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추리소설, 진실? 거짓?

조회수 2016. 5. 10. 14: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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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좋아하는 분들 필독
인터넷에서 '추리소설'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세계 3대 추리소설' 에 대한 정보가 검색됩니다.
정말 이런 것이 존재할까요?
먼저,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보겠습니다.
1.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
2.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3.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사실 1970년대와 80년대, 우리나라에서 소개되는 추리소설들과 그에 대한 정보는 해외의 것이 그대로 전달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체적으로 그것을 걸러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죠.

세계 3대 추리소설이 국내에 들어오게 된 것도 그때가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당시 ‘주간 요미우리’에서 집계한 독자 선정 해외 미스터리 20이 있었는데, 그중 1위부터 3위를 두고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가장 유력해보입니다.

그렇다면 세계 3대 추리소설은 거짓일까요? 허무맹랑한 소리일까요?

결론을 내리기 전에,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 불리는 작품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그들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윌리엄 아이리시'는 작가 코넬 울리치가 쓴 필명입니다)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은 아내를 살해했다고 누명을 쓴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추리소설입니다. 
아내와 싸우고 집을 나간 남자는 술집에 들어가 어떤 여인을 만나 술을 마시고 충동적으로 공연을 보러갑니다. 그 사이 아내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경찰은 남편을 의심합니다. 남자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으니, 특히 함께 있던 여자가 있었으니 이것이 누명이라는 것을 금방 밝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술집, 레스토랑, 극장에서 만난 종업원들이 모두 남자가 혼자 왔었다고 증언합니다.
왜 아무도 여자를 말하지 않는 걸까요? 경찰은 남자의 말을 믿지 않고 결국 사형선고가 내려집니다. 사형이 집행되기 전, 남자의 친구가 그 소식을 듣고 여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그런데 왜 어디에도 여자의 흔적이 없는 걸까요? 정말 ‘환상의 여인’이었던 걸까요?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는 1940년대에 <환상의 여인>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 책을 구하기 위해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읽은 후에 이 책의 앞표지에 이런 말을 썼다고 하네요.
“새로운 탐정 소설이 나타났다. 세계 10대 걸작에 걸맞다. 바로 번역해야 한다. 불가해성, 서스펜스, 스릴, 의외성 모두 나무랄 데 없다”
각종 미스터리 순위에 이 소설이 등장하는 건 기묘하고도 몽환적인 미스터리 속에서 펼쳐지는 역동적인 스릴감과 짜릿함 긴장감 때문일 겁니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나 압도적인 심리전도 만만치 않죠. 


또 하나의 세계 3대 추리소설로 불리는 엘러리 퀸의 <Y의 비극>은 <환상의 여인>과 다르게 정밀한 트릭이 일품입니다. 뉴욕만에서 갈기갈기 찢겨진 남자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시체의 주머니에 ‘나는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자살한다’는 쪽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더 이상한 건, 쪽지의 발견 후 거액의 유산을 둘러싼 이상한 일들입니다. 유명가문에서 벌어진 기이한 일들, 그리고 등장한 명탐정 ‘레인’. 
<Y의 비극>의 전형적인 탐정소설입니다. 온갖 추리를 한 끝에 “범인은 바로 너야!”를 외치는 명탐정의 활약을 볼 수 있는 작품인데 그것에 이르는 과정이 정밀하고 치밀합니다. 엘러리 퀸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장인정신이 느껴질 정도로 트릭이 정밀하며, 진실을 알았을 때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무한도전’에서 소설의 형식을 차용해서 방송전후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었는데요. 이 미스터리는 산장에 모인 10명의 사람들이 한명씩 시체로 발견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립된 섬, 왜 모인지 모르는 사람들, 불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사라지는 사람들… 과연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밀실에서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는 설정은 영화에서도 많이 봐서 식상할 것 같지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치밀한 심리묘사 덕분에 다시 읽고 또 읽어도, 심지어 범인을 알고 읽어도 소름 끼칩니다. 10명의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는 심리를 읽다보면 애거사 크리스티에게 엄지 척!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세 작품이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 불립니다. 과연 이런 수식어는 진실일까요? 거짓일까요? 
흥미로운 건, 이 수식어가 1990년대 초부터 유행했다는 사실입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랭킹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것이죠. 그것은 무슨 뜻일까요? 어느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온전히 객관적인 통계가 아니라는 말일 뿐, 실제로는 독자들에게 그만큼 사랑을 받는다는 뜻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세 작품은 어느 랭킹에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대단한 작품이 틀림없습니다.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는 말은 거짓입니다. 

하지만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 불릴 만한 대단한 작품인 건 진실입니다. 한번 직접 확인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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