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억 걸그룹 프로젝트의 마지막 기회를 잡은 소녀
[입덕안내서]
한 회사에서 99억의 거금을 들여 방대한 서사를 가진 12인조 걸그룹을 내놓기로 했다. 이름 하여 ‘이달의 소녀’ 프로모션이다.
지난 2016년 10월 첫 번째 멤버가 공개된 것을 시작으로 몇 개월 간격을 두고 계속해서 새 멤버가 등장했다. 그리고 2018년 3월, 드디어 마지막 12번째 멤버가 베일을 벗었다.
바로 이 12번째 기회를 거머쥔 것이 지금 소개할 올리비아 혜(Olivia Hye)다.
많은 팬들에게 그렇듯이 ‘입덕’이란 참 우연히도 찾아오는 순간이다.
인터뷰를 위해 수많은 아이돌을 만나면서 ‘저 친구 정말 매력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드물게 있는데, 이번엔 모든 촬영이 끝나고 그들을 보낸 뒤 편집본을 검수하던 순간 올리비아 혜가 나에게 ‘혜’며들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올해는 올리비아의 혜가 되길, 의류 브랜드 올리비아 OO과 올리비아 핫세를 제치고 각종 올리비아 중 가장 유명한 올리비아 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결코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지 않고 순수하게 여러분에게 소개하기 위한 입덕안내서를 준비해봤다.
올리비아 혜는 세상에 공개된 지 약 3개월 밖에 안 된 멤버다. 활동 명 역시 본인도 어색할 정도로 아주 최근에 지어졌다. 멤버들은 보통 본명인 혜주로 부르고 있다.
본인의 소개로는 ‘올리비아 콜롬비아 올리지 말고 내리지 말고 올리비아 혜’이며, 멤버들은 ‘올리비아 혜처럼 생긴 올리비아 혜’라고도 한다. 물론 혼혈은 아니고 경기도 의정부 출신이다.
특이한 점은 이달의 소녀 나머지 멤버들의 이름은 전부 2글자인데 올리비아 혜 혼자서만 5글자라는 것. 공백을 포함하면 무려 11바이트나 된다.
공식 명칭은 영문인 Olivia Hye인데 이 역시 9자나 된다. 활동하는 아이돌 중에 이름 길이로는 1등이 아닐까 싶다. (Baby soul은 8자)
그렇지만 이 때문에 ‘엠 카운트다운’에서 이름이 싹뚝 잘려 ‘올리’로 나오는 안타까운 대참사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이런 이름을 처음 받았을 때 올리비아 혜의 심경은 어땠을까?
적응 되고 나니, 가장 독특하고 신비로운 이름 인 것 같아서 좋아요. 이름이 다섯 글자인 아이돌은 많이 없어서 신기하기도 해요. (올리비아 혜)
이 이름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중 하나인 ‘십이야’(열두 번째 밤)의 주인공 이름이 공교롭게도 올리비아라는 점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12번째 멤버인 올리비아 혜와 ‘열두 번째 밤’의 주인공 올리비아, 그럴 듯하다.
이달의 소녀 멤버들은 공개되는 동시에 솔로 싱글 앨범을 가지고 나왔고, 이후 새롭게 등장하는 멤버들과 유닛을 이뤄 활동했다.
이렇게 나온 팀이 이달의 소녀1/3,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서클, 이달의 소녀yyxy다.
올리비아 혜는 마지막 유닛인 이달의 소녀yyxy 소속이며, 이 팀의 활동이 끝나는 올 하반기에는 12명의 완전체 이달의 소녀(LOONA)로 정식 데뷔하게 된다.
12명의 멤버들은 각각의 상징 컬러와 동물이 있다. 올리비아 혜는 은별색과 늑대다. 다른 멤버들이 화려한 색감과 동물을 품은 것과는 달리 서늘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프로필 이미지와 함께 공개된 문구들을 통해 팀 내 올리비아 혜의 캐릭터를 엿볼 수 있는데 ‘내가 널 속일지 몰라’, ‘나는 이기적이야’, ‘신께서 주신 당신을 과감하게 모든 걸 부숴버려요’, ‘나는 그대, 그대는 나’라는 메시지다. 올리비아 혜가 맡고 있는 어두운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올리비아 혜는 이달의 소녀 세계관 속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인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이달의 소녀yyxy 활동 중인 올리비아 혜는 유닛 멤버들 중 가장 어리다. 그래서인지 일상에서도 막내 특유의 귀여움이 넘친다고 한다. 멤버들 사이에서 비타민 역할을 맡고 있는데, 종종 차 안에서 언니들에게 기운을 주기 위해 트로트를 불러주기도 한다는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 만렙 막내 기질은 뉴스에이드 팀워크테스트에서 빛을 발했다. 언니들이 지나가듯 말한 것도 모두 기억하고 있었기에 혼자서 무려 5문제를 맞히는 역대급 성적을 기록했던 것.
