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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독일 음악은 처음이지?

조회수 2017. 9. 26.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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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있어서 독일은 음악 강대국이 되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독일 편을 통해 독일 친구들에게 푹 빠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의 시선으로 본 우리나라가 신선했던 것만큼, 우리가 보는 독일은 어떨까?


누군가에게 독일은 축구로, 자동차로 혹은 경제 강대국으로 기억될 것이다. 내게 독일은 음악 강대국이다. 그래서 클래식부터 록/메탈, EDM까지 다양한 음악들이 공존하며 사랑받는 독일의 대표적인 음악을 소개해보자고 야심 차게 시작했는데 예전 음악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나이 먹었다는 증거다. 그래도 이들을 빼놓고 독일의 대중음악사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기회에 잠시 추억에 젖어보기로 하자.

1. 스콜피온스 (Scorpions)

롤링 스톤 매거진은 스콜피온스를 일컬어 ‘헤비메탈의 영웅’이라고 칭했다. 1965년 독일 하노버에서 결성된 스콜피온스는 2015년 데뷔 50주년을 맞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서며 건재함을 과시한 바 있다. 폴 매카트니나 로저 워터스 같은 솔로 활동이 아닌 밴드로서 50년을 넘게 활동을 지속한다는 게 말이 쉽지 이 얼마나 벅차오르는 감동의 세월인가. 롤링 스톤즈, 비치 보이스와 더불어 경외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스콜피온스는 하드 록부터 헤비메탈까지 아우르며 많은 곡이 사랑 받았는데, 특히 영원한 메탈 발라드 ‘Still Loving You’가 들어있는 9집 [Love at First Sting]은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둬 이들을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거듭나게 해준 명반이다. 이 앨범을 비롯한 여러 장의 앨범이 커버 모델의 선정성 문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커버로 대체되어 발매되기도 했는데, 어쨌든 80년대~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스콜피온스는 추억 그 자체이자 독일 헤비메탈의 산증인이다.


2. 람슈타인 (Rammstein)

미국에 나인 인치 네일스와 마릴린 맨슨이 있다면 독일에는 바로 이들, 람슈타인이 있다. 1994년 베를린에서 결성된 독일의 대표 인더스트리얼 메탈 밴드 람슈타인은 독일 음악을 소개하겠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가장 먼저 떠올랐던 밴드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독일의 정통 록 밴드로 독일어를 끝까지 고집하는 가사와 보컬 틸 린데만의 주술적이기까지 한 저음의 목소리, 언제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건조하면서 기계적인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독일의 이미지와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리라.


영화 ‘매트릭스’ OST에 삽입된 람슈타인 최고의 히트곡 ‘Du Hast’, 트렌트 레즈너가 영화음악을 맡은 ‘로스트 하이웨이’의 ‘Heirate Mich’, ‘Rammstein’, ‘트리플 엑스’에서의 열정적이면서도 신들린 듯한 첫 공연 신의 ‘Feuer Frei’를 비롯하여, ‘Benzin’, ‘Sonne’ 등 히트곡도 많다. 무엇보다 압권은 이들의 라이브 공연. 화려한 무대 장치에 멤버 전원이 화염방사기 면허가 있다고 할 정도로 공연 내내 불을 뿜어내는 공연은 그야말로 완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연이어 뿜어대는 화염과 곡 ‘Pussy’ 라이브 시 연출되는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 탓에 내한공연은 기대하지 말자.


3. 시티 (City)

단 한 곡으로 프로그레시브 록 매니아들을 사로잡아버린 밴드가 있었으니 바로 시티다. 1972년 동베를린에서 결성된 시티는 1978년 데뷔 앨범 [Am Fenster]로 엄청난 사랑을 받은 아트 록 밴드다. 한창 프로그레시브 록에 빠져있었을 당시에 이들의 불멸의 명곡 ‘Am Fenster(창가에서)’를 거짓말 조금 보태서 백 번은 들었던 것 같다.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도 음반이 발매된 지 20년이 지난 후였는데, 그로부터 또다시 20년이나 지났다. 세월은 이렇게 덧없이 지나가는데 오랜만에 들어본 음악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나만 변했을 뿐.


