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부흥기를 이끌어 갈 차세대 EAR 포노 앰프

조회수 2020. 1. 17. 11: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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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 Yoshino EAR Phonobox

21세기 오디오의 거장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팀 드 파라비치니. 그가 만들어 낸 아날로그 오디오의 세계는 독보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랜 레코딩 스튜디오 장비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브리티시 브랜드이지만, 지나친 브리티시 성향을 배제하고, 개성 넘치는 EAR 브랜드의 사운드 철학을 담은 안정적인 진공관 사운드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독자적인 제품 디자인과 설계 능력을 통해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가치를 인정받는 명기들을 배출해 내고 있다.

EAR에서 출시한 다양한 제품들 중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은 바로 포노 앰프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당대 최고의 진공관 포노 앰프 중 하나로 손꼽히는 EAR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고, 한때는 마란츠 7 포노부와 함께 큰 인기를 얻었는데, 지금도 꾸준히 베스트셀러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 불고 있는 바이닐의 인기는 심상치 않은데, 복각 LP를 비롯해 이를 재생하기 위한 턴테이블과 포노 앰프에 이르기까지 마치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는 듯하며, 아날로그 포노 사운드에 대한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다만, 포노 앰프의 경우 과거에는 다소 빈티지적이고 고전적인 사운드가 중심이 되었다면, 최근에는 고음질 최신 녹음의 LP와 리마스터링 버전 LP들이 출시되면서 현대적인 해석의 사운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EAR의 새로운 제품인 포노박스는 어느 정도 새로운 해석이 시도된 동사의 가장 최신 모델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인기를 얻은 834P 포노의 후속 버전으로 보아도 좋겠다. 디자인적 변화는, Acute 시리즈의 스타일을 반영해 콤팩트하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미가 더해졌다. 834P에서 볼 수 있던 기존 정사각 스타일의 패널과 달리, 하프 랙 타입 표준 스타일을 접목하고, 고유의 크롬 도금 패널이 적용되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높이가 낮아졌기 때문에 내부에 진공관은 눕혀서 배치했고, 전원부와는 실드 칸막이로 격리시켜 놓았다. 


834P와 비교 시 기본 회로에 큰 변화는 없다. 쌍3극관인 13D16을 3개 사용하며 채널당 절반씩 나누어 회로를 구성했는데, ECC83과 호환이 가능하다. 또한 NFB 방식을 채용한 RIAA 커브 회로로, 두 번째 증폭단 진공관의 그리드로 입력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는 증폭도와 안정성이 더욱 보장되는 회로 방식이다. 증폭도가 높은 13D16을 통해 충분한 게인을 확보했고, 전면에는 알프스 사의 블루벨벳 볼륨을 장착해 게인이 조정되도록 했다. 전원부는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와 표준적인 심플한 파이형 필터를 적용해 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고 있다. 이 밖에도 전원 버튼은 Acute Classic과 같이 터치 라이팅 버튼으로 되어 있어 시각적인 효과를 더해 주고 있으며, 내부에는 20dB 증폭 게인의 MC 승압 트랜스가 내장되어 있으며 후면 버튼을 통해 MM과 MC 선택이 가능하다.

이번 리뷰에서는 Jopus Audio 시청실에서 오라클 델피 MKⅤ 턴테이블에 EMT HSD 006 카트리지를 세팅해 표준 모니터인 ATC SCM100 PSLT 스피커를 통해 리뷰가 진행되었다.


보컬곡으로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를 들어 보았는데, 므라즈의 목소리는 한 발 물러서 무대 중앙 뒤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반면 베이스의 울림은 무대 앞쪽으로 적극적으로 표현되었고, 중·고역에 비해 저역은 빠른 반응이라기보다는 조금은 느긋하면서도 차분한 성향이다. 이는 차분한 곡의 분위기와 적절한 조우를 통해 편안한 포노 사운드를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실내악곡은 아르카디 볼로도스의 피아노 연주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A장조 D959 중 2악장 안단티노를 선곡해 보았다. 볼로도스의 무게 있는 건반 사운드가 압도적이다. 곡이 전개될수록 기복이 큰 곡의 분위기가 포노박스의 사운드를 기반으로 화려함을 강조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고요한 피아노의 선율로 부드럽게 그려내었다. 어둡고 담대한 분위기가 화려하지 않는 사운드 성향과 잘 맞아떨어졌다. 곡의 중·후반부 치밀하고 고독한 느낌을 큰 윤곽을 바탕으로 회화적으로 접근해 피아노곡에서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재즈곡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를 들어 보았는데, 우측 콘트라베이스의 울림은 과대하지 않고 적당한 크기와 윤곽을 만들어 주었다. 좌측의 스네어 드럼과 심벌의 경쾌하고 임팩트 있는 터치는 곡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어 주어 끝까지 곡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유난히 좌우 패닝이 두드러지는 재생이었는데,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트리오의 연주에서 투명함이 강조된 피아노의 터치를 통해 음의 집중력을 흩트리지 않고 잘 재생해 주었다.


전체적인 중역의 밸런스에 전통적인 EAR의 성향이 잘 반영되어 있어 기존 EAR 834P의 큰 틀은 벗어나지 않고 있지만, 에너지 넘치는 저역은 더욱 강조되었다. 그리고 화려하지 않고, 적극적인 성향이라기보다는 EAR이 추구하는 아날로그 사운드의 핵심을 잘 반영한 차분한 성향의 포노 사운드였다. 그만큼 전통의 사운드에 현대적인 LP 사운드가 요구하는 중심적인 밸런스가 잘 반영되었다. 한마디로 EAR의 새로운 포노박스는 세련미를 더한 디자인과 전통의 사운드를 겸비한 모델로, 많지 않은 진공관 포노 앰프 시장에서 꾸준히 EAR의 명성을 이어 갈 기대되는 제품으로 생각된다(장현태). 

수입원 (주)다미노 (02)719-5757

가격 230만원

사용 진공관 13D16×3 최대 출력 22V, 14V(Volume Control) 노이즈 -80dB 입력 감도 2.2mV(MM), 0.22mV(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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