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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2 아재 유저의 '패스 오브 엑자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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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8일, 액션RPG '패스 오브 엑자일(Path of Exile)'이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아블로2를 너무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개발자들이 의기투합하여 차고에서 만들었다는 이 게임은 실제로도 디아블로와 매우 닮았다고 알려져 있다.

- 그 시절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저 개발자분들처럼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지만 디아블로2는 나에게 있어서도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임 중 하나였다. 그런 의미에서 패스 오브 엑자일의 한국 서비스 소식은 매우 반가웠고 오픈과 동시에 플레이를 해보았다. 오늘 포스트에서는 '옛날 디아블로2 유저 입장에서 즐겨본 패스 오브 엑자일'은 어땠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캐릭터'가 아닌 '빌드' 중심
초반에도 몰입감있는 전투

- '하드코어'에서 죽으면 캐릭터 삭제가 아니라 '스탠다드' 서버로 이동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패스 오브 엑자일은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시즌제로 운영한다. 각 시즌은 '래더'가 아닌 '리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새로운 시즌마다 신규 콘텐츠 업데이트와 밸런스 조정이 대폭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저들은 방대한 분량의 패치노트를 읽어보며 이번 시즌에 플레이할 캐릭터를 정한다. 물론 나 같은 뉴비는 6년 이상의 노하우가 축적된 '스타터 빌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정석이다.

패스 오브 엑자일은 캐릭터(직업)를 고르는 방식이 독특하다. 캐릭터가 아니라 '빌드'가 중심이다. 여기서 빌드란 '패시브 트리를 어떻게 찍는지, 스킬석을 어떻게 조합하는지, 어떤 장비 아이템을 사용하는지 등을 정형화해놓은 것'이다. 특히 한 번 찍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패시브 트리가 중심이 된다. 플레이어는 내가 하고 싶은 빌드를 먼저 선택하고, 거기에 맞는 캐릭터를 고른다.

- 척 보기에도 기겁하게 만드는 분량

패스 오브 엑자일의 패시브 트리는 뉴비 유저도 기겁을 하고 도망갈 정도로 방대한 양을 자랑하지만, 어떤 빌드를 갈 것인지 방향성만 정해놓으면 헤맬 일이 없다. 이는 결국 찍어야 할 패시브 트리가 정해져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 사실 빌드를 보고 찍으면 꽤 단순하다

하지만 이렇게 패시브 스킬 트리가 방대한 덕분에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빌드 또한 나올 수 있었고, 나 같은 후발 주자들은 '어떤 패시브 트리가 아닌 어떤 빌드'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즐거움을 얻는다. 효율 측면에서 보면 훨씬 이득인 셈이다.

처음에 나는 이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레인저'라는 캐릭터를 골랐다. '디아블로2 아마존과 비슷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 안일한 생각은 곧이어 결과로 나타났다. 어떤 빌드를 하겠다는 생각도 없이 막연하게 시작한 캐릭터의 패시브 트리는 중반부에 진입할수록 엉망이 됐다.


플레이할수록 나도 '아 이건 뭔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완전히 잘못 찍은 '망캐'가 아닐까 끊임없이 걱정해야 했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결심했다.

- 조폭넥처럼 언데드 소환수로 싸우는 스펙터 빌드

다음에 내가 선택한 캐릭터는 '위치'다. 유튜브와 커뮤니티 검색을 통해 여러 가지 스타터 빌드를 살펴보니 '스펙터'라는 빌드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스펙터는 시체를 언데드로 만들어 싸우는 빌드이며 디아블로2에 비유하면 '소환(조폭) 네크'같은 느낌이다. 

- 스스로 시체를 생산해낼 수 있는 페오엑 네크로맨서. 보스전도 문제없다

2회차는 처음 근본 없는 캐릭터를 키울 때보다 훨씬 수월했다. 우선 창고가 계정 공유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아이템 세팅이 수월했다. 모든 몬스터를 잡기보다는 어느 정도 건너뛰기도 하면서 주요 퀘스트 중심으로 진행했다. 액트(장)를 빠르게 넘겨서 강한 몬스터를 잡는 편이 효율적이었다.


시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디아2 네크와는 달리, 패오엑 네크는 스스로 시체를 생산하는 스킬을 쓴다는 점에서 융통성이 있었다. 초반에는 마법 스킬석을 착용하고 직접 싸우는 경우가 많지만, 레벨이 오를수록 패시브를 찍으면서 소환수에 대한 의존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 스킬은 장착만 하면 누구나 쓸 수 있다. 또한 스킬석, 고유 아이템에는 영문명이 적혀 있어 해외 공략을 참고하거나 거래소에 검색하기 좋다.

패스 오브 엑자일은 스킬석을 장비에 장착하면 해당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즉 스킬석만 착용하면 어쌔신도 좀비를 소환하고 시체 폭발을 쓸 수 있다. 앞서 캐릭터 선택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던 이유가 이것이다. 스킬석은 언제든 장착과 해제가 가능하고, 대부분 상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패시브 트리는 정해져있지만, 스킬만큼은 내가 쓰고 싶은 스킬을 마구 써보면서 키울 수 있다.

- 초반에도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가능하다.

- 이쯤 되면 유배자가 아니라 어느 행성에서 날아온 외계인이 아닐까 싶다.

패스 오브 엑자일은 20레벨 정도만 되어도 상당히 몰입감 있는 전투를 즐길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크게 거부감없이 2회차 캐릭터를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80~90레벨에 육박하는 고수 유저분들의 플레이를 보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른 속도감을 자랑한다. 핵앤슬래시, 액션RPG라는 장르에 걸맞은 빠르고 시원시원한 전투가 이 게임의 최고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조던, 굴룬 생각난다..
다양한 오브 화폐, 거래소 시스템

- 패스 오브 엑자일에서 화폐로 사용되는 다양한 오브들. 단순 거래 용도 뿐 아니라 장비 아이템에 사용하면 다양한 효과를 준다.

