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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베스에 변화의 바람이 불다

조회수 2021. 4. 7. 11: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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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beth SHL 5 Plus XD

근래에 하베스는 새로운 시리즈 XD(eXtended Definition)를 등장시키며 모든 제품에 대해 모델 변경을 도입했고, 그 대표적인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시청기 SHL 5 플러스 XD다. BBC 엔지니어 더들리 하우드에 의해 1977년에 설립된 하베스가 몇 년 전 40주년 기념작을 한시적으로 내놨는데 반응이 좋자 그 제품을 다시 개선해서 정규 라인업 시리즈로 올린 것이 이 XD 시리즈로, 전작에 비해 개선된 점은 주로 네트워크 쪽인데, 고가의 커패시터와 내부 배선, 새롭게 개발한 필터가 투입된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정통적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종래의 다소 고전적인 사운드를 현대식 3D 사운드에 가깝게 튜닝한 것이 이 시리즈의 특징. 이 시리즈가 고전적 스테레오 사운드를 인위적으로 3D 스타일로 전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는 그만큼 사운드를 좀더 새롭게 개선시키려는 노력이라 받아들여진다. 이 시리즈에는 모두 5기종이 라인업되어 있는데, 시청기는 위에서 2번째 크기이며 우리네 주거 공간에서는 가장 존재감 있는 모델이라 할 만하다. 

하베스 같은 오래된 영국 스피커를 대하면 나는 서가에 꽂혀 있는 오래된 세계 문학 전집의 분위기를 느낀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문학 전집이 출간된 것은 1950년대 후반이었다. 정음사에서 내놓은 초록색 하드커버 전집으로, 한 달에 한 권 정도를 내놔 몇 년 간에 걸쳐 50권을 채웠다. 가격이 비싸 선친은 몇 년 할부로 구입하셨는데 그것이 이제 선친이 남겨준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당시는 책이 귀해 닥치는 대로 읽었지만 수십 년이 지나 다시 한 번 읽어 보려고 덤볐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이미 <다빈치 코드>나 존 그리샴의 <의뢰인> 같은 스릴 넘치는 책들에 두뇌가 길들여져 버렸으니 카프카, 프루스트 등의 글이 쉽사리 읽힐리 만무하다. 그런 것이 너무도 한심하다. 그래도 굳이 읽어서 좋은 것만이 아니고 머리맡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포만감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한 개인적인 상념 탓이겠지만 하베스 스피커가 놓인 방을 보면 머리맡의 세계 문학 전집 같은 냄새가 마치 꽃향기같이 풍기는 것이다.



하베스의 가장 큰 특징은 그 고전적인 영국제 인클로저일 것이다. 수많은 스피커가 있지만 하베스의 통 컬러는 보기 힘들다. 그냥 일반적인 베니어 패널인데도 왜 그렇게 맑고 고운지 모르겠다. 자체 가공 능력이 있겠지만 그 평범하면서도 은은한 컬러부터 마음에 든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얇은 인클로저의 6면 두께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울림을 조절하기 위한 치밀한 튜닝의 결과인데, 일률적으로 같은 것이 아니라 제품 크기에 따라 또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제작사에서 모방하기도 힘든데, 그들은 이것을 패널 튜닝이라고 부른다. 공명을 제어하고 낮은 착색과 높은 감도를 유지하는 노하우가 이것에서 기인하며, 그런 이유 때문에 하베스의 색감은 굉장히 공통점이 많다. 

하베스의 또 하나 정통적인 특징은 우퍼가 자체 제작의 폴리머 콘 드라이버라는 점. 하베스는 이 콘에 충성도가 남다르다. 펄프 또는 합성 섬유보다 드라이버 콘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 현재 하베스의 대표인 앨런 쇼(Alan Shaw)가 인수할 무렵부터 기존 폴리프로필렌 콘을 능가할 수 있는 합성수지를 찾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 고급 라우드스피커의 연구 개발에서(from Research and Development In Advanced Loudspeakers)의 약자인 ‘래디얼(RADIAL)’이라는 트레이드 네임을 만들어 준 폴리머 복합체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 재질의 유닛으로 전면 개조를 한 뒤 현재는 더 성능이 진화된 래디얼2가 사용되고 있는 상태.

이번 호 시청기인 파라사운드의 인티앰프 힌트 6으로 연결해 소리를 들어 본다. 종전의 다소 온화하고 기품 있는 중년 여성 같았던 음색과는 약간 다르다. 중년 여성이 아니라 생기발랄한 젊은 아가씨처럼 달라졌다. 모든 사운드에서 상당한 투명성과 함께 상큼함과 침투력이 강력하게 드러난다. 조임새가 있어서 음이 탄력적이고, 창을 열고 싱싱하고 넓은 잔디 정원을 바라보는 듯한 개방성이 좋다.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이 쭉쭉 호쾌하게 뻗어 나간다. 현의 독주는 깊이감과 강하게 비벼드는 감촉이 있어 시원한 음감을 보여 준다. 에이징이 이뤄지지 않아 다소 나긋한 맛은 덜하지만, 전체적으로 입체감이 괄목할 만하다. 그리고 대형 스피커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공간도 커버할 수 있겠다. 신형 하베스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들려주는 제품이다. 클래식이든, 팝이든, 재즈든 대부분 잘 맞는 범용 하베스의 탄생이다(김남). 

수입원 다웅 (02)597-4100

가격 650만원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0cm 래디얼 2, 트위터 2.5cm, 슈퍼 트위터 2cm

재생주파수대역 40Hz-20kHz(±3dB)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임피던스 6Ω 파워핸들링 150W 크기(WHD) 32.2×63.5×30cm

무게 15.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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