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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아날로그 시대가 그리운 그대를 위한 선물!

Diapason Karis Ⅲ / TDL Acoustics TDL-M88·TDL-18CD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그대에게 바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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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은 물건들을 갖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훗날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것들을 절대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물건들은 대개 상자에 담기고 창고방에 차곡차곡 쌓인다. 그런데 문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 문제는 여간해서 그 물건을 사용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어쩌다가 그 물건이 필요해졌을 때, 너무나도 ‘잘’ 보관해서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잡다한 물건들을 모두 버릴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왠지 내가 살아온 흔적을 지워버린다는 기분이 들어서 망설이게 된다. 무엇보다 그런 오래된 물건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데, 그 느낌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창고 정리를 했다. 작은 박스에서 만년필 세 자루가 나왔다. 이 상자를 열어 본 것이 얼마만인가 생각해보니 십년쯤 지난 것 같다. 그때도 키보드가 펜 대신 사용되었지만, 옛 시절 - 아날로그 시대가 그리워서 몇 개 장만했던 것들이다. 상태를 보니 여전히 쓸 만하다. 잘 닦아주고 잉크를 넣어 글씨를 써보았다. 사각사각 펜촉이 종이를 미끄러지는 느낌과 잉크의 물기가 반짝 빛나다가 마르는 모습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한다.


우리들은 중학생이 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두발을 단정하게 자르고 교복을 맞췄다. 연필만 쓰다가 샤프나 볼펜, 또는 만년필을 쓰게 되는 것도 큰 변화였다. 나 역시 그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만년필을 선물 받고는 네줄 영어 공책에 알파벳 필기체를 ‘그리기’ 시작했으니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친구들은 국산 파일롯트 만년필을 썼고, 펜대에 펜촉을 끼워 쓰는 친구들도 있었다. 외제를 쓰는 부잣집 친구들도 제법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것은 단연 미제 파커였는데, 파커라고 해봐야 우리들이 썼던 것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학생용 만년필 - 21이나 45 정도였겠지만, 화살 모양의 클립은 명성만큼이나 참으로 근사했다. 하지만 그 시절의 우리들은 국산 파일롯트를 쓰더라도, 아니 펜대에 펜촉을 꼽아 쓰더라도 미제 파커를 쓰는 친구 앞에서 전혀 기가 죽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비싼 것을 쓰는 친구들이 그걸 숨기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지어 부잣집 아들이었던 한 친구는 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도련님’이라고 부른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특별한’ 아이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지금 아이들에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집단 따돌림이 주로 약자들에게 자행된다고 하는데, 그땐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못 살았어도 꽤 살만한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만년필과 어린 시절을 추억하다 보니 그 시절의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평소 트랜지스터 앰프와 진공관 앰프를 함께 쓰고 있지만 이런 경우라면 단연 진공관이다. 마침 리뷰용으로 TDL 어쿠스틱스의 TDL-M88 인티앰프가 와 있는데, 레트로 빈티지의 느낌이면서도 32비트/384kHz의 초고해상도를 지원하는 USB DAC가 내장되어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디아파송의 카리스 Ⅲ와 TDL 어쿠스틱스의 TDL-M88 인티앰프, 그리고 TDL-18CD까지 조합하여, 내가 중학생일 때 가장 즐겨들었던 사이먼과 가펑클을 틀었다.

오래전에 연락이 끊어진 한 친구의 얼굴이 생각났다. 다른 친구와 함께 그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그 집에는 보통의 가정에서는 보기 힘든 전축이 있었고, 그 친구는 우리에게 사이먼과 가펑클의 음반을 들려주었다. 당시 FM 카세트 라디오로 음악을 듣던 나에게 그 친구가 틀어준 LP의 소리는 가히 환각과도 같았다. 비록 그 음반은 당시 유행하던 복사판이었지만 라디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큰 스피커에서 나오는 아트 가펑클의 감미로운 목소리, 그리고 기타의 울림은 내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겼고, 그 감동은 곧 결핍의 상처로 남았다. 내가 그 친구를 얼마나 부러워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친구가 ‘너도 금방 좋은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위로해준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어 고른 음악은 바카라의 음반. 끈적거리는 목소리가 부담스러워 지금은 거의 듣지 않고 있지만 그 시절의 인기는 굉장했다. 이 음반 역시 중학생 때 선생님 댁에 갔을 때 독일산 오디오를 통해 듣고 크게 놀란 기억이 있다. 스피커가 BBC의 LS3/5a 정도의 작은 크기라서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넓은 거실에 음악이 흐르자 나는 넋을 잃을 지경이 되었다. 양질의 음질을 갖춘 본격적인 스테레오 사운드를 처음 체험한 것이다.


