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궁궐 저주 사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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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를 사랑한 두 여인의 슬픈 이야기.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 여인과 집안에서 맺어준 여인.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여인들의 연정은 불같이 피어올라 급기야 서로를 저주하기에 이른다.
흡사 로맨스 소설이나 멜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우리 역사에 적힌 내용이다.
연심에서 출발한 욕망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조선 궁궐 저주 사건' 중에서도 슬프고도 가장 엽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된 '장희빈의 저주 사건'을 풀어 본다.
조선 제19대 국왕 숙종.
강직한 성품과 추진력으로 대동법을 실시하고 병자호란의 혼란을 수습했지만 역사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여인들에 휘둘린 우유부단함과 여러 차례의 환국을 치러낸 성격 급한 모습이었다.
인현왕후 vs 희빈 장씨.
조선 역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이들의 암투는
지금껏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재현할 만큼 살벌했다.
드라마에서 두 인물의 성격은 매우 대조적이다. 인형왕후는 어질고 착한 왕비로, 장희빈은 표독스러운 후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장희빈이 인현왕후의 초상에 화살을 쏘거나 인형에 바늘을 찔러 저주를 하는 장면은 장희빈을 최고의 악녀로 만들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실제로도 장희빈은 악독한 저주를 불사하는 최고의 패륜녀였을까?
인현왕후의 생애를 소설처럼 풀어 쓴 궁중서사문학인 『인현왕후전』에서는 인현왕후를 시기와 질투가 전혀 없는 성인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의 그녀는 달랐다.
숙종의 사랑을 독차지한 장씨가 숙원의 위치에 오르자 인현왕후의 투기가 본격화되었다. 인현왕후는 자신이 꾼 현몽을 숙종에게 말하여 장씨를 곤란하게 하려 했다.
장씨를 총애하다가 숙종이 보복당할 것이라는 망측한 예언이었다. 인현왕후의 말에 따르면, 장씨는 전생에 숙종에게 죽임을 당한 짐승으로 그 원한을 갚고자 후생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차마 듣기에도 섬뜩한 표현이었다.
그렇다면 희빈 장씨는 어떤 저주를 했을까?
희빈 장씨는 오랜 궁궐 저주의 관습에 따라 인현왕후의 거처에 저주물을 묻는 방식을 택했다. 후궁들이 자주 쓰는 것이었다. 장씨는 친정에 연락해 저주물을 만들어오게 했다. 비단 조각으로 여자 인형 7개를 만들고, 이 인형에 다홍치마와 남저고리를 입혔다. 죽은 새와 쥐, 그리고 붕어까지 구해서 여기에 담았다. 이 저주물은 통명전 서쪽과 뒤 계단, 대조전 침실 등에 두었다. 창경궁 통명전과 창덕궁 대조전은 주로 내전으로 쓰였다. 이곳에 저주물을 매장했으니 인현왕후를 저주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이 사건으로 희빈 장씨는 왕비를 질투하여 모해하려 하였다는 죄명으로 사약을 받았다.
그러나 두 여인의 암투에는 서인과 남인이라는 정치적 배후가 자리했다.
무엇보다 성격 괄괄하고 귀 얇은 지아비가 문제였다.
우리가 잘 몰랐던 ‘조선 궁궐의 은밀한 저주 사건’은 흥미를 유발하려는 드라마의 소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는 역사의 밝은 면만이 아닌 어두운 면까지 드러낸다는 점에서 ‘성찰하는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