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만들다.

조회수 2020. 10. 6. 15: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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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

세계적인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의 비전은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진행 중인 캠페인의 주제는 ‘우리의 지구는 재떨이가 아니다 Our World is not an ashtray’로 환경운동에도 그 누구보다 열심이다. 기존의 담배 제조 회사가 아닌 테크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의 목표는 일반 담배를 없애는 것. 대신 연기 없는 전자 담배로 성인 흡연자들에게 보다 나은 선택권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3월 새로운 대표로 영입된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를 만나 직접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이창화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
미국 예일 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00년 맥킨지 앤드 컴퍼니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2003년 CJ그룹에 합류해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전략 수립을 담당한 뒤 2009년 다시 컨설팅업계로 돌아가 부즈 앤드 컴퍼니에서 마케팅과 세일즈 분야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1년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대표를 맡으며 게임업계로 경력을 확장했다. 이후 2015년 구글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디렉터로 일했다.

역대 한국필립모리스 대표 중 처음으로 담배업계에서 경력을 쌓지 않고 수장 자리에 올랐다.

심지어 나는 담배를 피워본 적도 없다. 본사와 진행한 면접에서도 이 사실을 말하고 앞으로도 피우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드레 칼란조풀로스 필립모리스 회장의 흡연에 관한 철학은 명확하다. 첫째,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면 시작도 하지 말라. 둘째, 담배를 피운다면 끊어라. 셋째, 끊지 못하겠다면 덜 해로운 방식을 택해라. 사실 나 역시 처음엔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필립모리스의 비전이 의심스러웠다. 개인적으로 13살짜리 환경주의자 딸이 있기 때문에 한국필립모리스의 대표를 맡기 위해선 스스로도 회사가 하는 일에 대한 납득과 확신이 있어야 했다.


어떤 지점에서 한국필립모리스의 비전과 철학을 확신했나?

일단 필립모리스는 담배의 니코틴이 지닌 중독성을 인정한다. 끊을 수 없다면 건강에덜 해롭게 피울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게맞지 않겠나. 그렇게 지난 10년간 8조 원을 들여 개발한 것이 궐련형 전자 담배 아이코스다. 담배가 암을 유발하는 이유는 불에 태울 때 나오는 유해 물질 때문이다. 아이코스는 담배를 태우지 않고 가열하는 방식으로 니코틴을 전달하기 때문에 연기가 없을뿐더러 일반 담배보다 유해 물질 발생량이 현저히 적다. 필립모리스가 전통적인 담배 제조 회사에서 테크 기반의 기업으로 비즈니스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이유다. 지금 우리는 보다 건강에 덜 해로운 방법으로 니코틴을 전달하는 기술과 과학을 연구하는 기업으로서 그런 비전을 갖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은 단순한 PR 메시지가 아닌,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본다.


문화인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맥킨지 앤드 컴퍼니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처음에는 컨설팅이 뭔지도 몰랐지만 문화인류학과 여러모로 비슷한 지점이 많더라.(웃음) 문화인류학은 곧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학문이다. 타 문화를 이해하려면그 집단 안에 들어가 구성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데 이는 컨설팅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 밖에도 문화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현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문화인류학과 컨설팅은 비슷하다. 맥킨지 앤드 컴퍼니에서 일할 땐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컨설팅을 의뢰한 회사에 출근해서 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시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일이었다.

이후 구글을 비롯한 게임, IT 산업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이 현재 한국필립모리스를 경영하는 데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나?

구글에서는 글로벌 디렉터로 일하면서 LG, 삼성, 소니와 같이 아시아에 본사를 둔테크 기업의 광고를 전담했다. 그 이전에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맡았는데 이처럼 워낙 콘텐츠, 테크 쪽에 관심이 많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유튜브에서 관련 피드를 찾아보는 거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스마트폰 같은 각종 테크 제품을 리뷰하던 사용자들이 아이코스에 대해 이야기하더라.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개인적으로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 관심이 많기도 하고, 새로운 산업 분야에 도전했을때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필립모리스가 변모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일하는 방식, 기업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사회 전반적으로 담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필연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전 세계 11억 명에 달하는 흡연 인구가 2025년에도 줄지 않고 유지될 것이라고 하더라. 그만큼 금연이 힘들다는 얘기다. 끊을 수 없다면 흡연자들에게 건강을덜 해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맞다. 지난 7월 아이코스는 미국 FDA로부터 위해 저감 담배 제품(Modified Risk Tobacco Product)으로 마케팅할 수 있다는 인가를 받았다.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와 근본적으로 다르고, 흡연을 지속하고자 하는 성인들에게더 나은 대안임을 공식적으로 홍보할 수있게 된 것이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궐련형 전자 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해롭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내놓은 주장으로, 한국필립모리스에서는 실험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지만 식약처에서 이를 거부했다. 지난 5월 법원에서 식약처에 궐련형 전자 담배 유해성 분석 세부 내용을 한국필립모리스에 공개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점이 많다.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국필립모리스는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나?

기존 담뱃갑에 아이코스에 대한 소개를 담은 QR코드를 부착함으로써 흡연자들이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보다 나은 기술 발전을 위해 R&D 센터를 비롯해 모두가 꾸준히 노력 중이다. 사실 전통적인 담배 제조 회사가 변화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하는 것은 조직 문화로, 고객의 니즈 변화가 빠른 만큼 그에 대응할 수있는 수평적인 조직이 돼야 한다. 그런데 문화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문화는 습관이기 때문에 습관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사소하지만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표가 되고 나서 모두 ‘~님’ 호칭으로 통일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최근 진행하는 ‘우리의 지구는 재떨이가 아니다Our World is not an ashtray’ 캠페인에 대해 소개해달라.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 중 가장 많은 것이 담배꽁초다. 실제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4명 중 한 명은 담배꽁초는 아무 데나 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더라. 캠페인 공식 영상에도 나오지만, 지금 바로 우리가 옳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10년 뒤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담배꽁초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또 담배꽁초가 화재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여러모로 필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이번 캠페인에서는 동영상을 통해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요즘의 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딸도 그렇지만 이들은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다. Z세대에겐 환경오염이 곧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것이다.


필립모리스가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자리 잡길 바라나?

지금까지 담배 제조 회사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필립모리스는 담배의 중독성을 인정하고 보다 나은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그야말로 배수진을 쳤다. 그렇게 완성한 아이코스를 필두로 앞으로도 소비자와 진정성 있게 소통한다면 정말로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터뷰 전은경 편집장

글 김민정 기자

사진 이창화 기자

온라인 업로드 김진형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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