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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도시

조회수 2019. 10. 10.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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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진전

지금 서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4명의 사진가에게 카메라를 들렸다. ‘당신이 경험하고 있는 서울을 찍어달라’는 말과 함께. 이들은 한 달 동안 서울의 이곳저곳을 거닐며 이 도시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놀라울 만큼 비일상적인 이미지를 포착했다.  신경섭의 지조 있는 시선, 김경태의 육감적인 포착, 정멜멜의 유유자적한 시간, 장우철의 미심쩍은 행동이 담긴 서울 사진은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 대한 공감과 발견을 제안한다.

출처: 신경섭, ‘파크Park No.21’, 150×200cm, Pigment Print, 2019

서울의 공원

신경섭은 다리 밑, 한강공원 등 원생 자연을 모방한 인공 공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서울의 풍경을 찍었다.  캠핑 도구로 다닥다닥 뒤덮인 도심 속휴식처는 밀도 높은 서울을 함축하면서 자연과 도시가 인위적으로 공존하는 이곳의 현재를 말한다. 사진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건 비단 여름의 더위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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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후지필름 GFX100/ 후지논 GF32-64mmF4 R LM WR

출처: 신경섭, ‘파크Park No.17’, 150×200cm, Pigment Print, 2019
촬영 후지필름 GFX100/ 후지논 GF32-64mmF4 R LM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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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강공원 일대를 택했나?

‘자본과 도시’라는 큰 주제로 작업을 해왔다. 파크 시리즈는 그 연장선이다.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나타난 서울의 도시 환경적 문제의 대안이 바로 인공 공원이다. 이 대체된 자연을 주체적으로 즐기며 살아가는 시민들의 모습은 어딘가 매력 있다.

어떤 곳에 살고 있나?

서울역과 시청역 사이에서 생활한다. 주변에 사무 시설이 많다 보니 주중에는 유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주말에는 너무 한적한 곳이다. 최근 서울역 고가 차도가 서울로로, 서소문공원이 서소문역사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주변의 변화 또한 흥미롭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는다면?

콘크리트 아파트 대단지. 편하고 익숙하고 친숙하다. 택시 기사님들의 정치 얘기.

서울에서 가장 납득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택시 기사님들의 정치 얘기.

서울에서 꼭 찍어보고 싶은 것이 있나?

금지된 장소. 1급 보안 시설처럼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군사 시설이나 발전 시설에 관심 있다.

사는 곳으로 서울은 만족스러운가?

딱히 서울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곳이 없다. 일단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하겠다.

서울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는가?

모든 것이 빠르고 정신없는 서울은 지금까지 다녀본 세계 어느 도시보다 활력 있다. 그로 인한 변화는늘 새로움을 만든다.

서울에서 이것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나?

없다. 변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저 그렇게 주어진 사회에 적응할 따름이다.

출처: 신경섭, ‘파크Park No.24’, 150×200cm, Pigment Print, 2019
신경섭
서울에서 태어나 40년째 살고 있다.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사진을, 연세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주로 현대의 사회적 현상이나 구조를 미적 대상으로 가시화하는 작업을 하며 특히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급변한 환경과 과열된 모습을 건축과 함께 탐구한다. 2018년에는 코스모40에서 개인전 <COSMOS>를 열었고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전 <집합도시>, 2016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용적률 게임>, 2014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한반도 오감도> 등에 참여했다. 공저로는 <확장 도시 인천>(마티, 2016)이 있다.

