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거부한 이유

조회수 2018. 8. 23. 12: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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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수는 왜 스트리밍으로 못 들어요?, '스트리밍 보이콧 믹스테잎'!
2주에 한 번, 규칙도 경계도 없는
'격주간 믹스테잎'이 찾아온다!
출처: The Prince Estate / Legacy / Sony
8월 17일, 故 프린스(Prince)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발표했던 앨범이 공식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시기는 아티스트로서 마음대로 곡을 발표한 권리를 원했던 프린스와 당시 소속사 워너 브라더스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로, 그는 이름을 요상한 기호로 바꾸거나 인터넷 주문 한정으로만 앨범을 발표하는 등 자신의 음악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수익을 온전히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2010년이 지난 뒤로도 이 시기의 앨범들은 오랜 시간 동안 스트리밍 서비스에 풀리지 않았고, 그가 2016년 세상을 떠난 뒤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빛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이콧한 뮤지션은, 당연하겠지만 프린스만이 아니다.

비록 보다 쉬운 청취의 기회가 없어진 팬들에게는 아쉬운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스트리밍을 거부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8월 4주 차 믹스테잎의 주제는 '스트리밍 보이콧 믹스테잎'이다.

테일러 스위프트
출처: Vogue
2014년 7월,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공개된 기고문에서 '음악은 예술이고, 예술은 고귀한 것이며, 귀한 것에는 가치를 지불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해 11월, 그는 세계 최대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에서 자신의 모든 음악을 내려버렸다. 10월 27일에 발매된 신보 [1989]를 포함해서 말이다.

스위프트는 "작곡가와 프로듀서, 아티스트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서비스에 내 인생을 바친 작품을 내놓고 싶진 않다"라고 말했다. 이는 광고만 들으면 무료로 이용이 가능한 스포티파이의 구독 요건을 지적한 것이었다. 같은 이유로, 그는 2015년 6월에 론칭한 애플 뮤직에도 [1989]의 서비스를 거부했다. 첫 가입자의 3개월 무료 이용 기간 동안에는 음악가에게 로열티가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출처: Big Machine / Universal
비록 이 사건으로부터 3년이 지난 2017년에 다시 스포티파이에 음악을 풀긴 했지만, 테일러 스위프트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애플 뮤직은 3개월 무료 이용 기간 동안 재생된 곡에 대해서도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결정했으니까. 그리고 그는 작년 발매된 신작 [Reputation]에 대해서도 스트리밍을 발매일 1주 뒤에 허가했다. 여전히 앨범의 가치를 믿는 아티스트만이 할 수 있는 대담한 결정이다.

제이 지
출처: Roc Nation / Universal
뉴욕의 왕, 래퍼 제이 지(JAY-Z)의 음악 역시 아직까지도 스포티파이에서 들을 수 없다(한국 스트리밍 서비스에선 들을 수 있다). 더불어, 그는 아마도 스포티파이 서비스를 거부한 아티스트 중 유일하게 자체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소유한 사람일 것이다.

2015년, 제이 지는 고음질 유료 스트리밍 플랫폼인 타이달(Tidal)을 인수했으며, 인수와 동시에 '#TIDALforAll'이란 해시태그를 필두로 한 거대한 마케팅이 시작됐다. '타이달은 아티스트의 권리와 수익을 보장한다' '제이 지를 포함해 칸예 웨스트(Kanye West), 리아나(Rihanna) 등의 슈퍼스타가 서비스를 직접 소유한다' '오직 타이달에서만 들을 수 있는 독점 콘텐츠가 제공된다' 등등... 서두에서 소개한 프린스도 자신의 앨범 [Hitnrun Phase One]을 타이달에서 독점 공개한 아티스트 중 하나였다.
출처: Billboard
2015년 3월 타이달 행사에 모인 뮤지션들

그래서 타이달이 화려한 시작에 걸맞은 목표를 달성했을까? 일단, 아직 서비스를 접지는 않았다. 하지만 3백만 명이라는 유료 가입자 숫자는 스포티파이의 6천만 명과 애플 뮤직의 3천만 명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며(그나마도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독점 공개작들도 몇 주, 혹은 며칠 만에 다른 서비스에 풀리고 있다. 심지어 제이 지 본인의 앨범도 올해 7월 스포티파이 및 애플 뮤직에 풀렸다가 내려갔다고 하니, 영 믿음이 안 가는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비틀즈
출처: thebeatles.com
전 세계의 스트리밍 플랫폼이 비틀스(The Beatles)의 곡들을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2월 24일이다(한국은 다음 해 2월 29일). 스트리밍 이전, 애플 아이튠즈에서의 디지털 음원 판매는 2010년 11월이었다. 그리고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이 비틀스 서비스를 기념하기 위해 앞다투어 특집 행사나 페이지를 준비했다(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위에서 소개한 아티스트들과 달리, 비틀스가 스트리밍을 풀지 않았던 건 딱히 레이블이나 플랫폼과의 분쟁 때문도, 아티스트의 철학 때문도 아니었다. 빌보드(Billboard) 지 에디터의 말을 빌리자면,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가 가장 정확한 이유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게 가장 맞는 말이다. 비틀스가, 굳이 스트리밍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필요가 있는 밴드인가?
출처: thebeatles.com
하지만 그것이 비틀스가 스트리밍 시대에 인기가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스트리밍을 시작한 지 약 1년이 지난 2016년 12월 20일, 비틀스는 2억 스트리밍을 달성했다. 웬만한 아티스트는 꿈도 못 꿀 수치다. 미래에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방식의 음악 청취 수단이 등장한다 해도, 비틀스는 거기서도 비슷한 수준의 인기를 끌 것임에 틀림없다.

이외에도 프로그레시브 록의 선조 킹 크림슨(King Crimson), 21세기의 메탈 장인 툴(Tool), 브릿팝의 거장 스웨이드(Suede) 등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름들이다. 언젠가 이들도 스트리밍으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게 될까?
다음 믹스테잎은 2주 후에 다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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