로 하는 경우도 꽤 많다. 요즘 흥하고 있는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가 좋은 예다. 

'나의 소녀시대'는 제작국인 대만은 물론이고 중국, 동남아에서도 소위 '대박'을 터뜨린 작품이다(누적 관객이 '억 명' 단위에 이른다). 

제작국에서는 결코 작은 영화가 아니더라도 한국 개봉 규모, 제작국가 등 기준에 따라 다양성 영화로 개봉될 수 있다.
# 다양성 영화가 된다는 것은...


다양성 영화로 인정받는다고 해도 어마무시한 금전적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혜택은 영등위 심의수수료 할인(면제가 아니라 '할인'이고, 한국영화에만 해당한다), IPTV-극장 동시 상영 기준이 일반 상업영화보다 다소 완화된다는 것 정도다.


보다 직접적인 다양성 영화 인정 신청 이유는 역시나 배급. 꼭 독립영화가 아니더라도 상업영화와 일반 상영관을 두고 경쟁하는 대신 예술영화 전용관을 노리는 쪽을 택하는 작품들도 있다. 


출처: 씨네큐브 공식 홈페이지

일반 상영관 300개 관으로 개봉해도 오전, 심야 시간대에만 배정되는 것이 현실이니 상영 회차는 적더라도 전용관에서 프라임타임에 상영하는 것이 더 이익인 경우도 있다. (물론 최근에는 워낙 신청작, 인정작이 많아 예술영화 전용관 상영도 경쟁이 치열하긴 하다만...)

물론 이왕이면 '커보여야'하는 작품들의 경우는 조건이 되더라도 굳이 다양성 영화 인정 신청을 할 이유가 없다. 결국 제작사가 선택할 문제다.  
출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홈페이지
마케팅을 위한 이유도 있다. 일반적으로 관객들에게 '다양성 영화=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은 영화'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데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은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를 별도로 집계하고 있기 때문에 '애매하게' 상업영화 틈에서 하위권에 머무르느니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위' 타이틀을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양성영화라고 해서 일반 상영관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니 다양성 영화로 개봉한다고 해서 크게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계산도 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작품이 수두룩한 영화판에서는 비용을 최소화 하는 것도 수익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다. 

제작비 2억 원을 들인 작품을 10억 원 들여 마케팅 해 극장 매출 10억원을 거두는 것은 적자지만, 마케팅 비용을 2억 원으로 줄이고, 극장 매출 5억 원을 거둔다면 이는 흑자다.

수입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크게 개봉해 크게 망하거나, 작게 개봉해 작게 망하거나."

출처: CGV 아트하우스 페이스북

# 다양성 영화, 그 딜레마



다양성 영화로 인정된다고 해서 예술영화 전용관 배급이 쉬워지느냐? 글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2016년 현재 문화부 지정 예술영화 전용과는 총 61개. 이중 18개 관은 CGV 아트하우스, 3개 관은 롯데시네마 아르떼다. 


상영관은 적고, 예술영화 인정작은 적으니 경쟁은 역시나 치열하다. 그나마도 하나 둘 문을 닫고 있어 전용관은 더욱 줄어주는 추세다.



CGV 아트하우스는 다양성영화계의 대기업인 셈인데, 문제는 CGV 아트하우스는 배급사업도 하고 있다는 점이다('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캐롤', '거인'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작품이 좋으니 관객이 몰리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지만, 전용관 수가 워낙 적으니 다른 영화들의 상영 기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은 영화 흥행으로 일반 상영관의 상영 회차가 늘어나자 아트하우스 측에 아트하우스 상영관의 상영 회차 축소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CGV 아트하우스를 탓해야 할까? 그건 또 다른 문제다. 


CGV는 적자를 보면서도 아트하우스 사업을 유지, 확장하는 중이다. 동시에 독립영화 제작, 배급 지원 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아트하우스가 발굴한 감독과 작품도 꽤 된다. 한쪽에서는 원망을 들을 지언정, 다른 한쪽에는 고마운 은인인 셈이다.  


출처: 저작권자/Shutterstock.com
가장 이상적인 답은 전용관이 많아지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리 쉽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익성이다. 

극장 매출만으로 전용관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연히 수익 유지를 위해서는 잘되는 영화의 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서 다양성 영화 시장 안에서의 또 다른 부익부빈익빈이 생겨난다. 1억 원도 안되는 제작비로 탄생한 국내 독립영화들은 함께 '다양성 영화'로 묶인 수십억 원 규모의 외화들과 상영관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전용관에 대한 영진위의 지원이 있긴하다. 그러나 이 또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해 영진위는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 사업 변경안을 내놨다. 당초 300~500편의 예술영화를 연간 219일 동안 자율상영하면 지원 대상이 되었던 방식에서 영진위 위탁단체가 선정한 24편의 영화를 매달 2편씩 의무상영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상영 자율권과 예술영화에 대한 영진위의 검열이라는 이유로 독립영화계와 전용관 운영자들에게 큰 반발을 샀다.


영진위는 지난 3월 한국영화종합진흥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다양성 영화에 대한 부분은 다양성 영화 편당 지원금 상향과 한국 예술영화 의무상영 제도 도입이다. 한국 예술영화 의무상영 제도는 영화관에서 1년 중 73일간 한국 예술영화를 의무 상영해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런 저런 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은 지금으로서는 없는 듯하다.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다양성 영화 시장은 오히려 춘추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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