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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창업가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한다.

조회수 2020. 9. 1. 10: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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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슐리 정 아이데틱 대표 & 정주형 벡터스 대표

애슐리 정 아이데틱 대표 & 정주형 벡터스 대표

애슐리 정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인테리어 디자인 학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아시아-태평양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그룹 아이데틱의 대표를 맡고 있다. 북미 구글IO 이벤트 마케팅, 중국 텐센트 글로벌 마케팅, 글로벌 삼성 파운드리사업부 마케팅 등이 대표 프로젝트다. 2018년에는 EGA(Eidetic Global Alliance )를 설립, 다양한 디자인, 브랜드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정주형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학사를 졸업하고 기술경영대학원 공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1996년부터 2016년까지 웹 에이전시 이모션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2002년 대한민국 코스닥 최연소 CEO로 화제가 됐다. 2017년에는 투자 회사 벡터스를 설립했으며 현재는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 아몬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디자이너 출신의 창업가이자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다면?

정주형 대학 시절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웹 에이전시 이모션을 만들었고 2010년대 초반에는 위치 기반의 소셜 데이팅 앱 1km를 개발하며 또 한 번 창업했다. 이후 내가 한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투자회사 벡터스Vectors를 설립해 운영하며 현재 사용자 스스로가 플랫폼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스타트업 아몬드도 운영한다. 개인 전문 투자자 자격도 갖고 있기 때문에 벡터스는 투자회사이자 정주형 개인의 투자 브랜드라고 보면 된다.


애슐리 정 미국에서 아이데틱Eidetic이라는 회사를 창업해 10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 아이데틱은 온라인은 물론 전시나 다양한 이벤트 공간에서의 브랜드 경험과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한국, 중국, 미국의 3개 법인을 운영한다. 3년 전부터는 3 개 기업에 투자하고 5개 브랜드에 투자 및 운영하며 투자자로서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창업자에서 투자자의 길로 들어선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주형 원래 새로운 실험을 하거나 트렌드에 맞는 무언가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사업에는 마침표가 없지 않나. 이모 션이라는 회사도 20년 정도 운영했으니까 이런 식이라면 평생 3 개 회사밖에 경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과감하게 투자업으로 전환 했다. 보통 투자자는 금융, 경영을 배경으로 하는데 창업자의 마음은 창업자가 안다. 벡터스는 창업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을 모두 제공하는 일종의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와 비슷한데 2, 3대 주주의 위치에서 긴밀하게 관계를 맺는다. 단순히 투자만 하고 교류하지 않는다면 재미나 보람,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애슐리 정 벡터스 같은 투자회사를 미리 만났다면 좋았을 것 같다. 나 역시 창업할 때 멘토가 없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 다. 특히 미국에서 회사를 설립하다 보니 행정 문제부터 모든 것을 직접 부딪쳐서 해결해야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노하 우가 쌓이니까 이를 전해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 크리에이티브는 뛰어나지만 그 외에 이를 사업화하는 역량이나 해외 진출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회사에 적절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물론 아이데틱의 밸류와 경험, 재능으로 뒷받침해준다. 유럽과 미국의 광고 마케팅업계에는 WPP나 퍼블리시스 같은 유명한 투자 그룹이 있지 않나. 할 수 있다면 아이데틱이 아시아-태평양 기반의 그런 모델을 만들어 자금과 가치를 제공하며 함께 성공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고 싶다.

주로 어떤 회사에 투자하나? 사업 전반에 디자인 싱킹을 잘 풀어냈거나 인상 깊었던 사례가 궁금하다.

애슐리 정 주로 디자인, 브랜드와 관련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창의성은 뛰어난데 사업화하기에는 경험이나 자금이 부족한 경우, 혹은 클라이언트가 없을 경우 사업의 첫발을 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를 모아서 아이 데틱 글로벌 얼리언스Eidetic Global Alliance ( EGA )를 설립했 다. ‘크리에이티브’라는 공통점을 가진 회사들이 세계 무대에서 공동 성장을 이루는 것이 목표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 트업끼리 협업한다. 예를 들어 최근 샤오미 스마트워치와 협업한 캐릭터 브랜드 에그랩Egglab은 EGA에 속해 있는 한국, 중국,미국의 3개 회사에서 각각의 전문성을 더해 만든 조인트 벤처다. 중국의 콘텐츠, 한국의 디자인 그리고 아이데틱의 사업적 역량을 투입해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이처럼 시너지를낼 수 있는 회사끼리 엮고 자본은 물론 비즈니스에 특화된 크리 에이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곧출시 예정인 헤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블로블로우Bloblow 역시 EGA에서 만든 ‘린치핀 글로벌’을 통해 탄생했다. 한·중·일 크리에이터 10명의 개성을 담은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으로 아이데틱에서는 브랜딩과 마케팅, 글로벌 시장의 네트워킹을 담당한다.


