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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의 매력을 우아하게 표현하는 아담한 인티앰프

조회수 2020. 11. 24. 11: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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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d Vena Ⅱ

지금 30대나 40대 초반이라고 한다면 쿼드의 이름은 별로 추억과 연관이 없는 기기에 속한다. 그러나 80년대 무렵 오디오에 귀가 열린 세대에게 쿼드는 그야말로 환상의 명기에 속했다. 연 그레이 색상의 44 시리즈로 프리, 파워, 튜너 한 묶음의 그 기기를 손에 넣지 못해 애가 닳았던 사람이 한둘이랴. 고생 끝에 그 기기가 집에 들어와 밤을 꼬박 새우며 음악을 들었던 감동이 그립다. 그때 느낌 중 가장 잊히지 않은 것은 샹송을 듣기에 최고의 제품이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민요라고 할 수 있는 국가별 보컬 곡에는 애수가 깔려 있다. 재즈가 그렇고 칸초네, 포르투갈의 파두, 러시아 민요, 우리 민요 모두 마찬가지. 샹송도 대단히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감성의 안쪽에는 비애가 한 자락 깔려 있는데, 당시 최고 명기로 꼽히던 크렐이나 마크 레빈슨으로 들으면 그것이 잘 안 나왔다. 청량하고 해상력 좋으며 매끈하기만 한 구동 성향으로 밀도 있고 화려하고 힘차게 노래 부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쿼드로 들으니 화려한 샹젤리제의 거리가 아니라 프랑스 보통 사람들이 사는 몽마르트르 언덕 아래 낡고 온기가 서려 있는 잔잔한 골목의 정서가 배어났다.



여름의 끝자락을 넘기면서 ‘고엽’에 못지않은 멋진 노래 ‘발스 데떼(지난여름의 왈츠)’를 들으면서 불현듯 그 시절을 생각한다. 담담하고 고즈넉하며 조금도 교만하지 않다. 멋을 부리거나 교태스럽지도 않다. 샹송의 특성이다. 샹송은 확실히 칸초네 하고는 다른 감성의 음악이다.

쿼드는 그야말로 사운드의 특성이 있다. 쿵쾅거리며 근육질의 남자가 아니다. 밑바닥을 긁고 고역의 끝까지 치고 올라가는 그런 미국이나 독일 계열의 하이엔드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것이다. 그 방향성이 없었다면 쿼드도 일찌감치 그런 하이엔드로 치고 올라갔을 것이다. 

지금까지 큰 변함없이 마치 고향의 흙냄새 같은 것을 지켜 오고 있는 쿼드에서 내놓은 간결한 인티앰프 베나는 크기가 작았지만 성능은 뛰어났고, 특유의 그레이 컬러 마감과 목재로 섀시를 감싸고 있는 클래식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그 베나가 다시 베나 Ⅱ가 되면서 새로운 D/A 컨버터 회로를 통합해 상당히 성능이 개선되었다. 나처럼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PC 파이 같은 디지털 음원 재생이 달갑지 않은 사람에게는 고마울 것도 없지만 이쪽 취향인 사용자를 위해 덧붙이자면, DAC를 대폭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ESS 테크놀로지의 사브레32 레퍼런스 DAC ES9018K2M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USB B 입력으로 최대 PCM 32비트/384kHz와 DSD 256의 고해상도 재생을 지원한다. 또한 음악 소스에 대한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턴테이블 지원을 위한 MM 포노 스테이지도 추가되어 있는데, 정밀한 RIAA 이퀄라이제이션을 지원하는 JFET 기반의 고품질, 저잡음 회로가 투입되어 LP를 완벽하게 재생하게 한다. 거기에 apt-X 코덱을 지원하는 블루투스 무선 연결도 제공한다. 또한 이전 베나와 달리 전류 피드백 기술을 사용하는 전용 헤드폰 출력단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 클래스AB로 채널당 45W(8Ω)의 출력을 내며, 아날로그단은 쿼드의 수십 년간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진일보되었고, 전원부는 새로운 200VA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재설계했으며 총 30,000㎌ 용량의 커패시터를 적용해 온화한 감성 뒤에 뛰어난 다이내믹 레인지가 내포되어 있다. 입력에는 USB B, 코액셜, 옵티컬 디지털 입력이 있고, MM 포노 스테이지를 포함한 3조의 RCA 아날로그 입력이 있다.

다인오디오의 이보크 30 스피커와 심오디오의 MOON 260D CD 플레이어로 연결해 울려 본다. 역시 쿼드답다. 아늑한 정서감이 으뜸. 소극적인 음장감이 아닐까 우려했지만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에서 총진군하는 소절은 압권이다. 작은 출력이지만 조금도 부족감 없고 내재되어 있는 펀치력을 실감할 수 있으면서도 섬세하고 우아한 감성이 함께 존재한다. 아담하고 우아하며 존재감이 좋고, 어디에 거치해도 인테리어 효과도 만점. 그야말로 군웅이 활보하는 오디오 시장이지만 이만하면 레퍼런스 급으로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김남).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150만원

실효 출력 45W(8Ω), 65W(4Ω) DAC 칩 ESS Sabre32 ES9018K2M 아날로그 입력 RCA×2, Phono×1

아날로그 출력 RCA×1 디지털 입력 Coaxial×1, Optical×2, USB B×1(384kHz/DSD256)

디지털 출력 Coaxial×1, Optical×1 블루투스 지원(apt-X)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입력 감도 450mV, 4.1mV(MM) 입력 임피던스 10㏀, 47㏀/1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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