서울의 모서리

김경태는 서울을 대표하는 장소로 을지로를 꼽았다. 그가 포착한 오래된 건물의 모서리는 지역의 역사를 머금은 시간의 지층이자 조각이다. 마모된 모퉁이, 용도와 목적에 따라 덧댄 건축의 일부는 거두절미하고 서울의 일면을 드러냈다. 김경태는 사진 한 장이 전하는 이미지의 힘을 이렇게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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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후지필름 GFX100/ 후지논 GF100-200mmF5.6 R LM OIS WR

출처: 김경태, ‘을지로 앵글스Euljiro Angles’, 2019
출처: 김경태, ‘을지로 앵글스Euljiro Angles’, 2019
출처: 김경태, ‘을지로 앵글스Euljiro Angles’, 2019
출처: 김경태, ‘을지로 앵글스Euljiro Angle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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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을지로란?

다양한 시간과 재료가 모두 모여 있는 곳.  오래 지나지 않아 사라질 풍경. 인쇄소나 가공소 등을 찾아 골목골목을 거닐던 그래픽 디자이너 시절을 상기시키는 장소.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는다면?

덕수궁 즉조당 주변. 마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가 인상적이다.

서울에서 가장 납득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아쉽고 안타까운 것이 많지만 그렇다고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꼭 찍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서울 전역의 고해상 위성사진.

생활 반경은 어떻게 되나?

대부분 종로구에서 생활한다.

그곳은 어떤가?

바빠 보이는 사람이 많다.

서울은 계속 살고 싶은 도시인가?

그렇다. 적어도 서울을 중심으로 많은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는 조건이라면.

서울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끝내 완성형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점.

변화가 일상인 서울에서 이것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잘 자라고 있는 가로수들.

출처: 김경태, ‘을지로 앵글스Euljiro Angles’, 2019
김경태
진주에서 태어나 대학 시절 대부분을 경기도 안성에서 지냈으며 12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다. 중앙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하고, 스위스 로잔 예술대학교(ECAL)에서 아트 디렉션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사물 또는 공간의 구조를 관찰하고 인지하는 방식에 관심을 둔다. 올해는 개인전 <표면으로 낙하하기>(휘슬, 2019)를 열었고 단체전 <불안한 사물들>(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2019) 그리고 2018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 등에 참여했다. <Float 9 – 일련의 구성>(해적프레스, 2018), <Angles>(프레스룸, 2016)를 포함한 5권의 사진집을 출간했다.

서울의 궁

정멜멜에게 서울의 궁이란 밤낮으로 시끄럽고 어지러운 서울에서 유일하게 숨어들어 거닐 수 있는 일종의 도피처다.

지난 8월 녹음이 우거진 궁궐 안에서 속박 없이 셔터를 누른 그녀는 햇빛이 고이는 석조전과 배롱나무가 유난히 아름다운 덕수궁을 기록했다. 정멜멜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다정함은 익명의 인물에게도 여전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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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후지필름 GFX100/ 후지논 GF32-64mmF4 R LM WR

출처: 정멜멜, ‘여름의 흔적Traces of Summer’, 2019
출처: 정멜멜, ‘여름의 흔적Traces of Summ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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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을 찍은 이유는 무엇인가?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혹은 이유 없이 찾아가는 곳이다. 서울에 궁이 없었다면쉴 새 없이 굴러가는 서울에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계절과 날씨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곳은 여름엔 푸르고 겨울엔 앙상하다. 계속해서 종로에 사무실을 두게 하는 이유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는다면?

광화문 일대. 서울역에서 시청, 경복궁을 거쳐 부암동과 평창동을 지나는 버스 노선을 좋아했다.  인왕산을 바라보며 통학하던 때, 특히 갤러리 팩토리, mk2가 막 생겨나던 그때의 자하문로를 걷는 것이큰 즐거움이었다.

서울에서 가장 납득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수명이 다한 건물을 폐기하는 방식.

서울에서 꼭 찍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특별한 장소가 있진 않다. 하지만 어떤 곳이든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기록해보고 싶다.

계속 서울에서 살고 싶은가?

이 도시에서 한 시절을 치열하게 보내고 나서, 서울과 조금씩 멀어지는 삶을 살고 싶다.  지금은 살 필요가 있고 살고 싶다. 

서울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가?

