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L/OCL 진공관 프리앰프의 모범 답안

조회수 2019. 12. 26. 11: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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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L-9000 OTL/OCL

최근 올닉(Allnic)의 OTL/OCL 프리앰프를 연이어 시청하면서 절감한 게 하나 있다. 진공관 프리앰프의 갈 길은 결국 OTL(Output Transformer-Less)과 OCL(Output Capacitor-Less)이라는 것이다. 필수 존재처럼 여겨온 출력 트랜스와 커패시터가 신호 경로상에서 사라지자, 그토록 순결하고 싱싱한 음이 샘솟을 줄은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다. 지난 10월에 들은 L-8500 OTL/OCL과 11월에 들은 L-9000 OTL/OCL 이야기다.


L-9000 OTL/OCL은 올닉의 OTL/OCL 프리앰프 3형제 중 둘째. 위로 맏형 L-10000 OTL/OCL이 있고, 아래로 막내 L-8500 OTL/OCL이 있다. 하지만 동생과는 차이가 꽤 나는 둘째다. 같은 OTL/OCL 혈통이지만, 61단 은 접점 정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라는 올닉의 비기를 맏형과 나눠가졌기 때문. 동생은 41단 은 접점 어테뉴에이터다. 그리고 이 어테뉴에이터로 인한 두 형제의 레벨 차이는 숨길 수 없을 만큼 컸다.


하나하나 따져봤다. 전면 패널 가운데에는 61단 정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 노브가 있고 양옆에 출력관 미터, 가운데에 입력 선택 스위치가 달렸다. 후면의 입출력 단자와 전원 트랜스까지 좌우 채널이 정확히 대칭 형태. 이 밖에 각 진공관에 씌어 있는 폴리카보네이트 침니, 그대로 노출된 어테뉴에이터 등은 전형적인 올닉표 디자인이다. L-8500과는 달리 전면 패널에 손잡이가 없는 게 특징. 전압 게인은 +18dB, 입력 임피던스는 10㏀, 주파수 대역은 5Hz-100kHz, 신호대잡음비는 -100dB, 최대 출력 전압은 20Vrms를 보인다. 

초단은 복합관 6U8A, 드라이브단은 쌍3극관 12AU7, 출력단은 쌍3극관 6080이 책임진다. 모두 채널당 1개씩 투입됐다. 이에 비해 L-10000은 6AN8, 12AU7, 300B, L-8500은 6AN8, 12AU7, 12B4 구성. 세 모델 모두 드라이브관으로 12AU7을 쓰는 점이 눈길을 끈다. 6080은 300B(700Ω)보다도 훨씬 낮은 250Ω이라는 낮은 내부 저항이 눈길을 끈다. OTL/OCL 프리앰프는 출력관의 내부 저항과 출력 임피던스가 낮아야 채색이나 왜곡 없이 파워 앰프를 강력히 드라이빙할 수 있기 때문이다.


6080은 또한 싱글엔디드 푸시풀(SEPP) 구성이다. 이는 OTL/OCL 구성을 하려면 출력관에 플러스(+)와 마이너스(-) 두 전원이 흘러야 DC가 뒷단으로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출력 트랜스가 태생적으로 없는 솔리드 앰프 출력단이 PNP(+), NPN(-)으로 짜인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때문에 플러스 전원만이 흐르는 싱글 혹은 패러럴 싱글은 OTL/OCL에서는 쓸 수 없다. 이는 3극관 300B를 채널당 2개씩 쓴 L-10000, 3극관 12B4를 채널당 2개씩 쓴 L-8500도 마찬가지. 6080은 안에 들어간 3극관 2개로 SEPP 구성을 한다. 

61단 정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볼륨 1단에서 61단까지 항상 일정한 임피던스(Constant Impedance)를 전달하는 어테뉴에이터다. 음량이 크든 작든, 소리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실제 음악 감상 시 너무나 중요한 팩터다. 조용하게 들을 때와 마음껏 볼륨을 높여 들을 때의 음상, 무대, 소릿결이 달라져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입력과 출력 신호의 임피던스가 스텝마다 달라진다는 것 자체가 오디오로서는 용서할 수 없는 감점 요인이다.


매칭한 파워 앰프는 올닉의 푸시풀 모노블록 M-2500. 그런데 출력관으로 기존 300B 대신 KT150을 투입한 새 버전이다. 때문에 출력이 30W에서 100W로 늘었다. 윌슨 베네시의 스퀘어 2 스피커에 물려 몇 곡을 들어보니 L-9000 OTL/OCL의 신세계가 금세 펼쳐진다. 그것은 바로 깨끗하고 싱싱하며 나긋나긋한 음, 넓고 깊은 무대였다. 클래식 음악 용어를 흉내내자면, 프리앰프는 ‘순결하고 리드미컬하게’, 파워 앰프는 ‘강력하되 우악스럽지 않게’였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베를린필을 지휘한 모차르트 레퀴엠 중 ‘Tuba Mirum’에서는 테너 주위의 공기감이 여실했고, 바리톤과 소프라노 사이의 거리는 거의 3m에 육박할 정도로 공간감이 대단했다. 오존 퍼커션 그룹의 ‘Jazz Variants’는 어떻게 전기 신호를 증폭하는 앰프로부터 이런 신선하고 싱싱한 음이 나올 수 있는지 감탄 또 감탄했다. 음악 신호가 거쳐야 할 곳이 줄어들고(OTL/OCL), 임피던스 변환 과정에서 왜곡과 열화가 없으니(정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 당연한 결과다. 이는 게인이 솔리드 프리보다 높은 진공관 프리에서는 더욱 중요한 이슈다.


야신타의 ‘Moon River’는 피아노 오른손 터치에 잡맛이 없었고, 닐스 로프그렌의 ‘Keith Don't Go’는 기타가 꿈틀대는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프리앰프가 ‘순결하고 리드미컬하게’ M-2500을 드라이빙한다는 인상. 드레이크의 ‘One Dance’는 유의미한 음이 정말 많았고, 자미로콰이의 ‘Virtual Insanity’는 곳곳에서 등장하는 코러스 때문에 현기증이 났다. L-9000은 OTL/OCL 진공관 프리앰프의 모범 답안이라 할 만하다(김편).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총판 문의 

주파수 범위 5Hz-100kHz 입력 임피던스 10㏀ 출력 임피던스 90Ω S/N비 -100dB THD 0.03% 이하 전압 게인 +18dB 최대 출력 20Vrms 사용 진공관 6U8A×2, 12AU7×2, 6080×2 크기(WHD) 43×18×40cm 무게 2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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