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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고 지루한 영화에 질렸을 때 추천하는 작품

<서울독립영화제 2018> 추천 장편영화 11선
케첩 작성일자2018.11.28. | 26,069 읽음

11월 29일 목요일에 개막하는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직접 추천한,


배치기

17편의 독립 영화들 가운데

11편을 엄선해 소개합니닷! 두둥!

1.

[개막작]

잠시 쉬어가도 좋아

재능 있는 창작자에게 차기작의 기회를 제공하고 극장 개봉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지원 프로그램 ‘독립영화 차기작 프로젝트 : 인디트라이앵글’에서 올해는 ‘독립 (independent)’이라는 키워드 아래 세 편의 이야기를 모았다. 

<돌아오는 길엔>(강동완 연출)은 모처럼 여행에 나선 어느 가족의 이야기이다. 소동의 밤을 보내고 맞이하는 새로운 날은 어제와는 분명히 다른 내일의 공기가 흐른다.

<대풍감>(김한라 연출)은 빛나는 청춘의 표상을 조명하고 있다. 20대 청년의 뜻밖의 동행엔 기준점 없는 막막한 생의 기운이 넘실거린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임오정 연출)는 30대 프리랜서 미혼여성의 생활에 문을 두드린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갑자기 찾아드는 낯선 존재들이 그녀의 고요를 깨뜨린다.


2.

[경쟁장편 4]

작은 빛

뇌수술을 앞두고 기억을 잃을 수 있다는 선고를 받은 주인공은 가족을 포함하여 주변의 인물과 조심스럽게 어울린다. 낮고 소소한 음성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흡사 실제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와 닮아 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드라마틱한 사연이 서슴없이 튀어나오지만, 영화는 좀처럼 동요하지 않는다. 건조하게 삶을 관조하나, 위악적이지도 냉소적이지도 않은 특별한 태도이다. 기억을 간직하고 싶은 주인공은 캠코더를 통해 기록하며, 먼지처럼 반짝이던 기억의 편린을 수집하는데, 나아가 이 작품의 카메라가 그러하다. <작은 빛>은 우리에게 자신을 처음 선보이는 미지의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빛으로서의 영화와 기억으로서의 영화가 절묘하게 조합되어 있는 작품!

3.

[경쟁장편 8]

길모퉁이 가게

대학을 가지 않기로 한 청소년과 지원이 아닌 자립을 고민하던 중 2011년 사회적 기업 ‘소풍가는 고양이’가 문을 연다. 그들이 도전한 새로운 실험은 ‘일’ 노동이었다. 도시락 가게는 구성원에겐 사회로 나아가는 실질적인 학교이자 일터였지만, 이곳 역시 시스템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2014년 연 매출 4백만 원에 6명이 일하던 가게는 고민을 거듭한 시도 끝에 3년 뒤 매출 5천만 원을 돌파한다. 더불어 자본의 논리가 응축된 매서운 현장으로 변해간다. 자본주의는 번번이 오지 않은 미래 앞에서 무기력하다. 그리하여 불안이 ‘오늘’을 잠식한다. 더 안정된 급여는 더 큰 매출과 더 많은 노동이라는 단서 아래 가능하다.

삶과 노동의 가치에 대해 사려 깊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

4.

[경쟁장편 9]

메기

국가인권위원회의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메기>는 영화적 매력으로 계몽을 압도하는 작품이다. 변두리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윤영이 발견한 쪽지는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암시이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성관계 엑스레이가 발견되고, 서로를 의심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어항 속 메기는 전지적 시점으로 모자라고 서툰 인간 사회를 조롱하듯 관찰한다. 그러는 가운데 도시 곳곳에서 진짜 구덩이가 생긴다. 청년들은 맨홀을 메우는 일자리에 동원된다. 사회는 그렇게 굴러간다. 영화가 전개되며, 인물들은 각자의 구덩이를 만나게 된다.

곳곳에 재미난 은유가 숨어있는 재기발랄할 작품!

5.

[경쟁장편 10]

김군

광주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김군>은 보수논객 지만원의 주장을 따라가며 한국사회의 작동원리를 파헤친다.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이라는 신원미상의 사람들이 있다. 영화는 이들의 존재를 장르적으로 추적하며 5.18을 다시 조명한다. 북한 간첩 ‘광수들’을 해체하기 위해 광주 시민들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스스로 끄집어내야 했다. 이러한 수고로움이 여전히 반복되어야 하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역사에 집중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이 작품은 광주를 지켰던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 ‘김군’에 대한 것이자, 선명한 조각들로 맞추어진 역사에 대한 반성적 시각을 담고 있는 확장된 다큐멘터리이다.

그 시절 광주를 지켰던 수없이 많은, 이름 없는 모든 ‘김군’들의 이야기.

6.

