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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과 손실 없는 음질을 위한 선택

조회수 2021. 2. 17. 11: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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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 Byong Ik Audio RCV (Remote Controller Vacuum Tube)

가을이 오면서 여름 한철 닫아 놓았던 아궁이에 불을 지피 듯 여름 내내 꺼져 있던 진공관에 불을 켜는 일이 많아졌다. 그동안의 소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라도 하듯 거실이 터져 나가라 프리앰프의 볼륨을 한껏 올려 음악을 즐긴다. 귀가 확 열리고 머리가 맑아지고 온몸의 솜털 한 올 한 올이 푸근한 소리에 하늘하늘 춤을 추는 것 같다. ‘역시~ 소리는 진공관이지~’



지난 세월 동안 형편에 따라 바꿈질 당하며 나를 거쳐 간 앰프들이 부지기수…. 그 명작들을 뒤로하고 지금은 진공관 앰프가 10여 년 동안 내 곁에서 그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 하이파이를 하면서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하이파이 시스템은 분리하면 분리할수록 소리의 질은 좋아진다는 것이었다. 리시버 앰프보다는 인티앰프가, 인티앰프보다는 프리와 파워가 분리된 프리+파워 분리형 앰프가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멀티 앰핑을 ‘궁극의 오디오’라고 말하는 것이다.



오디오 시스템을 진공관으로 모두 교체하면서 소리의 질적인 면에서는 엄청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져 진정한 하이파이 길로 들어섰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편의성 면에서는 오히려 나빠졌다고나 할까….



음악을 즐기는 주된 방식이 PC 파이다 보니 음원별 레벨이 제각각이라 스피커로 출력되는 소리의 편차가 심한 경우가 많아서 앰프 앞을 오가며 볼륨을 줄였다, 높였다 하는 게 일이다. 이럴 때면 리모컨으로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한두 번 든 것이 아니지만,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포기한 기능이기에 질적인 업그레이드에 비하면 작은 불편함이라 생각하며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역시 다양성이 존재하고 내가 불편을 느끼면 다른 사람도 불편을 느끼기 마련, 그런 불편을 한 번에 해소라도 하듯, 그것도 진공관을 사용한 리모트 컨트롤러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템이다. 그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제품이 진공관 앰프 전문 업체인 서병익 오디오에서 출시될 줄이야! 

현재 국내에서 제작되고 있는 진공관 앰프 대부분은 과거 진공관 시절의 회로를 복각하거나 그 회로 일부를 수정해 제작하는 앰프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전파상에서 앰프를 수리하던 사람이, 또는 전자 공학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이 진공관 앰프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서병익 오디오는 제작자가 전자 공학도 출신이며, 회로 설계에서부터 앰프의 디자인과 가공, 하드와이어링으로 완성한 배선 등 모든 것을 직접 제작하는 명실상부한 진공관 앰프 전문 제작 기업이다. 그리고 디지털 음원이 주류인 이 시대에 모던한 디자인과 더불어 현대적 감성과도 잘 어울리는 부드럽고 풍부한 원래 그대로의 아날로그 사운드로 잘 풀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병익 오디오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오디오의 대표 격인 진공관을 위한 아날로그 회로를 설계할 수 있는 진공관 앰프 장인의 기업이다.



현재 음향 기기에서 볼륨을 제어하는 방식은 저항을 사용하는 아날로그 방식과 IC 칩을 사용하는 디지털 방식으로 나누어져 있다. 초창기에 오디오 앰프의 볼륨에 리모컨을 적용한 방식은 탄소 피막 가변 저항기에 모터를 붙여서 리모컨으로 이 모터를 제어해 볼륨을 올리고 내리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음원 소스가 LP 및 카세트테이프 또는 라디오가 전부여서 음악을 들으려면 어차피 앰프 앞까지 가야 했기 때문에 그 실용성에 의문이 들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CD가 나오면서 리모컨 볼륨 조절은 필수 기능이 되었다. 지금이야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모터와 가변 저항기 대신 대부분 IC 소자를 통해 볼륨을 조절한다. 그러다 보니 볼륨에 리모컨을 적용시키는 것이 훨씬 유리해졌지만, IC 칩을 동작시키는 방식 때문에 오히려 소리의 질적인 면에서는 저항을 사용하는 아날로그 방식보다 불리하다는 것이 하이파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저항을 이용한 아날로그 볼륨 조절 방식에는 탄소 피막 가변 저항을 사용하는 것과 고정 저항을 다단의 회전 실렉터에 부착한 어테뉴에이터(Attenuator)로 구분되는데, 이 어테뉴에이터의 경우 고정 저항을 수십 단의 회전 실렉터에 장착해야 하니 제작이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고급품은 접점을 은도금 후 다시 그 위에 금도금을 한 것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어테뉴에이터 볼륨 1개의 가격이 어지간한 보급기 앰프 1대 가격과 맞먹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고급 기종의 앰프가 아니면 어테뉴에이터 볼륨을 장착한 앰프를 만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어테뉴에이터를 실장한 볼륨 전용 앰프라니…. 하이파이 유저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 더군다나 회전식 어테뉴에이터가 아닌 릴레이로 구성한 것은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회전식 어테뉴에이터의 경우 이 또한 회전마찰에 의해 접점 마모가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인데, 릴레이 접점 방식은 상대적으로 이 부분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처음 제작 소식을 접하고 거의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그 모습을 보게 되었지만, 받아든 순간 오랜 기다림에서 오는 설렘과 궁금증보다는 오히려 우려가 앞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리모트 컨트롤 볼륨 전용 앰프가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 사이에 설치되거나, 인티앰프의 경우 인티앰프와 소스기기 사이에 설치되기에 음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리의 질을 중요시해서 리모컨 볼륨 조절 기능이 없는 진공관 앰프를 선택한 나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걱정이었으리라. 하지만 들어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 사이에 RCV를 연결해 진공관에 열을 잔뜩 올려놓고서 평소 즐겨 듣던 음악들로 장르를 바꿔 가며 들으면서 리모컨으로 볼륨을 조절해 보니 딜레이 없이 실시간으로 작동되며 소리에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오호! 요것 봐라!’ 감탄이 절로 나온다. 10년 전 처음 진공관 앰프를 들였을 때처럼 그렇게 여러 날을 장르 불문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리모컨으로 볼륨을 올렸다, 내렸다. 한마디로 RCV를 혹사를 시켜 보았다. 그런 뒤 얻은 나의 결론은 ‘정직하다!’ 평소 듣던 소리와 다르지가 않다. 즉, 소리의 크기만 바뀔 뿐 소리의 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 사이에 RCV가 연결되었다고 해서 소리에 어떠한 왜곡이나 착색이 생기지 않는다. 엠마 샤플린(Emma Shapplin)의 ‘심연에서 해안까지, 별은 사라지고(de l'abime au rivage…, spente le stelle)’를 들으면 청아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거부감 없이 그대로 내 가슴속에 젖어 들며, 정수년의 해금 연주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를 몇 번이고 다시 들어도 실낱같이 하늘거리는 가녀린 해금의 울림이 가슴속 저 밑바닥까지 아슬아슬하게 도달해 나의 심금을 울리고 간다.

