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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디자인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드는 곳

마켓컬리의 BI 리뉴얼과 패키지 리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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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시장 시스템에 더 이상 어떤 혁신이 가능할까 싶은 2015년, 마켓컬리(대표 김슬아)가 시작한 새벽 배송은 그야말로 틈새를 파고든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니즈와 심리를 간파해 소비자의 ‘시간’을 파고든 것이다. 이뿐 아니라 마켓컬리는 상품별 최적 온도를 유지하는 풀 콜드체인 시스템을 비롯해 상품 수요 예측에 관한 데이터 축적과 활용, 물류 시설 확충 등 유통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이는 기업 설립부터 유통에 관한 모든 시스템을 바꿔보겠다는 목표와 최상의 상품을 최적의 환경으로 제공한다는 가치가 자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통업의 생태계에서 더 나아가 기업과 사람, 그리고 환경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가기 위한 고민도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마켓컬리는 설립 5년 차를 맞은 올해, 브랜드의 얼굴인 BI 시스템을 재점검하는 일을 시작으로,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변경해 나가겠다는 ‘올페이퍼 챌린지All Paper Challenge’를 통해 지속 가능한 유통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새로운 포장재를 사용한 마켓컬리의 배송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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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선보인 새로운 BI는 기존의 BI와 닮은 듯 다른 모습이다. 마켓컬리 하면 떠오르는 보라색과 타이포그래피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한층 산뜻하고 세련된 형태로 탈바꿈했다. BI 리뉴얼 프로젝트를 맡은 마켓컬리의 크리에이티브 조직 BC(Brand Contents)팀은 ‘컬리퍼플’이라는 그들만의 보라색을 찾아냈으며, 기존의 컬러보다 채도와 명도를 높여 시의성과 명시성을 개선했다. 서체 역시 기존 형태를 좀 더 단순화해 가독성을 높였다. 또 높이와 배치, 형태감의 변화로 안정감과 균형감을 꾀했다. 무엇보다 고유한 디자인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여기에 새로운 무드를 불어넣었음으로써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를 인지하도록 한 점은 특히 인상적이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BI는 한층 감각적인 동시에 견고한 이미지를 강화해 브랜드에 긍정적 이미지를 더했다. 이는 앞으로 더욱 성장해 갈 브랜드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웹과 모바일, 배송 차량, 포장 패키지와 제작물 등 다양한 소비자 접점에 활용되고 있다.

BI는 기존 서체에서 불필요한 획은 생략하고 간결하게 다듬었다. K, y와 같은 기존 마켓컬리 로고타입 요소와 u, r, l 등 가독성이 중요한 요소의 강약을 살렸다

