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숨은 서울 찾기

조회수 2019. 9. 8. 15: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아마추어 서울

“아마추어란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10년째 느슨하지만 꾸준하게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재미와 관심 때문이었다. <아마추어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낯선 업종의 사람들에게 용기 내서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듣고, 소중한 관계를 맺게 되는 일까지 모두 큰 즐거움이다.  도시가 생성되는 속도는 매우 느린 데비해 오랜 시간이 만든 역사를 헐어내는 것은 한순간이다. 도시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특정 장소에 몸담고 생활하는 인물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의 모습을 남겨두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

출처: ⓒdesignhouse
을지로 이동형 가게를 기록한 9호 ‘크리스 하마모토의 일일’.

지도의 역할은 공간의 표상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데 있다. 하지만 <아마추어 서울>의 지도는 다르다.

그래픽 디자이너 유혜인과 조예진이 주축인 <아마추어 서울>은 ‘주관적인’ 관점으로 주목받지 않은 서울의 이면을 10년째 기록하고 있다. 편지 봉투에 들어 있는 이들의 지도는 핫 플레이스나 랜드마크를 소개하기보다는 지역의 유래나 문학 작품 속 문장, 오래된 기사를 수록해 장소의 정취를 연상시키고 숨겨져 있는 서울의 이야기를 들춘다.

한참 읽고 난 뒤 봉투를 여미면 마치 보물 지도를 손에 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출처: ⓒdesignhouse
편지 봉투에 담긴 <아마추어 서울>지도.
출처: ⓒdesignhouse
편지 봉투에 담긴 <아마추어 서울>지도.


이들은 종로구 재동·계동·원서동을 중심으로 4개의 산책 코스를 기록한 ‘옛 서울’을 시작으로 독립문역과 서대문역 사이에 자리한 동네를 기록한 ‘서西서울’, 서울을 가로지르는 301번과 163번 버스 노선으로 여행 코스를 제안하는 ‘서울 버스’ 등을 냈는데, 서울을 경험하는 방법을 매호 조금씩 다르게 선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물을 중심으로 동네를 기록한 ‘백태종의 초동’도 특별하다.

이는 을지로 인쇄 공장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청산인쇄 백태종 대표의 인생기나 다름없다. ‘책임감과 고운 마음씨’ 하나로 일궈온 삶의 여로를 지도로 전개한 것. 지도에는 초동에서만 6번이나 이사한 청산인쇄의 궤적, 즐겨 찾는 음식점과 거래처들이 표시돼 있다. 백태종의 인간미, 분주한 노동 현장과 인쇄소의 면면을 묘사한 대목은 백태종의 삶을 빌려 초동을 연상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출처: ⓒdesignhouse
출처: ⓒdesignhouse

그런가 하면 가장 최근 발행한 아홉 번째 지도 ‘크리스 하마모토의 일일’은 일반적인 지도 형식에서 한번 더 확장했다. 여행차 한국을 방문한 미국인 크리스 하마모토가 휴대폰 속 구글 맵에 의지해 미로 같은 을지로 골목을 산보하는 콘셉트다.  실존 인물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단편소설로 크리스 하마모토가 을지로 일대에 출몰하는 ‘이동형 가게’를 찾아다니는 여정을 볼 수 있다.

10년째 을지로3가역 8번 출구를 지키는 앙금빵 아저씨, 쌍화탕과 대보탕 등을 싣고 골목 어귀를 돌아다니는 이동형 찻집 등 을지로에서만 만날수 있는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아마추어 서울>은 지도 제작 외에도 국내외 학생들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여행 중 찍은 사진으로 나만의 지도를 만들 수 있는 앱 ‘워킷workit’을 개발하는등 끊임없는 시도를 모색한다.

출처: ⓒdesignhouse
건축가의 관점으로 성수동 일대를 기록한 5호 ‘김경란의 성수동’

이들이 다루는 동네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시간이 멈춘 것같은 곳이다. 그만큼 이미 사라졌거나 이내 사라질 처지에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아마추어 서울>은 지도의 구석구석을 찬찬히 설명하다가도 “지금은 없어졌어요”라는 말로 끝을 맺는 일이 일쑤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의 사이사이를 지도로 묵묵히 증명하고 있다.


펴낸곳 아마추어 서울
기획 및 디자인 유혜인, 조예진
가격 12,000원

-
<아마추어 서울>은 2009년 부터 성동구 성수동, 중구 익선동, 초동, 장사동, 예지동등 서울의 정취가 남아 있는 동네를 찾아가 지역의 매력과 이야기를 지도에 기록한다. 지도는 언리미티드 같은 행사나 메일 문의(amateurseoul@gmail.com) 를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

오는 9월 5일 부터는 DDP 갤러리 문에서 디자이너 소동호, 전시영 등과 함께 10년 간의 활동을 총망라한 전시도열 예정이다.
http://amateur-seoul.com/

글 유다미 기자
편집디자인 김혜수 디자이너
사진 이창화 기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