수다스럽게 음악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넋이 나간 나를 보며 선생님이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물론 나는 괜찮았다. 다만 그날 이후로 좋은 전축을 갖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갖게 되었을 뿐이다. 이후 용돈을 저축하여 헤드폰을 샀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더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몇 년 후 우리 집에도 대망의 스테레오 시스템이 들어왔고, 20대 후반부터는 오디오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취미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좋은 시스템이라고 내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만족스러운 음을 들으며 살고 있다.


이어 다이어 스트레이츠, 비지스 외에 그 시절에 유행했던 많은 곡을 들으며 추억에 빠져들었다. 참으로 대단하다. TDL-M88을 듣는 동안 고역이 어떻다거나, 저역이 어떻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순순히 추억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은 TDL-M88이 내는 음이 내 감성과 위화감 없이 조화롭게 어울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단순히 빈티지 진공관 앰프를 사용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나 역시 옛 진공관 앰프들을 좋아하지만, 너무 오래된 제품들은 부품이 노화되거나 바뀌거나 해서 약점을 노출할 때가 많다. 이런 약점은 어떤 주파수 대역에서 특이 성향일 수도 있고, 좌우 밸런스 같은 것도 될 수 있다. 만일 음악을 듣다가 이런 약점을 느끼게 된다면 추억 여행은 고사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느라 음악을 듣는 것이 고통스러워진다. 하지만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TDL-M88은 오랫동안 사용하더라도 기분 좋게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실컷 들은 후에 따져보니, TDL-M88은 KT88을 푸시풀로 쓰면서, 일반적인 앰프보다는 훨씬 작은 25W의 출력을 낸다. 순 A급 증폭이기 때문이다. 프리앰프단에는 진공관 전성 시절에 만들어진 420A(5755)와 필립스의 구관 5814를 사용하며, 음질에서 매우 중요한 커플링 커패시터는 초고가의 젠센 코퍼 오일 커패시터를 장착했다. 내가 어린 시절에 친구의 집에서, 그리고 고모 댁에서 전축을 보며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처럼, 이 화려한 부품들을 보니 이번에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양보다도 질을 추구한, 그리고 따듯한 고역과 보컬이 특히 매력적인 고품격의 인티앰프다.


TDL-M88은 음질적인 면 외에 따듯한 아날로그 파워 미터를 포함한 레트로 빈티지 콘셉트의 디자인으로도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고급스러운 목재 캐비닛은 오랫동안 빈티지 스피커의 인클로저를 만들어 온 오디오계의 전설 김박중 씨의 작품이며, 노브 하나, 토글 스위치 하나에도 디자인 감각이 살아 있다. 이 앰프로 음악을 들으면서 앞으로는 만년필로 글씨를 많이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비록 시대는 디지털이 대세지만,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내가 그 그리운 시절이 주는 아늑한 추억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수입원 디아파송 (02)2261-4094


[Diapason Karis Ⅲ]

가격 298만원(TDL-M88 Hartsfield : 335만원) 

사용 진공관 6550(KT88)×4, 420A(5755)×1, 5814(12AU7)×2

실효 출력 25W(6550/KT88), 20W(EL34)

USB 입력 PCM 32비트/384kHz

주파수 특성 10Hz-42kHz(-3dB)

THD 1%(1kHz)

S/N비 91dB

입력 감도 290mV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40×19.7×38.5cm

무게 22kg  

문의 TDL-하츠필드 (010)6832-3083


[TDL Acoustics TDL-18CD ]

가격 177만원

출력 레벨 2V

아날로그 출력 RCA×2

디지털 출력 Coaxial×1, Optical×1

디지털 입력 USB B×1

USB 입력 24비트/192kHz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S/N비 92dB 이상

다이내믹 레인지 120dB 이상

채널 분리도 100dB 이상

크기(WHD) 44×10×35cm

무게 10kg

[TDL Acoustics TDL-M88 ]

가격 298만원(TDL-M88 Hartsfield : 335만원)

사용 진공관 6550(KT88)×4, 420A(5755)×1, 5814(12AU7)×2

실효 출력 25W(6550/KT88), 20W(EL34)

USB 입력 PCM 32비트/384kHz

주파수 특성 10Hz-42kHz(-3dB)

THD 1%(1kHz)

S/N비 91dB

입력 감도 290mV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40×19.7×38.5cm

무게 2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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