앱에 적용된 마켓컬리의 리뉴얼된 BI

신규 BI가 적용된 마켓컬리 배송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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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와 함께 새로운 변화는 바로 포장재 변경이다. ‘올페이퍼 챌린지’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유통 시스템을 사업의 핵심으로 삼아온 마켓컬리의 대대적인 혁신에 가깝다. 상온과 냉장, 냉동 박스는 물론 완충재와 지퍼백, 테이프 같은 내부 부자재까지 종이로 변경한 것으로, 지난 9월부터 샛별배송 포장재부터 교체되기 시작했다. 2021년까지는 배송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택배 배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변경할 예정이다. 포장재에 사용되는 종이는 위생적이며 친환경적인 소재로, 특히 국내 재활용 시스템에서 폐기 시 자연 분해되는 시간은 단 5개월 정도다. 스티로폼이 500년 걸리는 것에 비하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포장재 종류마다 다르지만 평균 90% 재활용 종이에 강도를 위해 혼합한 10%의 펄프 역시 FSC 인증을 받은 제지를 사용한다. FSC는 국제산림협의회에서 구축한 산림 경영 인증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산림 훼손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이 변화로 매해 약 750톤의 비닐과 2130톤의 스티로폼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2중 골판지를 사용한 공기층 구조를 활용해 보냉력도 높였다. 냉동 박스의 경우에는 발수력이 높은 원지를 사용하여 코팅 처리를 하지 않았다. 모든 박스와 내부 부자재는 별도의 처리 없이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했고, 신선도를 유지해주는젤 아이스팩도 100% 워터팩으로 변경해 선보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마켓컬리는 소비자가 수령한 종이 박스를 회수하는 서비스까지 진행하는 중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의 샛별배송 지역을 대상으로 한 번에 최대 3개까지 종이 박스 회수가 가능하며, 이 박스는 재활용업체에 전달된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초등학교 교실 숲을 조성하는 데 사용된다. 교실 대기 정화를 위해 진행하는 초등학교 교실 숲 프로젝트는 전 세계 각국에 나무를 심는 소셜 벤처 ‘트리플래닛(대표 김형수)’과 함께 진행 중이다. ‘올페이퍼 챌린지’가 시작된 지 1개월 만인 지난 10월부터 월곡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매월 1개 학교에 교실 숲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통이 물건을 전달하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박스와 포장재를 처리하는 과정 그리고 재활용 단계까지 기업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선순환 사이클을 만드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이는 유통을 핵심으로 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를 위한 활동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BI와 포장재 리뉴얼 프로젝트는 단순히 환경 혹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가치 있는 사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기업의 본래 목표와도 연결된다. 그래서 앞으로 지속 가능한 유통과 선순환을 꾀하려는 유통 산업 전반의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마켓컬리의 행보는 여러 유통 분야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며, 그 긍정적 파급력 또한 기대해 볼 만하다.


마켓컬리의 소비자로서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고민했다.
-오민경 브랜드콘텐츠팀 매니저-

한창 성장하는 기업이 BI 리뉴얼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마켓컬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브랜드 경험이 한 기업이 지속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채널에서 필요한 제작물을 만들다 보니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는 팀의 의견이 있었다. 이에 현재의 BI를 점검해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다양한 소비자 접점에서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부적으로는 BI 리뉴얼 프로젝트를 ‘리파인먼트 프로젝트Refinement Project’라 이름 붙였다. 기존의 긍정적인 고객 경험은 살리면서 미처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브랜드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BI 리뉴얼 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

브랜드 아이덴티티 자체의 형태 변경도 중요하지만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되는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송 박스, 리플릿, 배송 트럭등 오프라인뿐 아니라 웹, 모바일 사이트, 그리고 자사 SNS 채널까지 마켓컬리의 모든 콘텐츠에 적용되기 때문에 브랜드가 의도한 이미지가 명확하게 전달되어야 했다. 그래서 가이드라인 제작 시 형태뿐 아니라 색상 기준, 서체와 사진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예시를 보여주어 통일감이 느껴지도록 했다. 특히 기존에 비해 BI 사이즈를 키워 적용한 부분은 단순히 로고의 역할을 넘어 그래픽 모티프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BI 리뉴얼은 브랜드 디자인 스튜디오 CFC와 협업했다.

사실 외부와의 협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객관적인 시선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관점이 필요했고 우리가 목표하고 있는 리뉴얼 방향성을 가장 잘 이해한 CFC와 함께하기로 했다. CFC와 마켓컬리는 디자인이 전달하는 ‘맥락’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 CFC는 마켓컬리에서 매주 진행하는 상품 위원회에 참관하고 물류 센터에도 방문하며 상품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배송되는 순간까지 마켓컬리의 모든 서비스 과정을 경험했다. 이후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는데, 많은 질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브랜드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하다 보니 유지해야 할 자산과 폐기할 내용이 구분되었고 기존의 자산을 조금씩 리뉴얼해 비주얼을 정립하는 데 큰도움이 됐다.

변경된 올페이퍼 챌린지 박스를 보면 다양한 색의 BI가 적용되었다.

기존 박스에 BI 색상이 적용되어 있기는 했지만 개별적으로 각 박스에 집중해서 디자인 되었다면, 올페이퍼 챌린지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박스가 도입되면서 박스에서 드러나는 정보의 위계를 정리하고 세 가지 색상의 로고를 활용해 온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마켓컬리는 상온, 냉장, 냉동으로 상품을 구분하고 맞춤 온도로 분류해 풀콜드체인으로 배송하는데, 각 박스에서도 이와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상온은 라벤더, 냉장은 퍼플, 냉동은 화이트로 용도에 따른 고유의 컬러를 부여했다.