‘Am Fenster’는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17분 40초의 대곡임에도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곡 구성과 연주가 압권이다. 애절하지만 쓸쓸한 바이올린 연주를 중심으로 어쿠스틱 기타와 독일 특유의 건조함이 살아있는 보컬이 17분간 쓸쓸함과 격정,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낸다. 독일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낭만주의를 엿볼 수 있는 불후의 명곡으로 차가운 겨울 아침 창가를 바라보며 들으면 더욱 좋다.


4. 캔 (Can)

1968년 독일 쾰른에서 결성된 익스페리멘탈 록 밴드 캔은 개인적으로 추억의 밴드이기도 하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가장 좋아하는 독일 친구와 이별하는 날 캔의 [Future Days] 앨범을 선물 받았었던 것. (미래가 없는 우리에게 Future Days라니 이 아이러니란.) 독일을 중심으로 한 크라우트 록의 선봉장에 선 밴드 중 하나인 캔은 동시대 가장 포스트모던한 음악을 들려주었던 프랭크 자파,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함께 회자되는 록 밴드다. 이들의 음악은 독일의 이성주의를 엿볼 수 있을 만큼 무미건조하고 철학적인 성향이 강한데, 이는 로큰롤/블루스에 영향을 받은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과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캔의 가장 유명한 곡은 독일의 한 TV 스릴러 미니 시리즈에 삽입된 후 그 인기에 힘입어 독일 차트 6위에 오르고 30만 장이 팔린 바 있는 ‘Spoon’으로 건조하고 어둡지만 리드미컬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어 귀에 쉽게 들어오는 곡이다. 캔은 밴드들의 밴드로도 유명한데, 미국의 인디 록 밴드 스푼은 밴드명을 캔의 ‘Spoon’에서 따왔으며, 블러의 데이먼 알반은 아주 예전 한 국내 음악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보고 싶은 콘서트로 70년대 독일 밴드 캔의 공연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5. 크라프트베르크 (Kraftwerk)

2013년 역사적인 내한공연을 펼치기도 했던 크라프트베르크는 1969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결성된 전자음악의 선구자이자 혁신가인 밴드다. 전자음악의 대중화 한 가운데 있었던 밴드이자, 신스팝, 힙합, 앰비언트, 포스트 펑크,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에 영향을 끼친 밴드인 만큼 이들에게 음악적 지분을 조금이라도 빚지지 않은 뮤지션은 없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들은 캔과 함께 크라우트 록의 대중화에 앞장 섰던 밴드.


실험정신 가득한 음악으로 난해함의 끝판왕을 달리던 이들의 음악은 1974년 발매된 4집 [Autobahn]을 필두로 현재 우리가 크라프트베르크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청각과 시각이 공존하는 음악을 들려주는데, 당시 이 앨범은 미국 빌보드 차트 5위, 영국 앨범 차트 4위를 기록하며 대중적으로도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 중요한 기점이 되기도 했다. 이 앨범과 함께 크라프트베르크는 2015년 그래미 어워드의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으니 여러모로 음악사에 중요한 앨범이다.


6.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 베를린.’ 2001년부터 무려 13년간 베를린 시장직을 맡아온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시장이 한 이 말보다 베를린을 잘 나타내주는 말이 있을까. 베를린은 그 자체로 문화 예술의 도시다. 음악과 미술과 패션이 멋지게 어우러지고, 록과 EDM과 클래식이 자연스럽게 한 도시에 물들어 있다. 그리고 베를린을 섹시하게 해주는 그 중심부에는 아마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주 오래 전 읽은 한 소설 속 파독 간호사로 일하는 한국인이 고향의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여기에서는 언제든 카라얀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라고 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지독한 나르시시즘으로 카라얀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이었든 현재의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이든 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음악 강국 독일이 부럽다. 사이먼 래틀의 계약은 2018년까지로 이후에는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하게 된다.


베를린을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꼭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을 보는 기회를 놓치지 말길. 참고로 콘서트 일정 캘린더가 나오자마자 매진 행렬이니 티켓은 빨리 구매하는 게 좋다. 앞서 언급한 록 밴드 스콜피온스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조화롭게 담아낸 앨범 [Moment Of Glory]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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