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도 안 쏘는 한국판 제임스 본드
한국에서도 드디어 스파이 영화가 나왔다!!!
8일 개봉한 '공작'이 그 주인공!
'7급 공무원', '스파이' 등 코믹 스파이 영화는 있었지만 무게감 있는 첩보영화는 드물었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공작'이 그 갈증을 해소해줄지 관심이 쏠리는 바. 이제 우리도 한국판 007, 제임스 본드를 갖게 되는 건가 기뻐할 때 즈음...
음... 이 스파이 좀 이상하다?
분명 제임스 본드는 막 총도 쏘고, 악당들하고 몸싸움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액션이야말로 스파이의 기본 덕목 아니던가.
그런데 '공작' 스파이는... 액션이 없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일단 '공작'의 내용을 살펴보자.
'공작'은 실제 있었던 '흑금성 공작 사건'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
1993년, 북한 핵 개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업가로 위장, 북한 고위급 관료들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스파이 흑금성(황정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흑금성이 북한 고위급 관료 리명운(이성민)을 만나 사업가인 척 거래를 하고, 급기야 북한으로 들어가 김정일을 만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마냥 흑금성을 믿을 수만은 없는 북한이 계속해서 흑금성을 의심하고 테스트를 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그야말로 남과 북의 첩보전!
'그래, 그러니까 남한 스파이하고 북한 군인의 총격전 좀 나와줘야지!' 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그 생각 고이 접어 간직하길 바란다.
앞서 말했지만 총격전 1도 없다. 그 흔한 몸싸움도 없다.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무조건 총싸움하고 몸싸움만 한다고 해서 긴장감이 넘치는 건 아닐 터!!
그 흔한 액션신 하나 없어도 '공작'이 얼마나 긴장감 넘치는 첩보영화인지, 영화 속 주목해야 할 세 개의 장면을 추천해 보려 한다.
극장에서 이 장면들은 꼭! 놓치지 마시길.
# 주목 이 장면 하나.
흑금성과 리명운이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을 첫 번째 '주목할 장면'으로 꼽았다.
외화벌이를 위해 북한의 물건들을 구입할 사업가가 필요했던 리명운은 흑금성에게 연락을 취하고, 두 사람은 고려관이라는 음식점에서 만나게 된다.
이 만남은 흑금성의 정체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인 셈. 때문에 리명운은 흑금성을 떠보기 위한 여러가지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리명운의 눈! 질문을 던져 놓고 흑금성의 반응을 살피는 리명운의 눈을 집중해서 보시길 추천한다.
아마 깜빡거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될 것. 상대를 가만히 응시하는, 미동없는 눈은 절로 긴장감을 자아낸다.
게다가 몸의 움직임 역시 1도 없다. 덕분에 보는 이들의 몰입도는 100%.
이에 대해 이성민은 "자세를 바꾸면 관객들의 긴장감이 떨어진다"며 "호흡할 타이밍까지 다 계산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 주목 이 장면 둘.
흑금성이 김정일을 만나게 되는 장면을 두 번째 '주목 이 장면'으로 꼽아봤다.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북으로 들어간 흑금성. 그만큼의 신뢰를 얻었다는 뜻 아니겠는가.
하지만 사실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한 명이 있었으니 바로 북한군 정무택(주지훈)이다.
정무택은 흑금성과의 첫 만남 이후 계속해서 그를 의심하는 인물. 때문에 그의 존재 자체가 극의 긴장을 유지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특히 김정일을 만나는 장면은 그 긴장감이 절정에 이르는 장면 되겠다. 정무택이 결국 흑금성의 정체를 알아내게 되는 것인지 관심이 쏠리는 바.
이 장면에서 주목해야 할 건 윤종빈 감독의 연출이다. 심문을 당하는 흑금성과 의미 심장한 표정의 정무택을 번갈아 보여주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과연 흑금성은 정체를 들키고 말았을까? 이는 영화로 확인하시길.
# 주목 이 장면 셋
영화 후반부 등장하는 최학성(조진웅)과 리명운의 만남 장면이 마지막 '주목 이 장면'으로 선택됐다.
최학성은 흑금성의 상사이자 안기부 요원으로 평소 "북한을 쳐부숴야 한다"고 말할 만큼 반공 사상이 투철한 인물.
그런 그가 리명운을 비밀리에 만나게 되는 장면이야말로 이 영화의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양복을 빼입고 멋들어지게 총을 쏘는 제임스 본드는 아니지만, 한국형 스파이의 등장을 알린 '공작'.
액션 없이도 충분히 긴장감 넘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며 여름 극장가 도전에 나섰다.
과연 제임스 본드 표 스파이에 익숙한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