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엔 선미와 소녀시대, 지금이 2008년인가요?

조회수 2018. 9. 14. 13: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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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NO-EXPECT' 9월 2주 차!

2주에 한 번씩, 주목받는 신보를

포인트 by 포인트로 짚어주는

‘YES-NO-EXPECT’!

2000년대 후반, 가요계는 원더걸스소녀시대라는 두 슈퍼스타 그룹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 "Tell Me", "So Hot", "Nobody", "다시 만난 세계", "Gee", "소원을 말해봐"... 우리 모두가 여전히 기억하는 명곡들이 쏟아져 나왔고, 훗날 K-Pop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흐름의 이정표가 되었다.

그로부터 10년가량이 지났다. 원더걸스는 이제 없고, 소녀시대도 예전 같은 위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름을 받치고 있던 멤버들은 더욱 단단해져서 돌아왔다.선미소녀시대-Oh!GG가 컴백한 9월 2주 차 'YES-NO-EXPECT'를 시작한다.

선미 [WARNING EP]

출처: 메이크어스

이미 "가시나"와 "주인공"으로 자신이 아이돌 출신 솔로 아티스트 중 확고부동한 원탑이라는 것을 증명한 선미. 그렇다면 새로운 타이틀곡 "사이렌 (Siren)"이 동반된 [WARNING]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출처: 메이크어스
  • YES: [WARNING]을 통해 선미는 가까이는 엄정화와 김완선, 멀리는 마돈나(Madonna)와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에 이르는 '팝 디바'의 전통을 계승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놀라운 균형감각을 통해 이를 구체화한다. '가요'적인 레트로함("사이렌 (Siren)", "가시나", "주인공")과 트렌디한 세련됨("곡선", "Black Pearl")이 매끄럽게 공존하는 앨범 전체의 구성이나,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 디바로서의 카리스마를 아이돌 팝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날렵하고 날카로운 감각과 조화시키는 솜씨가 이를 증명한다. 진부한 수식어로 여겨질지도 모르는 '다음 세대의 디바'라는 표현이 이렇게나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가 현재 가요계에 또 있을까?

  • NO: [WARNING]에 대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불평은 '짧다'는 것밖에 없을 것 같다. 앨범 수록곡이 많지 않다는 건 전혀 흠잡힐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높은 완성도의 곡을 들려줄 수 있는 아티스트에게는 좀 더 많은 노래를 (어쩔 수 없이) 기대하게 된다. 과연 다음 작품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 EXPECT: 사실 우리는 선미가 원더걸스의 멤버가 아닌 솔로 활동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걸 이미 "24시간이 모자라"와 "보름달"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ARNING]이 고무적인 것은 원더걸스 후기부터 폭발하기 시작한 선미의 아티스트적 비전이 대중 앞에서 완벽한 형태로 훌륭하게 구현화된 첫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WARNING]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소녀시대-Oh!GG "몰랐니 (Lil` Touch)"

출처: SM ENTERTAINMENT

다소 깨는 이름을 뒤에 붙이긴 했지만, 그래도 소녀시대의 두 번째 유닛으로서의 첫 데뷔곡이다. "몰랐니 (Lil` Touch)"는 카리스마 넘치는 다섯 명의 눈빛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전달할 수 있을까?

출처: SM ENTERTAINMENT
  • YES: 소녀시대 후기 작업의 특징 중 하나인 '매끄럽게 흘러가는 진행'은 Oh!GG의 첫 싱글에서도 여전하며, 여기에 단조 선율을 택하면서 과거 "Mr. Mr." 시절의 강한 느낌을 다시 살려내고 있다. 다섯 명의 유닛으로 재편하면서 화음의 떠들썩함보다는 각 멤버의 파트를 부각하는 방향을 택했는데, 이 역시 곡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와 어울린다. 선택과 집중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노련한 싱글.

  • NO: 곡이 지나칠 정도로 매끄럽게 다듬어져서 인상을 확실하게 박을 수 있는 파트가 부족하다. 비트의 질감이나 믹싱 등의 프로덕션도 그렇고 멤버들의 벌스 파트도 그렇고 조금은 다이내믹함을 추구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해서 든다. '몰랐니'로 시작되는 코러스 멜로디만으로는 이 심심함을 벗어나기엔 역부족이다.

  • EXPECT: 소녀시대의 10주년을 화려하게 자축한 지난해의 [Holiday Night]은, 그러나 그룹의 황혼기를 장식하는 앨범이라고 하기엔 내용물 면에서나 의욕 면에서나 여전히 에너지가 넘쳐나는 앨범이었다. 비록 멤버 구성이 5명으로 줄긴 했지만 그것은 Oh!GG와 "몰랐니"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차트 성적을 보면 사람들 역시 그 에너지에 응원을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소녀시대의 끝은 아직 멀었다는 것을, 이들이 계속해서 증명했으면 한다.

