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net, 첨단 과학 기술로 만든 사운드 머신

조회수 2021. 2. 16. 11: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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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Story

대부분의 오디오 제조사들은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와 창업 노력으로 시작되지만 꼭 엔지니어가 아니어도 세계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로 탄생되는 경우가 있다. 마크 레빈슨을 설립한 마크 레빈슨도 순수 엔지니어가 아니었고, 스위스의 울트라 하이엔드 소울루션 또한 엔지니어가 아닌 오디오파일이 설립한 하이엔드 업체이다. 독일의 하이엔드 하이파이 업체, 오디오넷(Audionet) 또한 이런 부류에 해당한다.



전자 기술 관련 분야에서 엔젤 투자자와 신기술을 지닌 벤처 업체를 연결시켜주는 기술 소개 전문 컨설턴트와 한 지방 대학의 전자공학부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된 오디오 전문 업체 오디오넷은 오디오가 아닌 의료 기기용 전자 기술인 의용 공학 기술을 토대로 설립된 하이파이 업체이다. 즉, 본래 이들의 기술 개발 프로젝트는 오디오가 아닌 것이다. 미세 신호 처리 응용 공학을 중점적으로 연구 개발하던 프로젝트의 특성상 미세 신호 인식과 노이즈 제거 등을 위해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측정 전자 장비들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높은 내구성과 성능의 신뢰성이 보장되는, 높은 S/N의 아날로그 증폭 회로가 그들의 개발 대상이었던 것이다.  

물론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오디오 업체들은 늘 본래의 프로젝트 기술을 오디오에 쓰면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의 개발 팀원들은 신기술로 개발한 고도의 미세 신호 처리 및 증폭 기술을 취미 삼아서 자신들이 집에서 쓸 오디오로 만들게 되었다. 문제는 이 고도의 기술을 사용한 취미의 결과물이 기존의 그 어떤 오디오보다 뛰어난 성능과 스펙을 자랑하는 제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성능에 반한 프로젝트 투자 담당 컨설턴트는 본래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직접 벤처 개발팀을 인수하여 새로운 전자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1992년, 이렇게 설립된 오디오 업체가 현재의 오디오넷이다. 당시 회사 설립을 주도한 젊은 컨설턴트이자 대표가 토마스 게슬러(Thomas Gessler)이다.



1992년, 공식 설립된 오디오넷은 첫 제품으로 신호 처리 기술 전문 업체답게 DLC(Digital Loudspeaker Controller)라 부르는 스피커 관련 신호 처리 프로세서를 개발한 것이다. DLC는 자체 개발한 알고리듬으로 스피커의 위상과 주파수의 단점들을 보완·개선하는 프로세서였다. 상업적으로 제품 발매는 되지 못했지만 많은 엔지니어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이 기술에 찬사를 보냈다. 당시 시장 여건상 이런 디지털 프로세서는 시기 상조였는데, 돌이켜보면 업계에서 15년 정도 앞선 기술력을 보여준 셈이다. 

제품화는 되지 않았지만, 이런 신기술 덕분에 오디오넷은 업계에서 큰 화두가 된 공모전(?)에 초청을 받게 되었다. 당시 영국의 스피커 업체 B&W는 새로운 스피커 프로젝트인 오리지널 노틸러스를 완성했는데, 이 스피커는 크로스오버가 없는 제품이라서 외장 형태의 액티브 4웨이 크로스오버를 만들어야만 했다. 세계적인 하이엔드 앰프 업체들을 비롯하여 여러 업체들이 이 프로젝트에 도전했는데, 이 프로젝트의 최종 우승자는 오디오넷이었다. 이때부터 오디오넷은 2014년까지, 무려 20년 동안 B&W에 노틸러스의 액티브 크로스오버를 공급했다.



오디오넷의 탁월한 신호 처리 기술은 프로세서나 크로스오버에서 끝나지 않았다. 앞서 설명했던 고정밀 고 S/N을 자랑하는 신호 처리 기술로 만든 앰프 회로를 개발해냈다. 본래 의용 공학용으로 개발된 엄청난 S/N비를 자랑하는 증폭 회로에 기반을 둔 오디오넷의 앰프 회로는 ULA(Ultra Linear Amplifier)라 명명된 광대역 하이스피드의 앰프 회로이다. 특히 프리앰프 회로에 사용할 때는 대역폭이 무려 기가헤르츠에 달하는 엄청난 스펙을 자랑했다. 이를 기반으로 설계된 프리앰프, 파워 앰프, 그리고 한참 뒤 등장한 SAM 시리즈의 인티앰프 등은 오디오넷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는 제품들로, 놀라운 스펙과 성능으로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기술력을 자랑하는 오디오넷은 스스로를 오디오가 아닌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을 할 정도로 과학 기술 기반의 제품임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차별화를 하고자 했다. 전체 앰프 회로뿐만 아니라, 제품 내부에 들어가는 작은 OP 앰프 같은 부품까지도, 일반 반도체 대신 자체 개발한 OP 앰프 모듈을 사용하는 등, 신호 처리와 광대역 하이스피드의 재생 능력으로 오히려 타사의 제품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수준의 성능 구현을 보여주었다.



