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인 듯 로코 아닌 로코 같은 영화
로코 영화의 필수 요소인 키스신 하나 없는 '로코' 영화, '어쩌다, 결혼'이다.
각자의 필요에 의해 딱 3년만 결혼한 '척'하기로 한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어쩌다, 결혼'이 오는 27일 개봉을 앞두고 18일 용산 CGV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먼저 영화를 보고 온 입장에서, '어쩌다, 결혼'을 볼 예정인 관객을 위해 몇 가지 관람 팁을 준비해봤다.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극 중 성석(김동욱)과 혜진(이채은)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제외하면 정말 로맨스가 1도 없기 때문. (심지어 이마저도 분량이 많지 않다.)
김동욱의 로코 복귀에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았다면, 생각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로맨스가 없다는 점과 더불어 '어쩌다, 결혼'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적인 내용이라는 것.
이 영화, 남다른 전개 속도를 자랑한다.
영화 시작 10분 만에 결혼을 약속하는 만큼,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절대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빠른 전개에 치중하느라 중간중간 개연성이 살짝 떨어진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갑자기? 여기서?'를 자주 마음 속으로 외치게 되고, 부족한 개연성 때문에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허탈함이 몰려올 수 있다.
주인공 성석과 해주 외의 주변 인물이 참 많은 영화다.
영화 초반부터 후반까지 예상치 못한 배우들이 깜짝 등장하고, 특히 해주를 좋아하는 서과장(조우진)과 성석에게 집착(?)하는 수정(김선영)이 제대로 시선 강탈을 한다.
이들이 주는 재미가 크긴 하나 한꺼번에, 연이어 쏟아져 나와 정신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관계가 크게 이해가 되지 않거나 어려운 건 아니지만, 이들이 한번에 등장하면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김동욱과 고성희의 케미가 궁금하다면,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볼 것을 추천한다.
두 사람의 케미가 꽤 괜찮기 때문.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결혼해야 하는 성석과 가족들의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해주.
서로 다른 이유지만, 결혼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두 사람을 연기하는 김동욱과 고성희 조합은 기대 이상이다.
때로는 모르는 사이인 듯 각자의 길만 가고, 때로는 서로 돕는 오묘한(?) 성석과 해주의 관계를 잘 연기했다.
김동욱은 성석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잘 표현했고(무엇보다 그의 술 취한 연기는 믿고 봐도 좋다), 고성희도 쿨한 성격의 해주 역과 잘 어울렸다.
처음 보는 김동욱과 고성희 조합이 의심(?)스러웠다면, 그 의심은 멀리 날려버려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