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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향이 그윽하게 풍기는 스피커, Kiso Acoustic HB-N1

조회수 2019. 7. 18.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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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o Acoustic HB-N1
물리학을 배반한 작은 스피커의 반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은 스피커는 하베스의 P3ESR이다. 중역대 보컬이 감미로운데다 대편성곡을 틀어도 거의 흔들림 없이 시청실을 곳곳을 찔러주는 모습이 대단했던 것이다. 몇 해 전 작은 바를 연 지인에게 이 스피커와 에이프릴 뮤직의 올인원 오라 노트 V2를 추천해줬는데, 그곳에서 다시 들은 P3ESR 소리는 그야말로 명품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보다 한 수 위의 소릿결과 무대 메이킹 능력을 가진 스피커를 꼽자면 일본 키소 어쿠스틱(Kiso Acoustic)의 HB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HB 시리즈는 현재 딱 3종만 출시됐다. 2008년에 나온 HB-1, 2012년에 나온 HB-X1, 그리고 2018년에 나온 HB-N1이다. 세 모델 모두 들어봤는데, ‘스피커가 이렇게 작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작디작은 2웨이 스탠드 마운트 스피커다. 미드·우퍼가 모두 4인치에 불과하고 인클로저는 그야말로 PC 옆에 놔두면 딱 좋을 크기다. 게다가 인클로저 재질은 얇은 나무. 이것저것 고려해보면 이들은 저역을 포기하고 선명한 재생음에 욕심을 내는 스피커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런데 실제 들어보면 모든 상식과 물리학을 배반하는 소리가 나온다. 풍성한 저역과 커다란 스케일, 그리고 통통거리는 탄력감 만점의 소릿결이다.

최근 시청한 HB-N1도 이러한 키소 어쿠스틱 사운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가격대는 이전 두 모델에 비해 훨씬 내려갔고, 외관 디자인도 대폭 심플해졌지만, 2웨이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과 나무 소재 어쿠스틱 악기처럼 통울림을 적극 활용하는 소형 스피커라는 콘셉트는 동일하다. 무엇보다 노래와 음악을 연주하는 방식이 그대로다. 저 멀리 신계에 있는 것만 같았던 키소 어쿠스틱이 마침내 인간계로 내려온 듯했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10cm(4인치) 피어리스 우퍼는 전작과 똑같고, 트위터는 에보니 혼을 단 포스텍스 1.7cm(0.66인치) 트위터에서 피어리스 2.5cm(1인치) 돔형 링 라디에이터로 바뀌었다. 이런 구성인데도 주파수 응답 특성이 소형 스피커로는 믿기 힘든 40Hz-30kHz를 보이는 점이 놀랍다. 이러한 광대역 특성이야말로 키소 스피커의 가장 큰 장점인데, HB-X1 역시 동일한 수치를 보인다. 다만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5kHz에서 4kHz(-12dB)로 낮춘 점이 눈길을 끈다.

외관은 역시 작다. 목향이 풍기는 멋진 스피커이지만 폭이 14.8cm, 높이가 30.5cm, 안길이가 23.4cm에 불과하고 무게도 3.6kg밖에 나가지 않는다. 크로스오버 네트워크가 수납된 하단 쳄버는 유닛을 수납한 인클로저와 별도로 분리됐으며, 앞쪽에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나 있다. 옆에서 보면 전면 배플은 수직으로 떨어지지만, 인클로저 윗면과 뒷면이 부드럽게 곡선을 이루는 등 내부 정재파를 최대한 줄이는 모습. 공칭 임피던스는 6Ω, 감도는 87dB(HB-X1은 8Ω에 85dB)여서 기본적으로 구동력이 좋은 앰프를 붙여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키소 어쿠스틱 스피커가 펼치는 매직의 비밀은 일본 다카미네 악기 제작소 기타 제작 라인에서 만들어지는 인클로저에 숨어 있다. HB-N1에서 클래식 기타의 그 깊고 그윽한 소리가 자꾸 연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클로저 윗면과 뒷면을 두께 2.5mm의 마호가니 단판을 구부려 만드는 점부터 클래식 기타를 닮았다. 양 측면은 두께 3.5mm의 마호가니 단판, 전면 배플은 두께 15mm의 마호가니 단판으로 만들었다. HB-X1이 전면 배플을 블랙 글로시 마감한 것에 비해 HB-N1은 그냥 매트 마감으로 이뤄졌다.  

과연 HB-N1은 어떤 소리를 들려줬을까. 번스타인 지휘, 뉴욕필 연주의 말러 2번 1악장을 들어보면 처음부터 크기를 배반하는 대형기의 모습이 펼쳐진다. 안길이가 무척 깊으며 곡에 서린 긴장감을 잘 표현해준다. 음에 기름기가 전혀 없다고 느껴질 만큼 선명하고 노이즈가 없다. 통울림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그 진동으로 인한 음의 폐해를 최소화한 점이 이 제작사의 진짜 실력일 것이다. 총주에서는 밤하늘의 화려한 불꽃놀이처럼 음들이 확 퍼져나간다. 진짜 4인치 미드·우퍼 한 발에서 나오는 것인가 싶다. HB-X1에 비해 음끝이 약간 거칠고 단정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두 모델의 가격차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


에릭 클랩튼의 ‘Wonderful Tonight’에서는 무대가 양옆으로 확장하며 스피커를 남김없이 밀어버렸다. 스탠드에 올려놓아도 키가 작은 상황인데, 에릭 클랩튼의 노래하는 입이 정확히 위쪽에 자리잡고 있는 대목도 놀랍다. 입술의 파찰음까지 잘 들리는 것을 보면 스피커의 해상력과 노이즈 제거 능력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콜레기움 보칼레의 바흐 B단조 미사에서는 개운하고 상쾌한 음의 촉감에 감탄했는데, 청감상 저역이 부족하다거나 아랫도리가 잘렸다는 느낌은 없다. 전체적으로 이 조그만 스피커가 필자를 갖고 논다는 인상. 키소 어쿠스틱에 또 한 방 먹었다.


글 | 김편


수입원 탑오디오 (070)7767-7021

[Kiso Acoustic HB-N1]

가격 1,000만원(스탠드 별매)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0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0Hz-3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4000Hz

임피던스

출력음압레벨 87dB/W/m

크기(WHD) 14.8×30.5×23.4cm

무게 3.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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