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송 끝난 후 복도에 줄 서는 아이돌
요즘 SNS에 도는 사진이 있다.
사진에는 좁은 방송국 대기실 앞 복도에
사람 한두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공간을 두고
모여 서 있는 아이돌그룹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방송도 끝났는데 왜
이들은 옹기종기 복닥거리며 모여있는 걸까.
꼭 KBS '뮤직뱅크'만이 아니다.
각 방송사 별 음악 방송이 끝날 때가 되면
복도에 가수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신인급 가수들이 시작점에 서고,
그 뒤로 쭉쭉 행렬이 이어진다.
복도에 붙어 서 있는 걸그룹, 보이그룹을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들 수 있는데
괴상망측할 만큼 피해를 주는 행동은 아니다.
어차피 엔딩 무대에 다 같이 올라가서 1위 발표도 듣고,
축하도 해야 하니 시간적으로
큰 손해를 보는 건 아니라고들 한다.
이 생경한 분위기를 이해하려면 공연을 마친 후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이 모여서 수고했다고
서로 파이팅 해주는 분위기를 떠올리면 좀 쉽다.
인기그룹의 공연DVD에 나오는 그 장면 말이다.
# 한 사람만을 위한 인사는 아니야
1분30초든 2분이든 3분이든
배당 받은 시간이야 어찌됐든 간에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에게 무대는 소중하니까,
그런 장소와 시간을 허락하고
도움을 준 스태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인사를 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알려진 것처럼 PD에게만 인사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PD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가수들의 목적은 눈에 띄도록 깍듯하게
인사를 하며 팀 이름까지 전달하는 것이다.
'TO. 담당 PD'로 한정되는 ‘출연시켜줘서 고맙다’는 메시지와 'TO. 스태프'가 생략된 '수고하셨다'는 의미가 함께 담긴 인사다. 동시에 팀 어필의 의도도 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이 있다.
Q. 그럼 저렇게 가수들이 서 있을 때는
저 길목으로 아무도 못 지나가는 걸까?
아니다. 지나다닐 수 있다.
그냥 좀 부끄럽고 민망할 따름이다.
스태프들도 대강대강 고개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다닌다고 한다.
Q. 또 하나, 만약에 인사를 안 하고 가면 어떻게 될까.
# 신인만 하나요? 아니면 아이돌만?
리허설 또는 사전녹화를 위해 오전 6시에 방송국에 가서
저 인사를 하는 것까지 해야
음악 방송 스케줄이 비로소 끝난다.
이때 또 궁금할 수 있다.
Q. 신인만 하나요? 아이돌만 하나요?
다 한다.
한 20년 차 쯤 되면 PD하고 악수 하고 쿨하게 집에 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제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해도 저기 서서 인사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복도 세리머니에서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람이
담당PD다.
아이돌그룹을 포함한 가수들은
아무데서나 하려니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안 하면 어색하고 뭔가 빼먹은 것 같은 팀 구호를
차례로 외치며 마무리를 한다.
멤버들이 직접 담당PD에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랄까.
베스트는 담당PD가 빨리빨리 나타나주는 것.
그런데 워낙 많은 일을 하는 위치다보니
마지막에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이 대기실 인사 풍경이라는 게...
사실 어떻게 보면 서로 공연을 마친 스태프들 간 나누는 인사고, 어떻게 보면 마지막에 등장하는 담당PD 알현하기 전까지 대기해야 하는 복장 터지는 장면이기도 하고 그렇다.
# 끝난 줄 알았나
이제 아이돌은 퇴근길이라는 것을 앞두고 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팬들과 정답게 담소를 나누는 영상이 찍히는 그 순간이다.
매니저들은 다시 일과가 시작된다.
인사를 받았던 제작진을 모시고 회식 장소로 향한다.
매니저들은 여기에서 한 번 더 회포를 풀며 우리 애들 출연시켜줘서 고마워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것이 음악방송이 끝난 후
가수들이 대기실 복도에 줄을 서는 사진에 대한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