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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가성비로 오디오의 상식을 파괴하다

조회수 2020. 11. 20. 11: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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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A-55TP Limited Edition

한 유명 사이트에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지 말라는 충고가 실렸다. 글을 쓴 이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전문가이다. 글에는 진공관 앰프는 1차 세계 대전 당시의 디젤 엔진 자동차 수준이라는 뉘앙스가 들어 있다. 가장 큰 단점은 각종 트랜스의 특성이 들쑥날쑥해 신뢰할 수가 없고, 특히 진공관이라는 것은 더욱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비근대적인 재료를 써서 변색되고 왜곡된 소리를 좋은 소리라고 한다는 것은 도취된 미신이나 다름없으며, 현재의 반도체는 그런 수준을 이미 오래전에 뛰어넘었다….



이런 주장은 분명히 일리가 있다.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 출력관이나 초단관을 보면 특성이 똑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고, 설사 같다고 해도 좀 쓰다 보면 제멋대로 변하기 마련이다. 이런 편차 외에도 왜곡, 비능률 등 단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오디오 기기라는 것은 과학적 산물이지만 엄밀하게 얘기해서 과학이 아니다. 그것은 과학을 떠나서 조금 다른 감성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분야이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취미 생활의 하나로 일본의 오디오 경매 사이트에 자주 들어간다. 그 방대한 매물을 보면 감탄과 감동이 일기도 한다. 그 수많은 음반들, 그 연주와 그것을 구입했던 사람들…. 근래 놀라운 LP 한 장이 경매에 올라왔다. 제시 가격이 2,700만원이다. 미스프린트인가 했지만 사실이었다. 레이블도 없는 영국 음반인데 베토벤의 7번 교향곡이 들어 있었다. 특이한 것은 테스트 판이라는 것이다. 테스트 판이 있고 그것이 이렇게 희귀하며 비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누가 낙찰을 받을 것인가 며칠을 지켜봤지만 결국 응찰자가 없었다. 이 LP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어떻게 될까? 비닐 수지 몇 g, 그렇게 따지면서 논한다면 코미디가 될 것이다. 그 가격이면 아마 순수 100% 골드 재질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LP를 보다가 시청기를 보면 기가 막힌다. 그리고 놀랐다. 이미 이 제작사에 대해서는 거론하기가 공치사일 정도가 됐다. 제품도 숱하게 거론이 되고 널리 퍼졌다. 이 제작사는 타 제작사라면 이런 제품을 이런 가격대로는 도저히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원망(?)도 많이 받아 왔다. 가격이 너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격은 세계적인 생산망과 유통 시설을 갖추지 못한다면 불가능한 수치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고 만듦새가 허술한 것도 아니다.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내부에 이르기까지 허술하다는 비판을 끌어내기가 힘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업적 리듬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 오디오 제작사를 하나를 거론하라면 케인을 꼽을 수 있겠다. 가히 실험적 제품을 선보인 이후 가격대를 올리는 경우가 태반인데, 그러기는커녕 본 시청기는 오히려 더 값을 낮췄다. 실로 채산성으로 본다면 상식을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케인은 단계별로 많은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본 인티앰프 제품 A-55TP는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기본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 채널당 2알의 5극관(KT88)을 사용했지만 출력은 40W(8Ω)로 출력 수치보다 성능 향상에 초점을 두었다. 케인 앰프가 그렇듯이 UL 모드에서 3극 모드로 변환할 수 있는데, 그 경우는 출력이 20W로 줄어든다. 채널당 2알의 5극관을 사용한 다른 푸시풀 앰프들은 보통 50W 내외가 많고, 매킨토시 MC275 같은 명기는 75W 정격이다. 그에 비춰 보면 본 시청기가 출력을 극도로 축소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소리의 품질, 그리고 기기의 내구성과 안정성 등에 신경을 많이 기울였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자체적으로 고정밀 절삭 기기를 갖추어 매끈하게 제작한 섀시 하나만을 봐도 품위를 짐작할 수가 있고, 미려한 디자인은 어떤 하이엔드와도 겨룰 수 있다. 내부 역시 초고가의 부품을 투입하는 호화 버전은 아니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정석대로의 만듦새이다. 내부를 개조하면 소리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는 풍문을 듣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한 전문가에게 개조를 의뢰했는데, 내부를 들여다본 그 전문가가 내가 어디 손볼 데가 없다고 했던 것을 목격한 바가 있다. 내구성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시장에서 이미 증명이 된 것이고, 소리 역시 결코 약점이라 할 만한 것이 특별히 발견되지 않는다. 3극과 5극 변환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외부에서 바이어스를 조절할 수 있어 언제나 정확한 소리를 끌어낼 수 있으며, 전 기능을 리모컨으로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시청기 A-55TP 리미티드 에디션은 종래의 기기에 푸스반느에서 특주한 KT88, 거기에 미국 생산의 GE 선별관 5BK7이 4개 투입되어 미묘하게 소리의 품격이 올라갔다.



소리는 놀랍다. 음촉이 정확하고 고역에서도 절대 갈라지지 않는다. 명징하고 신선, 묵직하다. 해상력도 뛰어나다. 펀치력도 뛰어나다. 다시 한 번 감탄과 감동이 인다. 써 봐야겠다는 그런 충동이 이는 제품이다(김남).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178만원

사용 진공관 Psvane KT88×4, 5BK7×4 실효 출력 40W(8Ω, Ultralinear), 20W(8Ω, Triode)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1 주파수 응답 8Hz-50kHz(-3dB) S/N비 90dB

THD 1%(1kHz) 입력 감도 300mV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 8Ω

크기(WHD) 35×18.5×30cm 무게 1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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