- NPC에게 아이템을 판매하는 모습. 오브, 주문서 조각 등으로 값을 쳐준다.

한편 패스 오브 엑자일에서 아이템을 거래할 땐 '오브'라는 화폐 아이템을 사용한다. 디아블로2는 그래도 형식적으로나마 골드는 존재했는데, 여기는 아예 그런 개념조차 없다. NPC에게 아이템을 팔려고 할 때조차 주문서나 오브 조각, 오브 등으로 값을 쳐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흐뭇한 득템의 재미. 초반에도 비교적 쉽게 획득한다.

'카오스 오브'는 디아블로2로 따지면 조던, 굴룬 정도 되는 대중적인 화폐다. 엔드 아이템을 거래할 때까지도 카오스 오브를 많이 사용한다. 이때 디아블로2와 가장 큰 차이는 초반부를 플레이하면서도 운이 좋으면 종종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위 호환 오브나 아이템을 모아 다른 유저와 거래하면 꽤 쉽게 카오스 오브를 장만할 수 있다. 

- 파밍과 레벨업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매력이 있다

-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연출도 인상적

결과적으로 패스 오브 엑자일은 레벨업과 동시에 파밍이 진행되며 이때 장만한 아이템을 엔드 콘텐츠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굉장히 매력적인 경험이었고 현재 나는 '교복'이라고 불리는 '타뷸라 라사'를 사기 위해 열심히 카옵을 모으는 중이다.

- 공식 홈페이지 거래소의 모습. 옵션, 가격, 판매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거래를 하는 방법도 재미있다. 게임 내에 별도의 경매장같은 시스템이 없고 공식 홈페이지의 '거래소'를 이용한다. 여기에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검색하면 실시간으로 접속한 유저들이 판매하는 아이템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 거래를 희망하는 귓말을 보내자 파티 초대가 왔다

사고 싶은 물건을 확인했다면 판매자 닉네임 아래에 있는 '귓속말' 아이콘을 클릭해 메시지를 복사한다. 게임에 들어와 메시지를 붙여넣기 하면 판매자의 언어로 물건을 사고 싶다는 의사를 보낸다.


판매자가 이를 보고 나에게 파티 초대를 보내고, 나는 이를 승낙한 다음 판매자의 '은신처(일종의 아지트)'로 이동한다. 여기에서 거래를 완료하고 가볍게 땡큐 한 마디 건네며 빠져나오면 된다.

- 판매자의 은신처에 방문해 거래하는 모습

이는 디아블로2에서 비번방을 만들어 놓고 장사하는 모습과 유사했다. 사실 대충 경매장에 올려놓으면 알아서 팔리는 다른 요즘 게임들과 비교하면 너무 구식이다. 불편하다. 아이템 10가지를 팔려면 이 과정을 10번이나 반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 내가 원하는 아이템 옵션을 필터링할 수 있다

- 라이브 검색 기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물품을 확인하는 모습. '타뷸라 라사'같은 인기 아이템은 초단위로 올라온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패스 오브 엑자일의 개성이라고 느꼈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디아블로2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필터링 기능'을 통해 세부적으로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찾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내가 찾는 아이템이 거래소에 올라오면 실시간으로 알람이 울리는 '라이브 검색'도 유용했다. 괜찮은 매물이 올라왔다 싶어서 귓말을 보내보면 대부분 대답이 없거나 'Sold'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는 점은 조금 귀찮았다. 세계적으로 모니터링 중이신 분들이 많나 보다.


과금 요소 거의 없고 액션RPG의 재미에 충실
디아블로2의 향수와 재미 느끼기에 충분해

- 1포인트에 110원이라고 보면 된다.

- 오버워치 전리품 상자와 비슷한 느낌

- 무려 50만원짜리 과금도 있다. 이 금액에 준하는 '포인트'를 기본적으로 주기 때문에 두고두고 쓸 수 있을듯하다.

지금까지 패스 오브 엑자일을 플레이하면서 과금이 필요하다고 느낀 경우는 '화폐 보관함'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앞서 말한 '카오스 오브' 이외에도 화폐 종류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사실상 필수라고 생각한다. 가격은 7,700원 정도다.


파밍 속도가 빠른 후반부에 진입하면 비슷한 가격대에 형성된 추가 보관함을 구매하면 된다. 이외에는 외형을 변경하는 아이템이나 '개척자 미스터리 박스'라는 랜덤박스가 전부다. 랜덤박스는 오버워치의 전리품 상자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된다. 능력치가 달린 과금 아이템이 없기 때문이다.

- 액트7에 오면 저승사자 정모 마냥 시뻘건 '스타터팩 무기'를 들고 '갓'을 쓴 뉴비들을 볼 수 있다

패스 오브 엑자일을 플레이해볼까 고민하시는 분들께서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 보인다'는 이유를 많이 꼽으신다. 사실 나도 처음에 그 부분 때문에 많이 망설여졌었다. 그런데 직접 플레이해보니 '공부해서라도 빠져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아블로2와 닮은 액션RPG답게 불편한 부분도 있고 호불호도 갈리겠지만, 전투는 가벼운듯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었고 아이템을 파밍하는 과정이 옛날 그 시절로 되돌아간듯한 기분을 선사해준다.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점도 좋았다.


오랜만에 밥 시간도 잊은 채 게임에 푹 빠지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고 '1주일 동안 휴가내고 이거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액트 하나를 밀 수 있는 시간에 글을 쓰기로 결심한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패스 오브 엑자일은 한때 디아블로2에 빠져봤던 유저라면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과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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