NCT DREAM "We Go Up"

출처: SM ENTERTAINMENT
SM의 재능 넘치는 십 대들, NCT DREAM이 두 번째 미니앨범 [We Go Up]과 동명의 타이틀 트랙으로 돌아왔다. 저번 활동보다 조금 더 어반(Urban)한 느낌을 강조한 듯한 이번 곡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 YES: 이제까지 소년미가 넘치는 팝을 주로 들려줬던 것과는 달리 처음으로 랩이 전면에 나선 구조를 선보이는데, 아이돌 래퍼 중 최고의 실력을 선보이는 마크가 멤버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왜 진작 이러한 시도를 하지 않았는지 의아하게 느껴진다. U나 127 등 다른 서브그룹의 행보와 발을 맞추는 미니멀한 프로덕션과 깔끔한 래핑은DREAM에서도 유효하다.

  • NO: 랩 파트는 마음에 들지만 코러스 파트는 이제까지 NCT DREAM이 들려줬던 노래들과 비교했을 때 청량함도, 임팩트도 부족한 애매함만이 남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두 파트의 조합이 유기적으로 결합했다기보단 따로 놀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약점이다. 상반된 파트를 대조해 낙차 효과를 노린 것이다,라고 좋게 해석하기엔 그 조합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기대 이하다.

  • EXPECT: 차라리 SM 고유의 감각이 돋보이는 날렵한 R&B "1, 2, 3"나 상반기 "Go"의 좋은 기억을 되살려내는 "Drippin'" 같은 트랙을 타이틀로 정했으면 어땠을까? NCT DREAM은 다른 서브그룹 못지않은 충분히 강력한 잠재력을 가진 팀인데, 그룹의 정체성 문제 때문인지 청량함을 앞세우려는 경향이 그 잠재력을 잠식하는 듯한 인상이다.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 입장에서, 조금 더 과감한 시도가 있었으면 한다.

Eminem [Kamikaze]
출처: Aftermath / Universal

8월 31일, 에미넴(Eminem)이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10번째 앨범 [Kamikaze]를 기습 발매했다. 랩 록(Rap rock)의 거장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의 [Licensed to Ill]을 패러디한 재킷과 함께 오랜만에 무차별 디스를 날려대는 앨범은 과연 괜찮을까?

출처: Aftermath / Universal
  • YES: "Rap God"이라 불리는 남자답게 [Kamikaze]에 담긴 에미넴의 스킬과 플로우는 흠잡을 구석이 없다. 그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랩하는 래퍼 중 하나며, 호흡과 호흡 사이에 묘기를 부리듯이 수많은 단어를 집어넣는다. 힙합의 본질이 랩 스킬과 디스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Kamikaze]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작업일 것이며, 에미넴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그의 스킬에 토를 달지는 못할 것이다.

  • NO: 멈블 랩(Mumble rap), 자신의 전작 [Revival]을 비판한 평론가와 유튜버, 가짜 래퍼들... 에미넴의 칼날 같은 혀는 화려하게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모든 것을 공격하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것은 통쾌함이라기보다는 공허함이다. 그는 '원래 해 오던 걸 계속한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계는 정박 랩만이 진리로 받아들여지던 그 음악계가 아니고, 사회에선 여성 혐오와 호모포비아가 가득한 랩에 비판적 시선이 늘어나고 있으며, 무엇보다 에미넴 본인이 더 이상 2000년대 초 힙합계에 센세이셔널하게 갓 등장한 젊은 백인 래퍼가 아니다. 세상도 자신도 변한 마당에 오직 랩 스킬만이 같은 것을 반복하고 있다. 그건 대단한 게 아니라 녹슨 것이 아닐까?

  • EXPECT: 이런 쓴소리는 트렌드를 쫒아가지 못한다는 단편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디트로이트의 가난한 동네 밑바닥에서 기어올라 막 성공 가도에 올라선 '백인 쓰레기' 래퍼의 랩과,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레전드가 된 부자 래퍼의 랩이 그 내용에서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는 [Recovery]가 차라리 더 성숙한 결과물이었다. 나는 에미넴이 45살이라는 나이에 걸맞은 멋을 보여주길 바랬지만, 아무래도 그는 아직 자신이 여전히 젊디 젊은 슬림 셰이디(Slim Shady)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번 'YES-NO-EXPECT'에서 다룬 주목할 작품 이외에도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트로이 시반(Troye Sivan) 등 해외에서 들려온 반가운 신보들이 많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체크해볼 것을 권한다.

'YES-NO-EXPECT'는 2주 뒤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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