멤버들이 “너 진짜 천재다”라고 감탄을 아끼지 않자, 올리비아 혜는 “이런 게 바로 막내죠. 언니들을 알아야 해요”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또한 최근에는 yyxy 활동을 하면서 적성을 살려 팀 내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전해왔다.
올리비아 혜의 가장 큰 외적인 특징은 한 눈에 들어오는 세모 입술과 한 번만 들어도 인상적인 말투와 목소리다. yyxy 멤버 전원이 올리비아 혜의 성대모사가 가능할 정도다.
높낮이가 거의 없는 한 가지 톤의 목소리와 웬만한 상황에는 동요하지 않는 덤덤하고 느릿한 말투, 드문드문 터져 나오는 장난기가 합쳐져서 올리비아 혜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리얼리티 영상을 통해서도 화장품 보다는 배고픔, 사진 찍기보다는 피곤함이 먼저인 본능적 실리주의 성향을 드러내는데 다른 멤버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성격을 가졌다는 인상을 준다.
이런 느낌으로 냉미녀 비주얼과는 이질적인 로봇 말투를 구사하기 때문인지, 상징 동물은 늑대지만 특유의 귀여움을 들킨(?) 이후 ‘아기늑대’로 불리고 있다.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오디션을 통해 이달의 소녀에 합류한 올리비아 혜는 어렸을 때부터 춤과 노래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데뷔 전에는 “친구들과 학교 다니면서 떡볶이도 많이 먹고 매점도 많이 다니는, 먹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스스로를 표현했다.
이후 몇 년 동안 준비한 끝에 좋은 기회로 오디션을 보게 됐고 그 자리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합격의 영광을 거머쥐게 됐다.
만약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훈녀 프로게이머로 e-스포츠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인터뷰 당시 ‘랜선 소개팅’ 코너 촬영을 위해 ‘처음 보는 사람과 가상의 소개팅을 한다’는 설정과 함께 ‘본인의 성격대로 대답을 하되 인물 설정을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미션을 줬다.
이에 올리비아 혜가 순식간에 만들어낸 것이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서 활약 중인 18세 집순이 프로게이머 손혜주다. 물론 실제 게임 레벨은 아주 낮아서 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후문이다.
다행히 게이머 대신 실제로 택한 걸그룹이 적성에 잘 맞았는지 본격적인 연습생 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훌륭한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yyxy의 안무가 아주 고난이도라고는 할 수 없지만 ‘love4eva’ 파트 바꾸기 게임 당시에도 헤매는 언니들을 이끌며 이브의 안무를 거의 완벽하게 따라가던 모습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틀리게 만들려고 작정한 코너인데도 올리비아 혜의 평소 관찰력과 안무 습득력이 핸디캡을 이겨내 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올리비아 혜가 직접 말하는 올리비아 혜에 대해 들어볼 시간이다.
본인이 직접 보내온 워딩 99.9% 그대로, 느낌 살려서 담아봤다.
* 내 매력 포인트는?
* 내 실제 성격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성격은 귀찮음이 심하고, 행동은 느린 편이고 (고원언니보다는 빠르다), 물 흐르듯 잔잔한 성격이다.
* 내 취미와 특기는?
*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것, 춤과 노래 말고 잘하는 것은?
*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내가 싫어하는 것은 비 오는 날이다. 집 밖에 나가는 걸 안 좋아해서 비 오는 날 집 밖에 나가는 게 제일 싫다.
* 주변 사람들(가족, 실친 등)이 말하는 나는 어떤 사람?
* 멤버들이 보는 Olivia Hye는 어떤 사람?
* 우리는 왜 Olivia Hye에게 ‘입덕’해야 할까?
* Olivia Hye 입덕 코스 3가지를 직접 추천한다면?
2) 특이한 목소리와 Olivia Hye만의 말투
3) 행복해 하는 무대 위 Olivia Hye의 모습
* 정식 데뷔 후 이달의 소녀 활동 외에 꼭 해보고 싶은 것과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데뷔한 지 이제 막 3개월 지난 ‘아기 늑대’ 올리비아 혜. 이 재능 많고 매력적인 만렙 신인의 활약이 곧 거세질 것 같은 느낌이다.
조만간 콜롬비아나 올리브보다 유명해져서 이름이 ‘올리...’으로 잘리는 일이 없길, 검색창에 ‘올’까지만 쳐도 올리비아 혜가 가장 먼저 뜨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