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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작가, 박범신의 문장들 Best 9

조회수 2016. 6. 23. 2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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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이었지요. 지난 화요일 박범신 작가가 O tvN 비밀독서단에 나왔는데요. 한 때는 지금 엑소, 방탄소년단의 인기 저리가라 할 정도로 전국민적 스타였던 작가 박범신, 그가 남겨 놓은 문장들 앞에서 찌릿해보지 않은 이들도 드물 겁니다. 

박범신의 소설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다 본 책을 덮고 무한한 상념에 잠겨 보셨을 거예요. 너무 많은 페이지 모서리가 접힌 책을 곁에 두고서 말이죠. 그럼 지금부터,


우리가 사랑한 작가 박범신의 문장들을 하나씩 만나보겠습니다.



1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_<은교>



2

사랑에는 하나의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그리운 그를 향해 뛰는 것이다.


_<은교>



3

아무것도 후회하진 말아요. 후회하면 당신 가슴속에 지은 내 집이 무거워질 거요. 아이고, 그 집이 무거워지면 당신, 무슨 수로 걷고 춤출 수 있겠소. 당신은 춤출 때가 가장 아름다운데.


_ <당신>



4

당신 가슴속을 좀 들여다보구려. 평생에 걸쳐, 거기, 당신 가슴속에 내가 집 하나를 지었소. 고대광실로다가. 죽은 다음에도 들어가 살 집. (…) 미웠던 적은 있었지만, 당신과 헤어지고 싶었던 순간은 한 번도 없었소.


_ <당신>



5

모든 아버지가 다 그래. 늙으면 무조건 버림받게 돼 있어. 과실을 따올 때 겨우 아버지, 아버지 하는 거라고. 


_<소금>



6

빈 것을 비어 있다고 말하지 않고, 아니 빈 것을 비어 있다고 말할 때조차, 문장은 중심을 채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가야 하는 가장 비극적인 숙명을 갖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_ <박범신 중단편전집 6 : 빈방>



7

세상이 우리들의 가슴속에 숨겨진 시인을 내다버리라고 하지만요, 아뇨, 우리들 맘속에 있는 시인은 그보다 힘이 세다고 나는 믿어요. 그래서 이 더럽고 잔인한 음모의 모든 걸 고백하는 거예요. 죄는 우리 모두에게 있어요. 돈에게 무릎 꿇은 우리 모두에게요. 그래도 재판장님, 지금부터라도 저는 전사가 돼서 살 거예요. 내 속의 시인, 향기로운 우물을 품고요.


_ <박범신 중단편전집 5 :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8

두렵고 불안한 모든 것들은 머물러 있을 때 만나는 것들이었지, 흐르는 길에서 만나는 것들이 아니었다.


_<고산자>



9

촐라체는 어디 있는가. 목숨 걸고 촐라체에 올라왔는데, 촐라체가 없다! 평생 나를 찾아 헤매다가 죽을 때 내가 없다는 걸 마침내 확인한 느낌이 이럴까.


_<촐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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