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러버를 향한 클리어오디오의 헌정

조회수 2020. 9. 17. 11:50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Clearaudio Ovation

지금부터 약 20년 전 처음 클리어오디오(Clearaudio)의 제품을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당시만 해도 LP는 소수 애호가들의 전유물이었고, 전통적인 메이커들의 잔치였다. 그들만의 리그였던 셈이다. 그런 가운데 홀연히 등장한 클리어오디오는 확실히 남달랐다. 일단 소재가 매우 현대적이었고, 디자인도 빼어났다. 음으로 말하자면, 기존의 아날로그적이다, 심지가 있다, 라는 식의 느낌과는 차별화되는, 무척 빠르고, 평탄하면서, 다이내믹했다. 잘 만들어진 디지털 음과 통하는 부분도 있어서, 아무튼 보수적인 이쪽 세계에서 상당한 파란을 몰고 온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 턴테이블을 말할 때 가장 성공한 브랜드는 당연히 클리어오디오다. 남들이 과거에 안주하고, 전통적인 방식에 몰두할 때, 턴테이블에 관한 모든 것, 즉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연구하고, 개량하고, 확인하면서 어느덧 이쪽 세계의 챔피언이 된 것이다. 제품군도 다양하고, 디자인도 매력적일 뿐 아니라, 오로지 턴테이블 한쪽 분야만 탐구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낼 만하다고 본다.

그런 박수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오베이션(Ovation)은 포지션도 절묘하다. 상급기 스테이트먼트와 이노베이션 시리즈 다음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입문기와 플래그십의 중앙. 말하자면 양쪽 세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상급기로 가기 위해 잠시 쉬었다 가는 제품일 수도 있겠지만, 그 내용을 보면 그 이상의 업그레이드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사실 턴테이블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진동이다. 당연하다. 그리고 미세하게 발생하는 공진도 염두에 둬야 한다. 턴테이블의 구조는 무척 간단하지만, 변수가 워낙 많아 제대로 설계하고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 점에서 동사는 최상의 리서치와 소재를 동원해서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커버하고 있다. 오베이션은 그런 진화의 최첨단에 있다.



일단 바디를 보자. 이 자체가 공진을 일으키면, 노이즈가 생기고, 전 대역에 통일성이 성립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알루미늄을 동원하면서 방탄 소재급의 우드 소재가 쓰이는가 하면, 무려 10만 개에 달하는 작은 금속성 볼이 투입되었다. 이로써 완벽하게 공진을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미국 국방성에서 내놓은 신무기와 같다.

플래터는 40mm 두께로 적당한 사이즈다. 이 자체는 복합 소재로 만들어져 CNC 정밀 가공을 거친다. POM이라는 레조넌스 댐핑 소재가 투입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DC 모터는 당연히 동사의 특주품으로, 본체와 완벽히 구분되어 설치되었다. 따라서 여기에서 발생하는 진동은 전혀 턴테이블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플랫한 형태의 벨트로 구동하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으로 이 역시 진동에 강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턴테이블의 베어링과 축은 세라믹 마그네틱 베어링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동사의 특허 기술이다. 무엇보다 서로 밀어내는 자기장으로 매우 낮게 마찰력을 줄였으며, 외부 자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회전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도 적절히 처리하고 있다. 당연히 동사만의 특허 기술이다. 

회전수는 세 가지를 제공한다. 33 1/3, 45, 그리고 78RPM.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음반 모두에 대응하는 셈이다. 특히, 78 회전을 제공하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은 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각각 다른 회전을 정확하게 제어하는 것도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다. 이 부분에서 오랜 기간 턴테이블에 매진해온 동사만의 노하우(옵티컬 스피드 컨트롤)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턴테이블이라고 하면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본 기는 세팅이 쉽고, 대충 만져도 좋은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 사이즈도 그리 크지도 않고, 생긴 것도 요란하지도 않으면서 우리가 LP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을 정성껏 담아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매킨토시 MA9000, 스피커는 Bowers & Wilkins(B&W)의 802 D3을 각각 사용했다. 첫 곡은 조성진 연주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 우수에 찬 인트로와 잔잔하게 전개되는 터치, 쇼팽의 감성과 멜랑콜리가 잘 드러난다. 반응이 빠르고, 전 대역이 매끈하게 전개된다. 일체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느낌. 매우 현대적인 음향이면서 동시에 아날로그적인 감성도 잘 묻어 있다.



이어서 리키 리 존스의 ‘Chuck E's in Love’. LP의 강점은 저역에서 잘 드러난다. 단단하면서도 빠르다. 이렇게 드럼과 베이스가 확고하게 리듬을 구축한 가운데, 다양한 악기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는데, 정말 일목요연하게 분해하고 있다. 특히, 매혹적인 리키 리의 음성은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존 콜트레인의 ‘Say It’. 마치 요즘 녹음한 것처럼 신선한 음향이 나와서 놀랐다. 아날로그 녹음의 히스라던가 부대음을 죽이고, 악기의 음색과 존재감이 강력하게 드러난다. 그러면서 쫄깃쫄깃하며 특유의 마성이 깃든 테너 색소폰의 맛은 확실하게 포착하고 있다. 자주 들은 곡이지만, 여기서는 매우 산뜻하고, 스피디해서 놀라고 말았다. 역시 아날로그의 세계는 깊구나 새삼 감동했다(이종학). 

수입원 로이코 (02)335-0006

가격 1,100만원(톤암·카트리지 포함), 190만원(톤암), 150만원(카트리지)

속도 33 1/3, 45, 78RPM 크기(WHD) 42×13.5×35cm 무게 13.5kg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