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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골프리뷰

국내 골퍼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

The Story of Brama G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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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골프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기록을 보면, 첫 골프 코스는 1897년 해양관광공사에 고용된 영국인 몇 명이 관세청 옆에 임시로 6 홀짜리 코스를 만들면서 국내에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두 번의 세계 대전 및 한국 전쟁을 치르는 동안 골프는 거의 잊혀 있었고, 1980년대 후반까지도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는 손길이 닿지 않는 스포츠로 남아 있었다.


한국 골프의 중요한 전환점은 1998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한국 골퍼가 최초로 여성 US 오픈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때였다. 당시 IMF 금융위기에 직면해 있었던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국민 영웅 박세리였다.


전국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그녀의 우승은 새로운 세대의 골퍼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오늘날, '세리 키즈'는 세계의 여자 프로골프 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1998 US Women's Open 우승자 박세리의 유명한 샷

출처[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1990년대에 또 다른 한 명의 영웅이 한국 골프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한국 골프계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주인공, (주)하나산업사 김길선 대표의 놀라운 이야기이다.


오늘날의 Volvik과 MFS 골프 같은 한국 골프 브랜드는 세계의 각종 프로 투어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 1990년 이전의 PONY 현대자동차가 해외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멸시당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일화가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골퍼는 국내에서 만든 제품들을 선호하지 않는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주변 골퍼로부터 알아본 결과, 높은 가격 및 골프 클럽 브랜드 선호도는 일본이 월등하게 1위였으며, 그 다음은 미국 브랜드로 나타났다. 대만과 중국 제품은 예상대로 선호도는 높다고 할 수 없지만, 워낙 많은 브랜드 OEM을 만드는 나라여서 다들 그러려니 하는것 같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중 국내 브랜드는 없었으며, 있었다고 해도 선호도가 최하위였을 것이다.


유독 국내 골프 브랜드들은 왜 한국 골퍼에게 이리도 외면당할까? 손재주 하나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민족이며, 삼성과 현대 자동차를 둔 자랑스러운 한국 아닌가?


나는 이 질문을 많은 분에게 물었지만 다들 당연하듯 일본 제품은 질이 좋고 한국 제품은 안 좋다는 말뿐이었다. 솔직히, 나도 일본에서 제조한 골프 클럽이 무조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다들 그렇게 말하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사실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국내 브랜드 클럽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국내에서 생산된 골프 클럽은 질이 떨어진다는 소문이 사실로 인정되기 시작했을까?


나는 이 기사를 쓰기 약 2년 전부터 국내 골프 클럽 제조업체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다녔다. 그러나 몇몇 골프 용품 및 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빼고는 100% 골프 클럽을 만드는 한국 기업은 찾아볼 수 없었다.


브라마 골프를 아시는가?


당신은 아마도 브라마 골프와 김길선 대표의 이름을 오늘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지난30년간 동안, 조금이라도 골프를 즐겨봤다고 한다면 그가 만들어 낸 골프 클럽을 사용했거나 들어봤을 확률은 거의 100%이다.


오늘날 부산 김해공항 인근에 본사를 둔 하나산업사는 1995년부터 고급 골프채를 생산해 온 완전 한국 소유의 골프 클럽 제조업체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R&D, CNC 정밀 가공, 연마, 골프클럽 피팅 및 제작까지 할수있는 토탈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처럼 30년 넘게 국내 업체가 한국에서 클럽을 디자인하고 제작해왔지만, 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불과 몇 달 전이었다. 실로 놀라웠다. 


매일 인터넷을 누비며 골프 장비 관련 뉴스를 뒤지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내가 어떻게 이리 오랫동안 몰랐을까?

 

부산에 위치한 하나산업사 본사 및 힐튼 골프백화점


김 대표를 만나기 위해 작년 가을부터 몇 차례 연락을 시도한 결과, 마침내 지난 5월에 만나서 그의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현재 42년째 골프 클럽 제조를 하고 있는 김 대표는 1978년부터 방위산업의 직원으로 골프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공학을 전공한 그는 퇴사 후, 1995년 1월 10일 하나산업사를 설립하고 곧바로 골프 제조업에 진출했다.


당시 한국은 IMF 시대에 들어서기 직전으로, 골프 산업은 성황을 이루는 중이었고 국내 골프 브랜드만 40개 가까이 있었다고 한다.