정주형 나의 경우 투자 분야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디자인 싱킹을 디자이너가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고가 편협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모두를 아우르는 기준이 있다면, 아이디어 자체에 창의적이고 예리한 감각이 있거나, 남다른 생각이지만 타당한 경우에 투자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한 의료 회사에 투자 했는데 애플리케이션으로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우리가 근시를 치료하기 위해서 계속 눈동자를 움직이거나 치매 환자에게 계속 같은 질문을 하는 것처럼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치료법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 밖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광고를 선택해주는 ‘애드인텔리전스’나 SNS 사용 자들이 자발적으로 제품을 체험하고 솔직한 리뷰를 공유하는 마케팅 플랫폼 ‘공팔리터’ 역시 디자인 싱킹이 돋보이는 예다.

디자이너가 창업하려고 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무엇인가?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 얘기해달라.

정주형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수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건 성주들에게 제안서를잘 썼기 때문이다. 그는 훌륭한 과학자이자 예술가였지만 무엇보다 영업과 마케팅에 능했다. 디자이너 역시 자신을 예술가의 영역에만 가둘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시작은 기획이다. 우선 발견된 문제를 언어로 정의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조화한 다음 맨 마지막에 비주 얼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개는 디자인을 단순히 비주얼을 만드는 것으로 한정 짓기 때문에 그 인식의 한계가 답답해서 창업을 했다. 여기에는 대학교 첫 전공 시간에 교수 님이 “돈을 벌려면 디자이너를 하지 말라” 고 했던 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아르바 이트를 하면서 경험한 디자이너의 역할과 지위는 그러했다. 솔직히 당시에는 디자이 너로서 경영을 하면 경영자와 똑같은 지위를 누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창업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디자이너만큼 창업에 적합한 사람도 없다. 디자이너의 눈에는 언제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보이지 않나. 바로 그게 창업의 주제가 될 수 있다.


애슐리 정 나 역시 원래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고, 다양한 분야를 두루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아서 한국에선 제품 디자인, 영국에선 그래픽, 미국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다. 하지만 창업 초반에는 스페셜리스트 로서의 능력만 생각하고 디자인만 고집하는 우를 범했다. 이후 다양한 분야의 전반적인 지식을 쌓고 경험을 넓히면서 스스로 제널러리스트임을 인지하는 순간 좋은 구성원이 들어오고 사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 가장 단편적인 예로 사명의 변천사를 보면 그회사가 걸어온 길을 알 수 있지 않나. 우리 회사의 첫 번째 이름이 ‘애슐리 정 디자인’이었다. (웃음) 그다음에는 마케팅이 주요 사업을 차지함에 따라 ‘아이데틱 마케팅’으로 바꾸었고, 한 사업 분야에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솔루션으로 확장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아이데틱’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는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가 그리 많지 않다. 두 사람처럼 서로 걸어가는 길이 비슷한 디자이너들이 모여 교류하고 정보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정주형 디자이너가 창업해서 성공하려면 디자인 행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폐쇄성을 버려야 한다. 누군가의 돈을 벌어줄 때 나 역시 돈을 벌 수 있었다. 사업을 할 때도 단순히 나만의 작업을 하고 그 우월성에 도취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를 쌓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어떤 생각, 얼마 만큼의 개방성을 갖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우리 두 사람 역시 처음 지인의 소개로 만났을 때 서로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지 않고 각자의 작업만 열심히 했다면 오늘과 같은 자리도 성사되지 않았을 거다.


애슐리 정 맞다. 창업자는 더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균형감이 중요 한데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 대부분은 전체 업무 시간 중 90% 이상을 본인 작업을 하는 데 쓴다. 하루에 해야 할 리스트 20개가 있다면 가장 우선순위인 디자인만 하다가 나머지 18개는 하지 못하고 끝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게 밤새 작업만 하다가 막상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선 제대로 소통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많이 봤다.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로서 필요한 일에 시간을 정량화할 필요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네트워크를 쌓는다든지, 매주 수요일 점심은 디자이너들과 식사를 한다든지,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고 주기적으로 매출과 수익을 비교해본다든지, 이 모두가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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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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