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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 Mile> 감독님이 하늘나라로 갔다.

조회수 2016. 10. 28. 09: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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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팁Q&A <힙합의 멋과 맛> 36화.
음악비평가 김봉현의
<힙합의 멋과 맛> 36화

'힙합 영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무엇일까. 사실 세상에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힙합/흑인문화 관련 영화가 있다. 하지만 아마 가장 많은 이가 처음으로 떠올릴 영화는 아무래도 <8 Mile>이 아닐까.

출처: 다음영화

<8 Mile>은 2002년에 개봉한 영화다. 한국에서는 2003년에 개봉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좋아하던 대학교 동기 여자애와 같이 본 것 같다. <8 Mile>의 주인공은 래퍼 에미넴(Eminem)이었다. 그리고 <8 Mile>은 에미넴의 자전적 스토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크게 히트한 이 영화에서 우리는 에미넴의 초창기 모습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출처: 다음영화

평가 역시 좋았다. 일단 힙합 팬들에게 이 영화는 힙합 그 자체였다. 몹 딥(Mobb Deep) 등 기존 힙합 그룹의 비트가 영화에 삽입되었고, 몇 차례의 랩 배틀 장면 역시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렇다고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힙합 팬이 아니더라도 이 영화는 즐겁게 볼 수 있다. '드라마'로서의 구성이 준수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마지막 랩 배틀을 꼽겠다. 에미넴은 파파 독(Papa Doc)에 앞서 1분 30초간 랩을 하는데, 그 내용이 엄청(?)나다. 상식을 뒤집었다고 할까. 랩 배틀에서는 보통 자신의 강점을 강조하고 약점은 숨기는 것이 기본자세다. 하지만 에미넴은 정반대로 랩을 했다. 파파 독이 공격할 만한 자신의 약점을 미리 늘어놓은 것이다.

출처: 다음영화

"난 백인 쓰레기에 엄마랑 트레일러에서 살지. 내 여친은 내 친구랑 바람났고 내 얼간이 친구 놈은 자기 다리에 스스로 총을 쐈어. 그리고 난 너희 무리에게 물씬 얻어터졌지. 그래도 난 내가 자랑스러워. 날 함부로 판단하지 마. 넌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잖아. 날 못마땅하게 보는 녀석들은 다 엿이나 먹어. 자, 이제 사람들이 모를 만한 내 얘기를 해봐."

파파 독은 당황했다. 자기가 공격할 내용을 에미넴이 미리 다 말해버렸으니까. 결국, 파파 독은 기권했고 챔피언 자리는 에미넴에게로 가게 된다. 나는 이 장면에서 드러난 에미넴의 태도가 힙합의 가장 중요한 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잘났든 못났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에 당당할 것. 이런 맥락에서 난 늘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출처: 다음영화

그러나! 얼마 전 슬픈 소식이 날아들었다. <8 Mile>의 감독 커티스 핸슨(Curtis Hanson)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71세의 그는 자택에서 심장 마비로 숨을 거두었다. 아아, 정말로 애석한 일이다. 커티스 핸슨은 비단 <8 Mile>의 감독만이 아니었다. 그는 원래 ‘서스펜스’ 장르에 능통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요람을 흔드는 손>과 <LA 컨피덴셜><la 컨피덴셜="">은 그의 대표작으로 남아 있다. <LA컨피덴셜><la 컨피던셜="">의 경우 1990년대에 발표된 모든 영화를 통틀어 열 손가락에 꼽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la></la>


어찌 되었든 명복을 빈다. 그러고 보니 <8 Mile>과 관련된 인물 중 벌써 세 명이나 고인이 되었다. 에미넴의 실제 동료이자 영화에 에미넴의 배틀 상대로 출연했던 래퍼 프루프(Proof)는 불의의 총기 사고로 오래전 사망했고, 에미넴이 극 중에서 한눈에 반했던 브리트니 머피(Brittany Murphy) 역시 지난 2009년 사망했다. 왜 이런 걸까. 무슨 저주라도 있는 걸까. 슬프기만 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반가운 소식도 있다. 바로 <8 Mile>이 극장에서 재개봉한다는 사실. <제2회 서울 힙합 영화제>에서 다시 상영한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은 체크해보시길.

출처: 서울힙합영화제

※ 작가뮤직룸에서는 해당 회차에 선곡된 곡들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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