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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젊은 시인의 기억수첩

조회수 2018. 3. 10. 1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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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유통기한
당분간은 좀 붙잡으면 어떤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에 마침표가 찍혀 있겠지. 그냥 지나버린 것들이 결국 나와 잘 지내기 위한 방법이었음을 아는 때가 오겠지.
시작과 끝의 위치는 영원할까.
영원으로 가는 동안 금세 사라질 찰나들이 피어난다.
퍼지지 못해 떠 있는 얇은 오후 같은.
인연도 연인도 아닌 인사 같은.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마음이 전해지는 속도를 생각해보니 문득 내 옆을 지나는 행인을 바라보게 된다. 눈이 내리는 그 찰나의 순간을 함께했던 행인. 그래, 누군가는 들었을 거다. 우리의 마음이 그렇게 쉽게 허공으로 날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말의 여행을 따라가다보면 나를 위한 여행이 된다. 근원 없는 말에는 주소가 생기는 순간, 나는 어떤 시점에서 잠시 멈춰 나를 만나고 돌아온다. 그렇게 한 마디, 한 마디씩 버리며 성장해간다.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완연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일을 똑바로 바라보고, 뚜렷하게 인식하고, 서로 비슷함을 깨닫는 시간. 그 후 서서히 무뎌지는 우리를 만날 수 있다. 자꾸 넘어지지 말기를, 차라리 넘어지는 데 대수롭지 않아 하기를.
달을 가진 사람은 어떨까?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당분간들이 많은 걸까, 아니면 보호박을 믿고 어둠 속만을 걸으며 외로워하는 걸까. 나는 믿는다. 지금은 사라졌을지라도 어느 밤하늘에서 빛날 무언가를. 너의 달콤했던 말이 이미 지나갔어도 사실은 언제든 다시 떠올라 여름밤을 낮보다 길게 지켜줄 것임을.
매일 글을 쓰지만 가끔 내가 기억하고 싶어서 쓰는 건지 어떻게든 써야 해서 쓰는 건지 헷갈리 때가 있다. 그래도 쓰지 않는 것보다 나은 이유는, 분명 감정을 묶어둔 문장으로 살아갈 날들이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문장 속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흐르고 있다.
더 많이 쓰고 싶다. 어차피 잊히지 않는 시간 속을 사는 우리니까.
산문이 먼저, 그리고 시.
작가의 생각과 그 생각의 결과를 시로 읽는 이 책은
막연히 멀게만 느껴졌던 시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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