진공관으로 음악을 듣는 이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아마도 해상도가 높고 거칠지 않은 고음의 매력일 것이다. 고음을 즐기기에 딱 좋은 음악이라면 난 주저 없이 트럼펫 연주곡을 듣는다. 평소에도 니니 로소(Nini Rosso)의 연주를 즐겨 듣는데, 만일 RCV로 인해 고음 영역에 변화가 생긴다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기에 니니 로소의 트럼펫 연주를 며칠이고 계속 들어 보았지만 고음 영역에도 역시 아무런 변화가 없다. 참 정직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RCV는 기본 기능에만 충실하기에 음질에 그 어떠한 왜곡이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천만원대의 앰프들 중에도 오직 음질 하나만을 위해 리모컨 볼륨 컨트롤러 실장을 포기한 앰프를 볼 수 있다. 이유는 리모컨 볼륨 적용을 위해 장착하는 디지털 볼륨 컨트롤러가 음질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독자들 중 그러한 고가의 앰프를 가지고 있고, 그 앰프가 인티앰프든지 아니면 프리·파워 분리형 앰프든지 상관없이 리모컨 볼륨 조절 기능이 없어 불편을 겪었다면 이 RCV가 좋은 해결책이 되리라 생각된다. 또 진공관 앰프의 볼륨은 탄소 피막 가변 저항을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가변 저항 볼륨은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탄소 피막 층이 닳아서 없어지게 되므로 볼륨을 조절하다 보면 ‘치지직’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마모 정도에 따라 심할 경우 스피커로 출력되는 소리의 좌우 레벨에 편차가 생기기도 한다. 이럴 경우 해결책은 가변 저항기를 교체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이럴 때 가변 저항기를 교체하기보다는 RCV를 연결한다면 내 앰프에 최고급 어테뉴에이터 볼륨을 장착한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물론 리모컨 볼륨 조절 기능도 사용하게 되니 이것은 덤으로 생각하자.

이 RCV의 가장 큰 장점 세 가지를 꼽으라면, 첫 번째는 어떠한 앰프와 매칭시켜도 그 앰프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음질과 음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온전히 소리의 세기만 조절하는 기본 기능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 앰프 볼륨에 반영구적 수명의 최고급 어테뉴에이터 볼륨을 장착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릴레이 방식 채택으로 어테뉴에이터 볼륨의 수명이 거의 영구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앰프 매칭에 있어서 진공관 앰프와 반도체 앰프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앰프를 사용하다 다른 앰프로 바꿔도 RCV만 있으면 언제든지 기존 사용하던 습관대로 편안하게 리모컨으로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정말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는 음원을 무선으로 전송해 음악을 즐기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정작 스피커로 출력되는 소리의 높고 낮음은 음질이라는 장벽에 막혀 일일이 앰프 앞을 오가게 만든다. 만약 당신이 소장한 앰프의 볼륨이 리모컨 기능이 없는 순수 수동 조작 방식이라면, 그래서 불편을 느꼈거나 느끼고 있다면 RCV가 훌륭한 해결책이 되어 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고의 편의성과 손실 없는 음질로 어떠한 거슬림도 없이 오롯이 앰프가 전해 주는 선율을 그 느낌 그대로 전달 받을 수 있을 것이다(최열). 

제조원 서병익오디오 (043)264-0452

가격 170만원

형식 진공관 리모트 컨트롤러 무상 A/S 24개월

사용 진공관 ECC82/12AU7×2 주파수 특성 2V 출력 시 -3dB, 상한 주파수 75kHz, 하한 주파수 4Hz

크기(WHD) 39×9.3×3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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