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Taylor Swift의 정규앨범은 왜 재녹음되고 있을까?

조회수 2021. 4. 21. 16:13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10년도 지난 앨범이 다시 나오고 있는 이유

2월 공개됐던 'Love Story'에 이어, 며칠 전 Taylor의 [Fearless] 앨범 전체가 재녹음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Fearless]는 Taylor Swift가 2008년 발표했던 그의 두 번째 정규 앨범입니다.


전후 관계를 잘 몰랐던 분들은 왜 이미 있는 앨범을 두고 크게 다르지도 않은 새 버전을 녹음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관련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알아두면 Taylor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니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면 열심히 따라와주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앨범 재녹음의 이유는 "마스터본 소유권"의 문제 때문입니다. 현재 Taylor의 1집 [Taylor Swift]부터 6집 [reputation]까지 앨범의 마스터본은 Taylor Swift가 아닌 Scooter Braun이 갖고 있습니다. [과거 Justin Bieber를 발굴하고, 현재 하이브(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그 Scooter Braun이 맞습니다.]


Taylor는 1집부터 6집까지를 전 소속사인 "빅 머신 레코드"를 통해 발매했습니다. 통상 아티스트가 회사와 계약을 하면, 회사 측에서 이 마스터본 소유권을 가집니다. 이후 Scooter Braun 과 그의 회사 "이타카 홀딩스"가 빅 머신 레코드를 인수했는데, 이에 따라 Taylor Swift의 여섯 장 앨범 마스터본이 모두 Scooter Braun에게 넘어가게 된 것이지요.

마스터본이란 판매 및 배포를 위해 복사본이 만들어지는 오디오 기록물의 실질적인 첫 번째 녹음본입니다. 따라서 마스터본의 소유자는 이후의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실물앨범 발매 등 모든 사본을 소유하고, 영화 및 드라마 삽입곡을 허용하는 등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집니다. 


여기서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것은, 마스터본의 소유권 역시 음악 저작권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작곡에 대한 권리와는 다른 개념의 저작권이지요.


Taylor는 일찍이 자신의 모든 앨범의 마스터본에 대한 권리를 본인이 소유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래서 빅 머신에 소속되어 있을 시절부터 마스터본 소유권을 가져오려고 했지만, 다른 계약에 서명하지 않으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이 계약한 것은 6집까지의 앨범이었는데, 그 여섯 장의 앨범에 대한 권리를 찾으려 할 때마다 사측에서 또 다른 조건을 걸어 권리를 가져올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요. 

현재 Taylor의 1~6집 마스터본은 모두 Scooter Braun이 소유한 "이타카 홀딩스"가 갖고 있고, Scooter Braun 역시 Taylor에게 마스터본 권한을 내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Scooter Braun이 나쁜 사람인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꼭 그렇게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마스터본 소유권이 전통적으로 음반사의 권리로 간주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Scooter Braun 쪽에서는 "원래 회사의 권리인 것인데 왜 그 권리를 아티스트가 가져가려 하느냐"는 입장일 수 있다는 것이죠. 감정적인 부분을 떠나서요.

정리하면, Taylor는 기존 음악시장에 "왜 '회사'가 아닌 '아티스트'가 음악의 소유권을 가지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물론 Taylor를 지지하는 입장이 훨씬 많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Taylor Swift와 Scooter Braun의 분쟁에 대해 한쪽으로만 여론이 몰리지 않는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아티스트 중에도 Halsey와 Iggy Azalea 등은 Taylor Swift를 지지하고 있고, Justin Bieber와 Demi Lovato 등 아티스트는 Scooter Braun을 지지하고 있으니까요. 

어쨌든, 마스터본을 가져올 수 없다면 새 마스터본을 만들면 됩니다. 무슨 말이야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지금 Taylor의 정규앨범들이 재녹음되고 있는 동기입니다. Taylor Swift는 기존 앨범들의 마스터본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의 노래를 꾸준히 본인이 썼기 때문에 작곡저작권은 갖고 있습니다. 본인의 노래를 본인이 커버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재녹음"이라는 묘수를 둔 것이지요.


현재 Taylor는 유니버설 뮤직 소속으로, 자신의 [Lover] 이후 앨범들에 대한 마스터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멜론에서도 Taylor Swift 앨범을 보면, 이전의 앨범들은 기획사가 Big Machine Records, LLC로 되어있는 반면 [Lover]부터는 아예 Taylor Swift로 설정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Taylor가 유니버설 뮤직으로부터 마스터 권한을 가진 계약의 결과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이번 재녹음 버전의 [Fearless]는 새로움을 들려주기 위한 앨범보다는, "기존의 앨범 권리를 대체하기 위한 앨범"입니다. 때문에 새로 공개하는 미발매곡들을 제외한 기존 트랙들은 최대한 원곡과 비슷한 형태로 흘러간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새 앨범을 들어도 기존 앨범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말 그대로, "재녹음"인 앨범이기 때문이지요. 이후 앨범들의 "Taylor's Version"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흐를 것은 당연합니다. 

어쨌든 Taylor는 이번 앨범을 통해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또 한 번 달성하며 팬들의 지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기존 앨범과 재녹음 앨범으로 모두 1위를 차지한 유일한 가수"라는 타이틀 또한 얻었습니다. 힘들게 결정한 앨범 재녹음이었을 테지만,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들에 Taylor가 또 한 번 힘을 받을 것은 자명합니다. 음악시장에 유의미한 선례를 남기고 있는 Taylor Swift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