(주)하나산업사 김길선 대표

출처골프저널


국내시장은 IMF로부터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동안 김 대표의 사업은 1998년부터 오히려 절정에 달했다. 뛰어난 기술력과 퀄리티 높은 제품은 초기부터 만들어지기가 무섭게 엄청난 속도로 팔려나갔다. 


특히, 골프채에 관한 세금은 그 당시 무려 68%였고, 해외로 수출되는 고급 OEM 브랜드 클럽들은 매우 유리한 미국 달러 환율 덕분에 더욱더 큰 호황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IMF와 그 이후 우리 회사는 많은 외화 및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그때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팔린 상당한 부분의 골프 클럽들이 우리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었지요.

실로 엄청난 OEM 주문 수요를 맞추기 위해 42명의 직원이 매일 밤 9시까지 일했고 모두 많은 급여를 받아 갔습니다."


급성장한 하나산업사는 1998년에 브라마 골프 (Brilliant & Marvelous 단어를 조합한 Brama) 자체 브랜드를 출시해서 국내에서도 클럽을 판매하고자 했다.


흥미롭게도, 프리미엄 고반발 드라이버에 자주 사용되는 금색 코팅 (ion gold plating) 기술 또한 김 대표가 최초로 개발했다고 한다. IMF 금 모으기 운동에서 영감을 받은 김 대표는 구소련에서 개발된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고급스러운 금색상 및 얇은 클럽페이스로 최장 비거리를 실현했다. 


구소련 기술로 처음 금색 도감을 만든 하나산업사


그러나 국내 골퍼들의 첫 반응은 시큰둥했다. 익숙하지 않은 누런 골프채를 어떻게 쓰냐고 사용을 주저했으나, 막상 사용해보니 타구음과 거리 방향성이 뛰어났던 것이다. 이 사실이 구전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자 금색 드라이버는 미처 생산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팔려나갔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골드와 블랙 색상 이온 도금은 그때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인터뷰 시, 김 대표는 기밀 유지 계약 때문에 당시 만들어준 많은 일본 유명 브랜드는 오늘날까지 밝히지 못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국내 브랜드도 제조한 적이 있냐고 묻자 김 대표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2000년도 이전부터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미사일, 데이비드, 팬텀 등 국내 브랜드 여럿을 손꼽았다.


김 대표에 의하면, 지금까지 하나산업사는 거의 40개의 골프 브랜드를 위한 클럽을 생산했으며, 위 브랜드를 포함한 여러 국산 브랜드도 손수 디자인하고 밤새워 작업했다고 한다. 


몇몇 국산 브랜드는 2008년까지만 해도 실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많은 인기를 누리던 국내 골프 브랜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출처부산일보


2007년쯤, 하나산업사의 작업 능력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모두 쉴 새 없이 작업해도 일은 끝이 없었습니다. 직원들이 견디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국내 기업들은 끊임없이 더 많은 양을 요구했지요. 더는 제품의 질에 영향을 준다고 하니, 국내 브랜드 하나씩 둘씩 중국 공장으로 제조를 통째로 옮기기 시작하더군요. 더 많은 양을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저는 말렸어요. 국내 회사만의 고유 기술 없이 오픈 디자인 (이미 존재하는 표본 디자인을 선택 후 약간 수정해서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믿고 생산하다가는 퀄리티나 A/S 보장도 안 된다고 말이죠. 그러나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는 마당에 제 말을 귀담아들을 리가 없지요."


그때부터, 국내 골프 브랜드의 이미지에 손상이 가기 시작했다고 김 대표는 회상한다. 


비교적 소량이지만 꼼꼼히 만들고 검수하며, 컴퓨터에 일찍이 관심을 가진 덕분에 CNC 밀링 기술도 5년 앞선 김 대표의 제품에 비해,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불량품으로 인한 반품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결국, 한때 훌륭하고 좋다는 국내 클럽들의 평판은 불량품과 불신의 상징으로 연관되며 한국 골퍼들의 기억에서 차츰 사라져 갔다. 


