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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새로운 전통을 반영한 아이덴티티

조회수 2020. 2. 28.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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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인사동 BI & 사이니지 프로젝트

한동안 침체기를 겪던 인사동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몇 해 전부터 매력적인 콘텐츠로 무장한 복합문화공간들이 생기면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것. 한 시대를 풍미한 ‘쌈지길’을 기억하고 있다면, 이런 소식이 반갑게 들릴 것이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복합문화공간 ‘안녕인사동’ 역시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GS리테일과 액티스Actis, 이지스자산운용이 투자와 운영을 맡은 이곳은 총 4층 규모로 모나미, 라인프렌즈, 금옥당 등 트렌디한 브랜드들이 입점해 눈길을 끈다.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디자인이다. 스타 건축가 송박Song Pak이 디자인을 맡아 한국의 선과 원을 모던하게 풀어냈다. 문제는 BI와 사이니지였다. 방문객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것은 그래픽 디자인이기에 파트너 선정에 신중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안녕인사동’의 선택은 브랜드개발 전문회사 엔스파이어(공동대표 김성민, 정형석)였다.

‘안녕인사동’ 로고.
‘안녕인사동’의 실내 전경. 건축의 라인을 BI의 모티프로 적극 활용했다.


2012년 설립한 엔스파이어는 그동안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진 않았지만, 신규 브랜드 개발에 특화된 회사다. 특히 지난해 초 문을 연 성수연방의 BI로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김성민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지역적 맥락을 읽어내는 일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인사동이라고 했을 때 흔히 생각하는 인식과 편견들이 있어요. 그중 어떤 점을 활용하고 어떤 점을 불식시킬지 고려해야 했죠.” 건축과의 융화는 또 다른 숙제였다. 엔스파이어는 그 답을 한글에서 찾았다. 원과 선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모던한 느낌의 BI로 지역과 공간의 특색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BI를 적용한 종이컵
서식류 디자인
쇼핑백
포장지


“인사동은 지역적 특성상 국문 간판이 많은 지역입니다. 수많은 간판들 가운데 차별화될 수 있는 조형성을 갖추는 데 주력했죠. 확장성을 가진 그래픽을 완성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BI는 짧은 시간 안에 ‘안녕인사동’의 확고한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대형 조형물로 풀어낸 BI 앞에 많은 방문객이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안녕인사동’의 메인 사이니지.
선비 캐릭터
선비 캐릭터
선비 캐릭터를 적용한 브로슈어.
버스셸터 광고 시뮬레이션.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BI 및 캐릭터와 달리, 사이니지와 픽토그램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쪽을 선택했다. “정말 다양한 그래픽 패턴과 사이니지 간판 소재를 리서치하고 시뮬레이션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내린 결론은 건축가의 철학과 생각을 최대한 존중하자는 것이었죠.” 정형석 엔스파이어 공동대표의 말이다.

엔스파이어가 개발한 픽토그램
엔스파이어가 개발한 픽토그램


엔스파이어는 BI 개발을 마친 지금 이후로도 꾸준히 ‘안녕인사동’과 소통하며 브랜드 운영에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젊은 디자인 전문회사의 크리에이티브가 전통과 현대, 공간과 사람, 테넌트와 테넌트를 연결하는 교집합이 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복합문화공간의 BI는 플랫폼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김성민(오른쪽), 정형석(왼쪽) 엔스파이어 공동대표


이번 프로젝트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보다 균형을 맞추는 일이 중요했다. 자칫 구태의연하고 고루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고 너무 혁신적이어도 지역적 맥락과 괴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장과 벽면을 가득 메운 루버 louver와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 하는 것도 관건이었다. 모던하게 풀어낸 직선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차가워 보이지 않도록 중화시키는 BI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인만큼 이들을 고려한 디자인이 필요했을 것 같다.

한글의 기하학적 조형미를 부각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한글 히읗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원과 선이 만들어내는 미감에 끌리는 것이다. 사실 디자이너의 욕심으로, 더 얇은 선을 구현하고 싶었으나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현실적인 절충안이 필요했다.

명함 디자인.
BI를 활용한 세로 배너 이미지.


캐릭터 ‘시간을 달리는 선비와 여동생’ 또한 눈길을 끄는 요소다.

사실 가벼운 제안에서 시작한 디자인이었다. 로고타이프만으로 BI를 구성하니 심벌이 없어 허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 공간을 즐기는 도화원 선비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했는데, 클라이언트 쪽에서 무척 좋아했다. 감사한 일이지만, 캐릭터를 과용할 조짐도 보여 오히려 우리 쪽에서 브랜드 위계를 명확히 잡아주는 데 신경 써야 했다.

선비 캐릭터를 활용한 휴대폰 케이스
브로치 디자인
인스타그램에 적용한 모습을 시뮬레이션한 이미지.


성수연방에 이어 두 번째 복합문화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복합문화공간 브랜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보나?

BI가 그 자체로 플랫폼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복합문화공간의 특성상 테넌트들의 특징이 천차만별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간 자체의 특징이 너무 강하면, 입점 브랜드의 개성이 묻힐 수 있다. 반대로 너무 평이하고 특색 없는 디자인을 하면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결국 테넌트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BI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녕인사동’에서는 원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글 최명환 객원기자

사진 제공 엔스파이어

http://enspiregroup.org/
온라인 업로드 김진형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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