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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만든 오버워치 토르비욘 포탑?

메이킹에 빠진 대학생 장인 '콩돌이 프로덕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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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오래전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한국 부산 맵이 최초로 공개된 작년 8월 오버워치 팬 페스티벌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정말 다양하고 퀄리티가 높은 코스프레와 굿즈들로 눈이 즐거웠습니다만 그중 특히 이목을 끄는 작품이 하나 있었죠.

그 정체는 실물로 제작된 토르비욘의 포탑이었습니다. 오버워치 공식 유튜브 채널에도 올라왔었기 때문에 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단순히 모양만 비슷하게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라 작동까지 하게끔 설계를 해놓았죠.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어떤 사연으로 저걸 만들기 시작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 길로 무작정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의외로 흔쾌히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회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토르비욘 포탑을 제작한 '콩돌이 프로덕션'이 위치한 곳은 서울대학교의 한 연구소. 쾌쾌한 먼지를 뒤집어쓰며 포탑과 씨름하는 멤버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콩돌이 프로덕션은 같은 서울대 공대를 다니는 최수현 씨와 최호진 씨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팀입니다. 그 후에 김동석 씨, 이진호 씨, 박인영 씨가 합류해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되었죠.


곧이어 팀의 맏형인 이수현 씨가 나서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콩돌이 프로덕션 초창기 멤버 2명이 '메이커'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11월 경이었습니다.

- 포탑을 시연 중인 팀원들. 좁은 자취방 시절을 생각하면 굉장히 넓은 공간입니다

"처음에는 소위 '양덕'들이 차고에서 이상한 물건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흥미를 느꼈어요. 저랑 호진이도 따라서 3평짜리 자취방에서도 만들 수 있는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죠. 다리미판 위에서 납땜질을 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 올리곤 했어요."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메이킹의 매력을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외 메이커들에게 '우리나라에도 나 같은 괴짜 공대생이 있다!'는 사실도 알리고 싶었고요."

"열심히 만들고 여러 가지 결과물을 내놓으니까 교수님도 관심을 가지셨고, 이렇게 넓은 공간을 제공해주셨어요. 경기 콘텐츠 진흥원에서 유튜버 지원 사업이 있어서 그쪽에서도 많은 지원을 받았고요. 멤버도 계속 1명씩 합류하면서 총 5명이 되었습니다."

- 비트코인 모양의 AI 스피커 '비트박스(BITBOX)'. 가격이 떨어지면 '한강 가즈아~'하는 유머 요소도 넣었습니다.

콩돌이 프로덕션이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2018년 1월 경에 공개한 비트코인 형태의 AI 스피커 '비트박스(BITBOX)'였습니다. 실시간으로 비트코인의 가격 알람을 해주고 가격 예측을 해주는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안 그래도 당시 인터넷에서는 '가즈아~'로 도배될 정도로 유행을 끌고 있던 상황이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많은 관심을 모을 수 있었죠.


이 일을 계기로 콩돌이 프로덕션은 '메이킹 문화가 관심을 모으기 위해선 어느 정도 유행을 따를 필요가 있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 미세먼지 마스크를 대신해서 만들어본 스톰트루퍼 방독면. 커뮤니티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다음에는 미세먼지가 이슈라는 점을 착안해 스타워즈 시리즈에 나오는 스톰트루퍼 방독면을 만들었고, 그 안에 필터와 냉각팬을 넣어 공기 청정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죠. 인터넷 커뮤니티 베스트 게시글에 올랐고 각종 매체에서 취재를 요청해왔습니다.


오버워치 토르비욘의 포탑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맥락입니다. 포탑을 만들자고 결정했을 당시 팀의 멤버 중 한 명이 군대를 가야 하는 위기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헤쳐나갔습니다.


- 사진 찍는 줄도 모르고 몰입 중인 김동석 씨. 머리가 짧은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 '헤헤헤 너한테 기대가 크구나'

"토르비욘이 비주류 캐릭터잖아요. 사실 포탑 디자인이 엄청 예쁜데 그 매력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그 매력을 살려보자는 취지도 있었어요."

"포탑은 오래전부터 계획했어요. 2017년 12월 정도였나? 저희 팀에 있는 동석이가 매일 2시간씩 사지방 컴퓨터로 2개월 만에 설계도를 완성했죠.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비밀리에 진행되는 프로젝트였어요."