더 불행한 것은, 이 때문에 국내에 수많은 골프 관련 업체들 또한 ‘국산 제품은 일본제보다 한참 못한다’라는 억울한 오해로 힘들게 운영하다가 쓰러져 갔을 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원래 국내에는 골프 클럽을 잘 만드는 회사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일본 제품이 제조 과정 및 기술, 마감과 타감 등 월등히 앞선다는 근거 없는 ‘사실’만이 남게 되었다는 게 나의 추측이다. 


나도 그렇게 잘못된 정보를 고스란히 믿고 주변에 퍼뜨려왔기에 말이다.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오픈 디자인을 절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저희만의 기술력과 개발력 때문에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고, 또한 지금까지 이렇게 생존해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국내 골프 제조 업체들이 자체사의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면, 세계 어느 나라의 공장에서 제조를 의뢰한다고 해도 잘 만들었을 것이며 오늘날 한국 골프 산업은 탄탄했을 거라고 믿습니다."

최첨단 3D 고속 입체 조각기로 독보적인 커스텀이 가능한 브라마 골프 아이언 헤드

출처bramagolf.com


국내 골프 회사들이 중국으로 옮기기 시작함으로 영업이 악화된 하나산업사는 2008년부터 적극적으로 해외에서 다시 OEM 주문을 찾으러 뛰었다. 


운 좋게도, 과거에 김 대표의 클럽 제조 기술에 큰 인상을 받은 많은 해외사의 주문이 이어졌고, 2018년 봄까지 꾸준히 잘 알려진 여러 일본 브랜드의 클럽을 OEM으로 제조 해왔다.


다시 말하지만, 이처럼 일본과 한국, 심지어 미국 브랜드 일부도 제조해 왔지만, 정작 이 모든 클럽들이 대한민국에서 우리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일본 기술이 무조건 더 좋겠다고 근거 없이 믿었던 내 자신도 지금 돌아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길선 대표는 작년 봄, 모든 것을 내려놓을까도 고민했다고 한다.


어렵게 받아온 해외 OEM 주문을 맞출 인력은 주 52시간 근무제로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손수 그라인딩 작업으로 마무리를 해야 할 베테랑 직원들은 나이로 거의 모두 은퇴했지만, 새로운 젊은 직원들은 오래 남아 있지 않고 좀처럼 열정이 없다고 한다.


작년 4월, 일본 업체의 납품 기한을 지키지 못해 벌금까지 물었던 그는 은퇴를 결심하고 해외의 모든 OEM 주문을 중단했다. 또한, 당시 사장으로 총괄하던 아들을 포함한 20명 넘는 직원을 모두 불러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은 후 정리 해고했다. 


40년 넘게 쉴세없이 작동했던 기계들이 드디어 멈추자, 그의 아내는 건강상 김 대표에게 쉬기를 간절히 권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성취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한평생 쌓아 올린 회사와 브랜드가 이렇게 허무하게 중단되고 잊혀 가는 것을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2018년 10월부터 그는 아내와 함께 회사의 미래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한 후, 새로운 형태의 인기 골프 종목인 파크골프(Park Golf)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골프도 싱글 핸디캡인 그는 요즘 아내와 파크골프를 치고 연구하는 재미에 산다고 한다.

 


지금 김길선 대표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아직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사무실 컴퓨터 앞에서 디자인하고 몇몇 남은 직원들과 함께 식사한다. 


이제 그는 자신의 40년 이상의 경험을 세계 최고 품질의 파크골프 클럽과 장비를 만드는 데 쏟아붓기 시작했고, 다시는 일본 제품의 화려한 광고와 높은 가격에 국내 골퍼들이 현혹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한다.


나는 이 사업을 우리 아이들이나 가족에게 물려주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클럽 만들기 기술에 진정한 관심과 사랑으로, 오로지 국내에서 이 기술이 유지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만약 그런 의지가 있는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이 한국 회사가 계속 운영되기 위해 기꺼이 그들과 의논할 것입니다.

우리는 고유의 기술력과 디자인, 우리만의 노하우와 경력을 갖추고 있기에, 어디에서도 한국 기술과 디자인으로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반드시 필드위에서 우승해야만이 국민 영웅이 되는것은 아니다.


김길선 대표처럼 알려지지 않은 채, 때로는 고집스럽게, 한국 골프 제조업의 자부심을 묵묵히 지켜온 장인들 또한 진정한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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