샛별배송에 사용되는 포장재. 스티로폼 박스 대신 종이 박스, 비닐 파우치와 지퍼백 대신 종이 파우치, 박스 테이프 대신 종이 테이프를 사용했다. 또 비닐 완충 포장재 대신 종이 완충 포장재로 변경했다.

올페이퍼 챌린지 프로젝트 캠페인 조형물(포장재 조형물 설계는 박태형 작가)

마켓컬리는 기업과 사람, 환경이 어우러지는 선순환을 이뤄내고자 한다.
-박은새 크리에이티브 조직 리더-

설립 5년 만에 마켓컬리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바꾸었다.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마켓컬리의 시각적 자산을 지키면서 시대성에 맞게 개선하는 작업이었다. 기존 BI의 고유한 이미지는 최대한 유지하되 불필요한 부분을 배제하고 견고함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변했는지를 명확하게 인지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트렌드의 변화와 함께 마켓컬리의 의지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는 오랜 기간 점진적으로 변화하며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코카콜라의 리뉴얼 방향성과 비슷할 것 같다. 특히 마켓컬리 설립 당시 웹 위주의 서비스를 구현하던 데에서 모바일 시대로의 빠른 전환이 이뤄진 만큼 다양한 하드웨어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이는데 신경을 썼다. 배송 차량, 상자 등에는 기존보다 큰사이즈로 로고가 들어가고 서체의 위치도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브랜드의 당당하고 견고한 이미지를 한층 강하게 인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선한 배송의 핵심인 포장재의 대대적인 변화도 놀랍다. 종이 포장재 소재의 강점이라면?

사실 여러 기업이 사용하는 재사용 포장 백도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자체 분석 결과 위생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제작 과정과 여기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감안하면 에코백 기준 최소 130회 이상 재사용해야 환경보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반면 종이는 우리나라 기준 재활용률이 90%에 육박해 세계 1위 수준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이기도 하다.

다양한 BI 컬러가 적용된 배송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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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 리뉴얼과 ‘올페이퍼 챌린지’ 프로젝트를 수행한 크리에이티브 조직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마켓컬리의 크리에이티브 조직은 크게 3개 분야로, 지속 가능 유통 전략을 수립하고, 핵심 프로젝트 기획과 제작을 수행하는 CRS(Creative Strategy), BI, 포장재 등을 비롯하여 웹사이트와 광고, 프로모션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와 서비스 경험을 디자인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BC(Brand Contents), 그리고 상품을 브랜딩하고,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상품을 소개하는 MC(Merchandising Contents) 팀으로 구성된다. BI 리뉴얼은 외부 파트너사인 CFC와 함께, ‘올페이퍼 챌린지’는 전사적 차원에서 크리에이티브 조직과 유관 부서가 TF 팀을 조직해 협업했다.

포장재 교체 프로젝트를 ‘올페이퍼 챌린지’로 이름 붙인 이유도 궁금하다.

우리가 가장 고민한 것은 단순히 종이 포장재 사용으로의 변경이 아니라 재활용 촉진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소비자와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소비자 역시 자신이 받은 종이 박스를 문 앞에 내놓아 마켓컬리가 다시 회수하는 운동에 함께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유통은 환경과 결부된다. 그 가치는 결국 소비자와 유통, 사람, 환경 모두가 연결되는 바람직한 선순환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것이 곧 마켓컬리를 둘러싼 모든 경험 요소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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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BI 리뉴얼 기획 · 올페이퍼 챌린지 캠페인 브랜딩 & 제작

마켓컬리 크리에이티브 조직(리더 박은새) 브랜드콘텐츠팀 매니저 오민경, 디자이너 김정원 크리에이티브 전략팀 박면하, 조수영 BI 리뉴얼 협업 CFC(대표 전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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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https://www.kurly.com/shop/main/index.php


글 오상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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