1995년 이후 등장한 앰프 제품군을 시작으로, ART 시리즈로 불리는 CD 플레이어와 VIP로 불리는 DVD 및 SACD 플레이어, 그리고 레퍼런스급 홈시어터를 추구한 프로세서와 멀티채널 파워 앰프까지 오디오 기기 전 라인업을 갖추며 밀레니엄에 이르러 명실상부한 독일 최고의 하이엔드 일렉트로닉스 업체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때 유명한 일화 중 하나가 오디오넷을 직접 사용해보고 너무나 뛰어난 성능에 반해 직접 자국에 수입 판매를 한 유명한 스피커 업체가 있을 정도였다. 영국의 윌슨 베네시는 한동안 영국 내 오디오넷의 수입·판매를 직접 도맡아했는데, 윌슨 베네시의 스피커와 공동 프로모션으로 두 회사의 조합이 레퍼런스 시스템으로 운영되기도 했었다. 

밀레니엄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오디오넷이 소개되며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가장 큰 대표작은 ART 시리즈의 CD 플레이어였다. 기존 플레이어들과 다르게 대리석을 베이스로 하고, 그 위에 각종 회로들이 서로 진동에 뒤섞이지 않게 만드는 ART(Aligned Resonance Technology)를 적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한 비동기식 업샘플링 알고리듬을 DSP로 구현한 디지털 필터를 내장하여, CD를 24비트/192kHz로 재생해내는 능력은 2000년대 중반까지 가장 손꼽히는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로 불리었다.



2016년에 이르러 오디오넷은 다시 한번 큰 변신을 시도하게 된다. 하이파이 시장이 점차 하이엔드 위주로 재편되자, 좋은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보수적인 디자인과 바뀌지 않는 제품명으로 인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퇴보된 이미지를 갖게 된 상황이 펼쳐졌다. 주로 기술과 성능, 그리고 높은 가성비를 자랑하던 고급 하이파이를 넘어서 새로운 울트라 하이엔드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2년여의 개발 끝에 ‘과학자 시리즈’로 불리는 새 라인업을 내놓았다. 프리앰프 슈테른, 파워 앰프 하이젠베르크는 억대의 가격표를 자랑하는 오디오넷의 첫 럭셔리 하이엔드이다. 특히 이 시리즈는 애플 컴퓨터와 소니 베가 TV 등 세계적인 유명 제품들의 디자인을 탄생시킨 독일 출신의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 하르트무트 에슬링거(Hartmut Esslinger)가 디자인하여 산업 디자인적으로도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슈테른이나 하이젠베르크, 그리고 이어진 훔볼트까지 이 새로운 럭셔리 하이엔드들은 엄청난 사양의 전원부와 치밀한 회로 설계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엄청난 힘과 다이내믹스, 그리고 오디오넷의 전매특허인 극한의 투명도와 해상력으로 놀라운 사실감을 눈앞에 펼쳐 보여주었다. 북미 지역에서는 YG 어쿠스틱스의 레퍼런스 플래그십과 짝을 이루어 각종 쇼에서 그 성능을 제대로 증명했으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지에서는 다인오디오의 플래그십 스피커들과 매칭을 이루어 하이엔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울트라 하이엔드를 표방한 과학자 시리즈는 초고가의 가격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기는 힘들었다. 따라서 오디오넷은 플래그십의 가치를 담은 새로운 세컨드 라인업을 기획, 또 하나의 과학자 시리즈는 내놓게 되었다. 인티앰프 와트, CD 플레이어 플랑크, 그리고 이를 보조하는 전원 장치인 암페어가 두 번째 과학자 시리즈로 탄생되었다. 섀시는 플래그십과 달리 기존 클래식 제품군의 디자인을 유지하되, 훨씬 두꺼운 알루미늄 패널과 색다른 마감으로 차별화한 두 번째 과학자 시리즈는 플래그십인 슈테른, 하이젠베르크, 그리고 훔볼트의 기본 회로와 전원부를 이식시킨 울트라 하이엔드의 합리적 재구성으로 등장했다. 단품의 가격으로 보면 여전히 고가이긴 하지만, 3배 이상 비싼 플래그십 모델에 견주는 성능으로 놀라운 가성비를 자랑한다. 

새로운 과학자 시리즈의 등장은 오디오넷의 위상을 한껏 높여주는 성공을 가져다주었지만, 급격한 투자로 인해 잠시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 간의 재활 과정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반등에 성공한 오디오넷은 다시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초의 출발을 알렸던 보훔을 떠나, 수도인 베를린으로 본거지를 옮기고 개발 및 생산 기지를 새롭게 구축하여 다시 예전의 오디오넷으로 되돌아왔다. 현재는 과학자 시리즈를 비롯하여 PRE G2, MAX, ART G3 같은 스테디셀러이자 오디오넷의 명기인 클래식 시리즈들이 꾸준히 오디오넷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된 SAM 20 SE 같은 인티앰프는 과학자 시리즈에서 얻은 각종 노하우를 클래식 시리즈로 이식시켜 탁월한 성능과 놀라운 가성비를 구현한 모델로 역시 오디오넷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SAM 20 SE는 당초 애니버서리 모델로 한정 생산품이라는 기획으로 발매되었지만, 시장에서의 큰 성공을 거두며 현재는 고정 모델로 바뀌어 인티앰프 라인업에서 SAM G2와 과학자 시리즈의 와트 사이의 간극을 메우며 하이엔드와 가성비를 동시에 보여주는 모델로 인기를 얻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올 한 해 동안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지만, 오디오넷은 여전히 과학 기술에 기반한 끊임없는 제품 개발과 새로운 변화, 그리고 진화를 추구하고 있다. 다가오는 2021년에는 어떤 신제품들로 또 한 번 그 명성을 입증할지, 저먼 하이엔드의 새로운 진화에 큰 기대를 걸어 본다(성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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