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라이프'를 즐기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혼라이프’는 이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공간의 크기에 집착하지 않는 실속형, 나만의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혼자 하는 드라이빙에 익숙한 ‘혼족’을 위한 자동차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현대차에서 선보인 베뉴는 젊은 세대를 위한 도심형 SUV의 미래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되어준다. 총 21가지 컬러 조합이 가능한 베뉴와 함께 젊은 디자이너 4인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나의 일과 라이프스타일, 자동차 디자인과 베뉴에 대해 물었다.
자동차 디자인과 어울리는 아이코닉한 색이 중요하다
생애 첫 차를 구매하기 위해 여러 차를 관심 있게 살펴 보고 있다.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며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지만, 물건 이동이나 여행 등을 위해 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하게 옮기는 짐이 많은 시기이기도 해서 공간 활용도와 경제적인 측면, 그리고 세련된 스타일 등을 두루 고려하고 있다. 베뉴는 과감한 유채색을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다양한 컬러를 사용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 디자인과 어울리는 상징적인 컬러를 개발하는 것인데, 베뉴는 디자인과 컬러가 잘 매칭된다. 평소 나는 작업할 때금속이나 목재, 한지 등 소재 본연의 질감을 드러내는 편이다. 때때로 색에 집중하는 작업을 할 때는 색이 사람들에게 전하는 원초적인 느낌을 끌어내려 한다.
예를 들면 건물 외벽에 무게가 180kg에 달하는 경관 조명을 설치한 적이 있다. ‘마이룸My Room’이라는 콘셉트로, 나의 집과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주목도가 높은 주황색을 사용했다. 어떤 색을 마주했을 때의 감정은 이성보다 본능에 가까운 직관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최근 도로에 다양한 색의 차가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자동차는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독립적인 공간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멋있는 자동차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등장한 듀센버그사의 SJ 모델이다. 크롬 장식과 웅장한 배기음, 선명한 노란색이 잘 어우러진 차다. 1960년대는 히피, 팝아트 등의 영향으로 원색의 밝은 색상이 자동차에 대담하게 사용된 때였고 당시 신소재였던 플라스틱을 성형해 만든 팬톤 체어는 지금까지 시대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컬러는 디자인을 강력하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에 나의 작업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디자인 리서치를 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색을 중심으로 레퍼런스 이미지가 모이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 오랫동안 좋아한 컬러는 형광 노랑이다. 최근 트렌드 컬러로 스포츠웨어 등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베뉴의 여러 가지 컬러 중 ‘애시드 옐로우’는 옐로우라는 강한 키 컬러와 이를 받쳐주는 베이식한 컬러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도심에서 매우 발랄한 느낌을 줄 것 같다. 내게 있어 자동차는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운전할 때 이외에도 휴식이나 독서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좀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패션 액세서리를 보관할 수 있는 수납함이나 차에서 쉴 수 있도록 시트가 변경되는 기능 같은 것 말이다.
더 데님이라는 네이밍과 스포티한 디자인의 조화로움.
현대미술 작가 중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개인전을 오래전 파리 퐁피두 미술관에서 보았는데 당시에 본작품 <La DS>는 연한 스카이 블루 컬러의 시트로엥을 1인용 자동차처럼 자르고 재구조화한 작품이었다. 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디자인은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욕망과 기술의 변천사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베뉴 역시 요즘의 젊은 세대가 바라는 자동차 디자인을 담아낸 결과물일 것이다. 최근의 트렌드는 젠더리스, 지속 가능한 디자인 등을 키워드로 삼고 있다.
컬러는 비트루트(비트 식물의 뿌리 부분)처럼 자연 재료이면서도 화사한 색감을 활용하거나, 그린이나 브라운 톤의 자연색을 경쾌한 느낌으로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 트렌드라 할 수 있다. 베뉴의 컬러 중마음에 드는 것은 ‘더 데님’ 모델이다. 국내 자동차 중에서 예쁜 청색 차량을 찾기가 어려운데, 톤 다운된 느낌의 청색이 잘 표현되었다. 평소 혼자 차를 많이 운전하기 때문에 내겐 오디오가 중요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는 시간은 귀한 충전의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반려견을 태우고 운전하는 일도 종종 있어 강아지 전용 시트가 마음에 든다.
원색의 오브제는 일상을 경쾌하게 만든다
현재 차는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한 디자인의 자동차를 좋아했다. 흔히 우리가 ‘각그랜저’라 부르는 그랜저 올드카나 프라이드, 봉고등 네모반듯하게 생긴 차들이 도로를 지나가면 지금도 눈길이 간다. 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자동차는 얼마 전 태국 여행에서 본 에메랄드 그린 컬러의 빈티지 카다. 색은 우리 눈에 가장 먼저 인식이 되는 자극으로, 제품의 호불호에 대해 생각하기 이전에 제품의 인상을 결정짓고, 나아가 사람을 매료시키는 요소다. 평소에 작업을 구상할 때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의 원색을 기본으로 두고, 무채색 계열로 차분하게 무게를 잡아줄 수 있는 조합을 즐겨 사용한다.
베뉴의 ‘파이어리 레드’ 컬러를 보는 순간 상쾌한 기분이 들어 어느 곳이든 신나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에는 유채색 차량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적었지만, 색상에 민감한 세대가 소비 시장에서 영향력이 높아지며 자동차 회사들도 과감한 색상의 자동차를 등장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동차뿐 아니라 가구나 인테리어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실감하고 있다. 평소에 원색의 가구와 물건을 작업실 곳곳에 두고, 디자인할 때영감의 요소로 삼는다.
글,진행 김만나 기자
사진 최민석(펜 스튜디오)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