가끔 멀미가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매력적이다. 나고 자란 도시를 미워하는 건어려운 일이다.

서울에서 이것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이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지만 특별히 없다.  이 도시의 속도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변하지 않는 서울이라니 생각만 해도 재미가 없다. 그 대신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감싸안을 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었으면 한다.

출처: 정멜멜, ‘여름의 흔적Traces of Summer’, 2019
정멜멜
서울에서 태어나 아주 잠시 분당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뒤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의 일원으로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와 개인 작업을 병행 중이다. 인물과 정물, 공간을 두루 찍는다. 전시 <변화 구성>(코사이어티, 2019),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SeMA창고, 2016) 등에 참여했고 도시 사진집 총서 <레투어 Vol2:시칠리아>(어반북스, 2018)를 출간했다.

서울의 쓰레기

장우철은 길이든 카페든, 힙한 카페든 망한 카페든, 도서관이든 궁궐이든 서울에서는 어쩐지 싸우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이따금 홀렸다가도 30cm만 눈을 돌리면 금세 뭔가 들통나고 마는 거짓말과의 싸움이다.  그는 서랍 속 ‘쓰레기’를 길가에 예쁘게 내다 버리며 사진을 찍었다. ‘여기는 뉴욕 같네’, ‘여기는 북유럽 같네’ 해봤자 결국 서울일 뿐인 풍경에 또 다른 거짓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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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후지필름 GFX50R/ 후지논 GF32-64mmF4 R LM WR

출처: 장우철, ‘고창에서 산 리본과 교토에서 산 원고지를 동시에 삼청동에 버림’, 2019
출처: 장우철, ‘파리에서 산 엽서를 포이동에 버림’, 2019
출처: 장우철, ‘런던에서 산 속옷 박스를 혜화동에 버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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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기 위해 갖다 버린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했나?

대개의 범죄자가 그렇다듯이 현장으로 돌아가 아직 거기 있는 것들을 수거하고 거짓말을 들키지 않은 것처럼 안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밤중에 쓰레기봉투를 내놓으며 서울에 요만큼 살고 있구나 생각했다.

사는 곳으로 이화동은 어떤가?

첫 직장에 걸어 다녀도 좋을 거리라 살기 시작했는데, 회사가 강남으로 이전한 후에도 계속 살고 있다.  거처를 옮기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 이 방의 빛을 담는 사진 작업을 하면서는 아예 주저앉은 느낌으로 산다. 마실 삼아 종로 쪽으로 다녀오곤 한다.  낙산공원과 대학로가 더 가깝지만 그쪽으로는 가지 않는다.

서울에서 좋아하는 장소를 꼽는다면?

어떤 장소나 동네를 선택하긴 싫고, 밤에 택시를 타고 지나쳐가는 풍경 속 서울을 좋아한다.  특히 강을 건너면서.

서울에서 가장 납득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바라는 게 없어서인지 납득하지 못할 일도 없다.

서울에서 꼭 찍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천지개벽.

서울은 살고 싶은 도시인가?

살고 싶지 않아 하면서 계속 잘 살게 될 도시 같다.

서울에서 이것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바랄 걸 바래야지. 그냥 싹 다 한꺼번에 변했으면 좋겠다.

출처: 장우철, ‘피렌체에서 산 빨간 손수건을 효자동에 버림’, 2019
장우철
논산에서 나고 자라 2002년 7월에 서울에 온 뒤 줄곧 종로구 이화동에 살고 있다. 15년간 <GQ> 에디터로 일했고, 때가 되어 그만둔 뒤로는 다양한 일을 해내며 글과 사진을 다루는 작가로서의 시간을 채우고 있다. 최근에는 수서동 식물관에서 아홉 번째 전시회 <나츠메夏目>를 열었다. <여기와 거기>(난다, 2012), <좋아서 웃었다>(허밍버드, 2016)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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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협조 후지필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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