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OST 깊이 듣기

조회수 2020. 12. 28. 16: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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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전세계 넷플릭스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제작된 웹툰 원작의 드라마, "스위트홈"이 그것인데요. 크리처물로서의 색다른 매력 덕분에 (2020년 12월 25일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3위라는 기록을 달성 중에 있습니다.


다만 음악에 대한 평이 살짝 갈리는 만큼, 이번에는 "스위트홈" 주요 음악 세 곡에 대한 이모저모를 조명해보려고 합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드라마를 아직 보지 않은 분이라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Bewhy(비와이) '나란히'

회차별 엔딩마다 나오는 타이틀입니다. 정식으로 곡이 나온 후 "앞만 보고 달려 여긴 소돔"이라는 가사를 보고 놀란 분들이 많을 텐데요. 가사가 나오기 전,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가사는 소돔이 아닌, 스위트홈의 빠른 변형이었기 때문입니다.


"소돔"은 고모라와 함께 성경에서 언급되는 대표적인 "타락의 도시"입니다. 신의 노여움을 사 도시가 멸망하기 직전, 천사들은 의인으로 꼽힌 롯이라는 인물과 그의 가족들만을 탈출시켰는데요. 이 때 그들을 탈출시키며 했던 말이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롯의 아내는 이를 어기고 돌아보았고, 결국 소금기둥이 되어버렸다는 성경의 기록이 있죠. "앞만 보고 달려 여긴 소돔"이라는 가사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교회오빠 Bewhy답게 곡에 성경적 모티브를 더한 셈인데요. 여기에 인더스트리얼적인 음악적 소스로 극의 불안한 분위기를 잘 리드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작사뿐 아니라 작곡과 편곡도 Bewhy가 단독으로 만들어냈다는 겁니다. 자신의 정규앨범이야 자신의 의지가 100%반영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만, 참여곡을 혼자 작업했다면 스스로 상당한 목소리를 냈다는 반증일 겁니다. 드라마를 통해 차현수의 성장도, 또 Bewhy의 성장도 함께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Imagine Dragons 'Warriors'

'Warriors'는 흡혈 괴물과의 전투 신에서 처음 등장한 곡입니다. 물론, 그 임팩트로 인해 극중 정재헌과 경비 괴물의 마지막 사투로 더 기억되는 곡일 테지만요.


문제는 이 곡이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속칭 "롤"의 경기 테마곡으로 쓰인 이력이 있어 게임으로 먼저 접한 이들에게는 꽤나 뜬금없는 선곡으로 들렸다는 것입니다.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선곡이었습니다. 한국에는 롤 유저의 수가 어마어마하니까요.

비판의 목소리가 일자, 드라마를 만든 이응복 감독은 "이 음악에 익숙했던 시청자 분들한테는 와 닿지 않았던 것에 인정한다. 앞으로 곡을 선택할 때 주의를 많이 기울여야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다만 "'Warriors'의 가사를 유심히 봐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는데요. 가사를 보면 감독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곡의 처음은 "어린 시절 너는 기다렸을 거야/ 그리고 멀리서 바라봤겠지 (As a child you would wait / and watch from far way)"로 시작하지만, 이후에는 "때는 올 거야/ 네가 일어서야 할 때가 (The time will come /when you'll have to rise)"라는 메시지로 바뀝니다. 여기에 후렴에서는 "우리는 이 마을을 만든 전사들(We are the warriors that built this town)"이라는 선언을 담아내지요.

이렇게 보면 이 곡은 극중 주인공들의 성장서사와도, 그리고 함께 뭉쳐 사태를 헤쳐나가는 극의 흐름과도 상당히 어울리는 선곡입니다. 1회의 음울하던 분위기를 한 방에 반전시키기도 한 곡으로, 개인적으로는 그저 롤에서의 쓰임이 빨랐을 뿐 충분히 매력적인 선곡이 아니었나 싶네요.


조윤정 'Dies Irae'

회차별 오프닝을 담당한 이 곡은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으로 시작하며 한 편의 장송곡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Dies Irae' 자체가 죽은 이를 달래는 위령미사곡(레퀴엠)의 한 부분을 이루는 곡의 제목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로 하면 "진노의 날", 멸망의 날이 왔을 때, 죽은 이의 영혼을 신에게 가엾게 여겨 달라고 간청하는 내용이라고 하네요.


핵심 멜로디는 모차르트가 쓴 'Requiem'에서의 'Dies Irae' 부분을 모티브 삼아 작업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쾌속질주하는 바이올린과 대규모 합창이 만나 클래식하고도 독특한 무드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회차별 오프닝마다 나와 멜로디가 각인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아마 드라마 정주행을 끝낸 이들이 가장 많이 찾게 될 음원이 아닐까요?


"스위트홈" 정주행을 끝낸 분들이라면, OST를 통해 다시 한 번 주요 장면들을 회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집에서 드라마를 즐기고, 또 그의 파생 컨텐츠들을 즐기는 게 지금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일지도 모릅니다. 극중 배경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집 밖은 충분히 위험한 시국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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