"고증을 철저히 하자는 게 포탑 메이킹의 목표였어요. 설계를 담당한 동석이는 휴가 나올 때마다 오버워치를 하면서 포탑을 열심히 관찰했죠. 장전 메커니즘은 동석이가 원래 밀리터리 덕후였기 때문에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웨더링(얼룩, 때)' 또한 꼼꼼하게 구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콩돌이 프로덕션의 이수현 씨

군인의 혼을 불살라 만들어낸 포탑 설계도였건만 진짜는 이제부터였습니다. 설계한 부품을 전부 3D프린터로 뽑아야 하는데, 부품 하나 뽑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3일 이상이 걸렸습니다.


포탑 하나를 만들기 위해 3D프린터를 가동한 시간은 무려 2,000시간. 그 시간 동안 팀원들도 매일 같이 연구소에 출근하며 포탑을 만져야 했습니다.


앓는 소리를 할 법도 하지만 그 과정을 이야기하는 수현 씨의 눈동자는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습니다.

- 얼룩과 때도 자연스럽게 구현한 토르비욘 포탑

- 팀원들끼리는 이 뚜껑 부분을 게딱지라 부른다고..

"저희는 이 빨간 부분을 게딱지라고 부르거든요. 이 게딱지 하나를 3D프린터로 뽑으면 3일이 걸려요. 이렇게 다른 부품들도 전부 뽑느라 4달이 걸렸고요. 각 부품을 가공하고 도색하면 2~3주 정도 걸리죠."

"웨더링(얼룩, 때를 만드는 일) 작업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눈에 바로 보이니까 뿌듯하거든요."

"안에 들어가 있는 모터는 30kg 정도 나가요. 모터 값만 몇 십만 원인데 옮길 때는 여럿이 달려들어서 조심조심 들어 올립니다."

"아두이노라는 전자 회로가 있어요. 그걸 넣어서 포탑의 방향을 제어하고 스펀지 공도 발사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동전 야구장처럼 뒤에서 공기가 밀어서 발사하는 방식이에요."

- 크고.. 아름다워요..

- 저기에서 귀여운 스펀지 공이 발사됩니다

- 이렇게 말이죠(좌측 쓰러지는 플라스틱 컵)

- 속은 굉장히 복잡한 모습입니다

- 휴가 동안에도 오버워치를 하며 꼼꼼하게 구현했다고 하네요

- 제작 과정을 한 번 보면 '일단 만들어! 그리고 부숴!' 드립을 칠 수가 없습니다

문과 출신인 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사포로 쏟아내는 전문 용어에 잠시 정신을 잃을뻔했습니다만, 이 포탑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들었다는 사실은 전해져 왔습니다. 오버워치 팬 페스티벌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개를 한 소감도 궁금했죠. 한 번 물어봤습니다.

"처음에는 '다 만들면 블리자드 본사에 팔고 인증샷도 찍고 오자!'라는 용감한 목표를 세웠어요. 근데 때마침 개최된 오버워치 팬 페스티벌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공개하게 됐죠.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은 이룬 셈이니까 만족스럽습니다."

"오버워치 팀에서 직접 준비한 거라 생각하신 관객분들도 계셨어요. 모형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움직이니까 놀라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마침 토르비욘 코스프레를 하신 분이 계셔서 같이 셀카도 찍었습니다. '이 맛에 메이킹하는 거지'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죠."

마침내 완성품이 오버워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기 전까지도 콩돌이 프로덕션은 열심히 메이킹에 몰두했습니다.


포탑뿐만 아니라 조이스틱을 탑재해 실제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배틀그라운드 모형 총'을 만들어 해외 커뮤니티 레딧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요.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 및 방위산업체인 '보잉'과 콜라보를 통해 여성 공학자 양성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최근에는 KBS에서 '펭귄 촬영을 위한 스파이캠'의 제작 의뢰를 받아 밤을 새우면서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콩돌이 프로덕션의 메이킹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버워치 속 영웅들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것처럼 말이죠.


워낙 포탑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어서 제가 방해하는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만 하고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물건이요? 팀원마다 관심있는 주제나 성향이 달라서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다면.. 스타크래프트2에 나오는 강습병의 제트팩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요. 언젠가는 디바 메카도 만들어보고 싶네요. 자폭 기능은 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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