[선택장편 3]

경치 좋은 자리

영화 <경치 좋은 자리>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자리를 헤매는 한편의 로드무비이다. 첫 쇼트부터 롱테이크로 시작하는 영화에서 여자는 어머니의 유해를 들고 느린 걸음으로 고향 마을에 들어선다. 생활에 지친 그녀에게 마을은 기억이 통째로 가라앉은 상처의 공간이다. 수몰 보상금으로 파탄에 이른 아버지와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지를 가짜 이전해(실제로는 화장한다) 보상금을 아끼려 한다는 몇몇 사실과 사건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반적으로 산 것과 죽은 것 사이에 기이한 정서를 담고 있다. 마을 초입에서 안내자를 자처한 사람들은 마치 유령과도 같고, 여자는 다른 ‘계’에 접속하는 듯 물의 자리를 오간다. 겨울의 마른 바람 소리와 깊은 물의 이미지가 이러한 무드에 배경이 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산 것과 죽은 것 사이에 기이한 정서를 담고 있다.

7.

[선택장편 7]

벌새

서울독립영화제에 소개된 바 있는 단편 <리코더시험>의 확장 버전이다. 단편이 주인공의 초등학교 시절을 담고 있다면 <벌새>는 중학생 은희의 그때 그 시절 이야기이다. 성수대교 붕괴로 상징되는 1994년은 곳곳에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가부장의 폭력, 경쟁에 대한 강요, 관계의 피곤함과 간절함까지 은희에게 이곳은 이해하기 벅찬 세상이다. 영화는 가족, 학교, 사회의 일상적 폭력을 의심하고 열렬한 사랑과 우정에 분투하는 소녀의 성장담을 밀도 있게 세공하여 보여준다. 20여 년이 지나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했고, 훨씬 더 각박해져 있다. 1994년은 은희가 세상과 마주친 뜨거운 시간이자 ‘지금’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가부장의 폭력, 경쟁에 대한 강요, 관계의 피곤함과 간절함까지... 참 이해하기 벅찬 세상을 그린 영화.

8.

[초청장편 5]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영화는 패기 있는 예술가이자, 무책임한 아버지를 찾아가는 딸의 호기심과 질문에서 시작한다. 장래가 촉망되던 행위예술가 철웅은 기행을 거듭하며 세계를 떠돈다. 우연히 철웅의 비디오를 본 딸 하나는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심한다. 아버지의 예술가 친구를 만나가던 중 철웅이 한국에서 열리는 전위예술 축제에 초대된다. 마침내 하나는 그를 대면할 기회를 갖는다. 영화 속에서 하나가 택한 다큐멘터리는 아버지 철웅을 이해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자, 그에게 다가가는 알리바이이며, 예술을 기록하는 매체가 된다. 또한 이 영화의 시점이기도 하다.

'예술'에 대한 질문, 회의, 동경과 더불어, 현실에 부딪힌 파탄의 조각에 대한 기록.

9.

[초청장편]

녹차의 중력

30년 가까이 임권택의 세계를 탐구해온 평론가 정성일이 이번에는 글이 아닌 영화로 임권택에 대한 비평을 시도한다. 두 편으로 나뉜 <녹차의 중력>과 <백두 번 째 구름>은 여전히 진행 중인 정성일의 ‘임권택론’이다. <녹차의 중력>은 백두 번째 영화 <화장>을 앞둔 노감독의 기다림의 시간에 동행하는 과정이다. 영화는 감독 임권택뿐만 아니라, 인간 임권택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며 거기 담긴 세월과 역사와 수많은 감정들에 공명한다.

감독 임권택뿐만 아니라, 인간 임권택까지...

10.

[초청장편]

백두 번째 구름

<백두 번째 구름>은 마침내 시작된 <화장>의 촬영현장에 입회해서 임권택의 작품세계를 면밀하게 관찰하며 더없이 엄밀한 감독의 태도에 집중한다. 두 편의 영화는 <천당의 밤과 안개>(왕빙)에 이어 정성일이 카메라로 쓴 창의적이고 성실한 영화비평이자, 평론가가 한 감독에게 바칠 수 있는 최선의 마음이며, 관객인 우리에게는 치열한 예술가 ‘임권택’의 시간을 목도하고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평론가가 한 감독에게 바칠 수 있는 최선의 마음.

11.

[초청장편 15]

무녀도

한국 단편문학 애니메이션을 창작해 왔던 안재훈 감독의 신작 <무녀도>는 시리즈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김동리 원작의 <무녀도>는 토속적 샤머니즘과 기독교의 세계관이 충돌하는 근대 한국을 배경에 두고 있다. 무녀 모화와 아들 욱이가 사상적으로 대립하고 여기에 귀머리 딸 낭이의 슬픈 사연이 전해진다. 김동리의 문학의 서사를 충실히 따라가며 펼쳐지는 애니메이팅은 화려한 색과 움직임으로 우리를 개화기에 시간으로 초대한다. 안재훈 감독은 여기에 춤과 노래를 더해 놀라운 한국적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탄생시킨다. 동양적인 이미지와 서양적인 사운드를 결합시킴으로써, 서사 내부에 동서양의 갈등이 영화적 구조를 통해 봉합되는 것 또한 흥미롭고 상징적이다.

서사 내부에 동서양의 갈등이 영화적 구조를 통해 봉합되는 것이 흥미롭다.

기타치고 노래하고

새로운 시선, 새로운 재미

그리고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다면...!

KBS미디어 박재환

kino@kbs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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