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바깥은 가을, 빨간책방 추천책 4

조회수 2017. 9. 7. 09:16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이제 책 좀 읽어볼까 하는 당신에게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권하는 책

책 읽고 싶은 가을, 이동진 빨간책방에서 추천하는 네 권의 책들


  출근길, 맑은 하늘과 제법 선선해진 공기에 괜시리 책이라도 한권이라도 가방에 넣어다니고 싶은 계절 가을. 이동진 평론가의 빨간책방에서 추천한 네 권의 책들을 소개해본다.

<김애란 - 바깥은 여름>

우리가 생각지 못한 감각을 확장시켜주는 글이 있다면 저는 그 글이 굉장히 잘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그런 면에서 이 소설에는 그런 문장이 한 5~600개? 왜냐하면 김애란 작가는 한문장 한문장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는 것 같거든요. 김애란 작가에 대한 신뢰가 개인적으로는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된 훌륭한 소설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_빨간책방

책 속으로


아이들은 정말 크는 게 아까울 정도로 빨리 자랐다. 그리고 그런 걸 마주한 때라야 비로소 나는 계절이 하는 일과 시간이 맡은 몫을 알 수 있었다. 3월이 하는 일과 7월이 해낸 일을 알 수 있었다. 5월 또는 9월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입동」중에서
말을 안 해도 외롭고, 말을 하면 더 외로운 날들이 이어졌다. 그는 자기 삶의 대부분을 온통 말을 그리워하는 데 썼다. ---「침묵의 미래」중에서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 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풍경의 쓸모」중에서


<이승우 - 사랑의 생애>

이승우 작가는 한국 문단에서 드물게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소설을 통해서 진지한 사유의 세계를 구축해 온 소설가죠. 근데 사랑이야기? 하면 흔히 기대하게 되는 그런 로맨스 소설이 아닙니다. 물론 연애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오히려 부차적으로 보이고요. 치밀한 사유의 문장을 통해서 사랑 그 자체의 속성과 본질을 정면으로 탐구해 들어가는 형식이 역시 이승우 작가님 답다! 싶게 만드는 굉장히 흥미로운 소설입니다._빨간책방

책 속으로

사랑이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와 자기 생애를 시작한다. 그 생애가 연애의 기간이다. 어떤 생애는 짧고 어떤 생애는 길다. 어떤 생애는 죽음 후에 부활하고, 어떤 생애는 영원하다.
사랑하는 자는 알아가야 하는 숙제를 떠안는 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누군가는 앞으로 알아갈, 모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잘 알던(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사랑이 숙주 안에 깃들어 생애를 시작하려고 할 때 일어나는 신비스러운 일이다.
질투는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느끼는 약점의 크기를 나타내 보인다. 사랑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이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다. 맹렬하게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열등감을 느껴서 맹렬하게 질투하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 등저 - 천천히 스미는>


 좋은 에세이를 읽을 때 우리는 모든 능력이 활발하게 깨어 즐거움의 햇볕을 쬐는 느낌이 든다. 또 좋은 에세이는 첫 문장부터 우리를 사로잡아 삶을 더 강렬해진 형태의 무아지경으로 빠뜨린다._빨간책방

책 속으로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 생각의 궤적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주기성이 마음의 경험을 지배한다. 거리는 가늠되지 않고, 간격은 측량되지 않으며, 속도는 확실치 않고, 횟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되풀이되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주나 지난 해 마음이 겪었던 것을 지금은 겪지 않으나 다음 주나 다음 해에 다시 겪을 것이다. 행복은 사건에 달려 있지 않고 마음의 밀물과 썰물에 달려 있다. 병에도 운율이 있다. 점점 짧아지는 주기로 죽음을 향해 거리를 좁혀가고 점점 길어지는 주기로 회복을 향해 멀어져간다. 하나의 원인에서 생긴 슬픔을 어제도 참지 못했고 내일도 참지 못하겠지만 오늘은 원인이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견딜 만하다. 심지어 해결되지 않은 무거운 근심조차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허락한다. 후회도 머물지 않는다. 되돌아온다. --- 앨리스 메이넬,「삶의 리듬」중에서

<허은실 - 나는 잠깐 설웁다>

글 잘쓰시는 분 단 한 명을 꼽으라면 빨간책방과 아무 관련 없이 허은실 작가님이 최고의 원고를 쓰시는 분이에요. 이 시집을 다 읽고 나서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아 정말 감사합니다'였어요. 허은실 시인의 이번 시집을 보면서, 시집을 챙겨 보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시가 너무 맘에 들어 좋았습니다._빨간책방

책 속으로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보았다

_허은실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빨간책방 들으러 가기


바깥은 여름 편

사랑의 생애 편

천천히 스미는 편

나는 잠깐 설웁다 편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