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사망 소식이 알려진 래퍼, MF DOOM

조회수 2021. 1. 4. 18: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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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의 제왕, 사망하다

가면 래퍼 MF DOOM의 아내가 그의 사망 소식을 밝혔습니다. 2020년 10월 31일에 사망했다고 하니 그 소식이 꽤나 뒤늦게 알려진 셈인데요. 사인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49세였다고 합니다. 소식이 알려지자 Denzel Curry와 Tyler, The Creator, Cordae, Playboi Carti, DJ Premier 등 수많은 래퍼들의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MF DOOM은 2000년대 영미권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중심에 있던 인물입니다. 악당의 가면을 쓰고 활동하는 독특한 콘셉트, 그리고 그런 콘셉트에 더해진 외계인급 랩스킬로 컬트적인 인기를 누린 바 있죠. 오늘의 해외이슈 주제는 MF Doom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이전의 그룹 시절(KMD)에는 Zev Love X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왔지만, 친동생이자 팀의 멤버였던 DJ Subroc이 차에 치여 사망하고, 설상가상으로 레이블에서 쫓겨나기까지 한 것을 계기로 수년간 활동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이 사고가 1993년에 일어났는데, 그가 마음을 추스르고 활동을 다시 시작하기까지는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이 기간에 그는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는 등, 말 그대로 부랑자 생활을 해야 했다고 하네요.

와신상담을 꿈꾸며 마음을 다잡은 그는 1999년부터 마블코믹스의 슈퍼히어로팀, 판타스틱4의 악당 "닥터 둠"을 모델로 한 가면을 쓰고 앨범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멋진 펀치라인들로 자신만의 지문을 찍으며 수많은 래퍼들을 그의 팬으로 사로잡았는데요. 때문에 "Your Favorite Rapper's Favorite Rapper"라는 수식으로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팬들은 물론, 아티스트들의 인정 또한 높게 받아왔던 것이죠.

국내에서도 그를 꾸준히 지지해온 대표적인 래퍼가 있으니, 바로 저스디스입니다. 그는 'THISISJUSTHIS'에서도 직접적으로 MF DOOM을 샤라웃하고, 인터뷰에서는 그와 관련된 MD 또한 다량 보유하고 있음을 밝히며 그의 열렬한 팬임을 고백해왔습니다. 쇼미9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기 전, 프로듀서 공개영상에서 썼던 마스크에도 MF DOOM을 향한 오마쥬가 담겨있었습니다. MF DOOM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그 역시 추모의 인스타그램을 남겼습니다.

MF DOOM의 랩 특징은 마음 먹고 가사를 쓴 곡들에서 라임이 정말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2009년에 발표한 'That's That'을 들어보면 O 발음의 라임 배치에 한 번, 중반부 I 발음 라임배치에 두 번 놀라게 되는데요. 원래도 라임배치를 상당히 잘 활용하는 래퍼이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쓴 곡을 들어보면 그 능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O 발음의 타이트한 라임을 앞서 보여준 2002년의 'Figaro' 역시 충격적이긴 마찬가지죠. 들어보지 못한 분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캐릭터성과 연결한 가사미학 역시 그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빌런을 콘셉트로 한 캐릭터성을 보여주었지만, 그 와중에 유머와 인간적인 면모 또한 보여주며 매력을 더했습니다.


대표곡 중 하나인 'Doomsday' 안에는 "슈퍼 빌런"의 정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킬러 / 파괴도 잘하지만 건축도 잘하지 (Definition "super-villain": a killer who love children / One who is well-skilled in destruction, as well as building)"라는 가사가 있고, KMD 시절 발표한 'Figure Of Speech' 가사에는 "(세상의) 모토는 섹스, 약물, 로큰롤로 흐르지만 / 나는 사랑, 포옹, 힙합 소울을 더 좋아해. (The motto goes: Sex, Drugs and Rock ‘n’ Roll / I prefer: Love, Hugs and Hip-Hop Soul.)라는 노랫말이 있습니다. 그는 거친 힙합 신 안에서도 휴머니즘이 깃든 가사들을 보여준 래퍼였습니다.

그의 대표작이라면 2004년에 발표한 [Madvillainy]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재즈와 소울을 기반으로 그의 가사미학은 물론, 상당한 사운드 스펙트럼까지 보여준 힙합계에서 손꼽히는 명반 중 하나인데요. 그를 잘 모르는 분들이라도 'Accordion'의 비트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이 앨범은 롤링스톤지에서 뽑은 "역대 최고의 500대 앨범" 중 하나로, 그리고 피치포크에서 뽑은 2000년대 최고의 앨범들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본 앨범은 프로듀서인 Madlib과 함께한 Madvillain이라는 프로젝트 그룹명으로 발표되어 있으니, 이 뉴스를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된 음악 팬들이라면 [Madvillainy]를 통해 그의 발자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음악적으로 상당한 스펙트럼을 보여준 래퍼이기 때문에,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Radiohead의 Thom Yorke도 그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래퍼였음을 알리는 등 힙합 외의 다른 음악계에도 안타까운 반응들이 번지고 있습니다. 뮤지션들의 뮤지션, 래퍼들의 래퍼는 떠났지만, 남겨진 수만은 음악가들과 팬들은 계속해서 그의 이름을 기억할 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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