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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디자인만큼 매혹적인 사운드를 가진 하이브리드 앰프는?

조회수 2019. 5. 8.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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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are Hybrid Monoblock Amplifier
하이브리드로 풀어낸 음악의 진실

종종 우아한 옷을 입고 나타난 오디오는 보수적인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의 편견에 의해 외면받곤 한다. 투박하지만 진한 소릿결이 장맛 같다거나 또는 로봇처럼 기괴한 디자인을 가진 제품이 테크니컬 부문에서 우수할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이탈리아 같은 경우 대단히 매혹적인 디자인에 진공관을 사용한 제품들이 많지만 실제 들어보면 속빈 강정 같은 사운드로 실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아마도 압솔라레(Absolare)를 처음 접했을 때도 나의 뇌는 이런 편협적 추론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경험의 축적은 놀라울 만큼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그러나 압솔라레는 달랐다. 포르쉐나 페라리 또는 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자동차의 실내 장식에 쓰이는 최고급 가죽을 입고 젠틀하게 납작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그저 디자인만을 앞세운 것이 아니라 음질적으로 대단히 뛰어난 앰프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두 차례 서울 국제 오디오 쇼에서였다. 처음은 락포트 스피커와 매칭이었는데, 압솔라레는 자주 매칭되던 그리폰이나 VTL 같은 거함보다 그 음색적 매력을 깊고 진하게 펼쳐보였다.


다시 만난 압솔라레는 이번엔 카멜 스피커와 짝을 이루고 있었다. 작은 방에 YG 어쿠스틱스의 2웨이 카멜 스피커를 가뿐하게 제동하며, 유려한 음질을 뽐내고 있었다. 카멜은 기존에 많이 들어본 스피커이기 때문에 그 음질적 형상을 기억 속에 또렷하게 간직하고 있었지만 내가 듣던 카멜의 소리가 아니었다. 이 소리의 중심엔 압솔라레가 깊게 웅크리고 있었다. 이 두 번의 만남을 통해 압솔라레에 대한 편견은 여지없이 사라졌다.

압솔라레는 터키 출신 케렘 쿠쿠카슬란이 설립한 미국 진공관 앰프 전문 메이커다. 터키 출신인 대표부터 시작해 압솔라레는 다국적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각지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제작한 명품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설계는 일본의 진공관 앰프 설계 전문가 노리야츠 코무로가 맡고 있으며, 전원 쪽 설계는 전원 정화 기술 분야에 있어 전문가이자 실제로 압솔라레의 퓨리파이어스(Purifiers)를 설계한 잭 바이비가 도맡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마감에서 명품으로 승화시키는 가죽 마감은 대표 케렘의 고향인 터키 이스탄불의 장인에 의해 이루어진다.


거두절미하고 이번에 함께 테스트한 시그너처 프리앰프를 살펴보자. 두 개의 12AU7을 초단에 사용하고 있으며, 진공관은 압솔라레가 선별한 미사용 구관(NOS)을 사용하고 있다. 전체 회로 설계는 음색에 가장 뛰어난 싱글 엔디드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신호 전송 구간을 모두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으로 제작해 신호 순도를 최대화하고 있다. 몸체는 두터운 알루미늄 하우징으로 공진에 대비하고 있으며, 단자들은 골드/실버 도금의 텔루륨 구리. 진공관 소켓 또한 금도금 구리 소재다. 내부로 들어가면 커패시터는 거의 모두 문도르프 최고급 커패시터로 도배하고 있고, 내부 배선은 에콜(Echole)의 특수 합금 소재들이다. 특히 프리앰프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볼륨은 최고급 어테뉴에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 리뷰의 주인공인 시그너처 등급의 하이브리드 모노블록 파워 앰프로 시선을 돌려보면 또 다른 진수성찬이 기다리고 있다. 프리앰프처럼 12AU7을 초단에 사용하고 있으며, 커다란 몸체의 알루미늄 섀시 위에 고급 가죽을 입히고 꼼꼼한 바느질이 이채롭다. 이 앰프는 초단 증폭에만 진공관을 사용하고 최종 증폭은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설계한 하이브리드 타입이다. 모델명처럼 이른바 하이브리드 설계인 것이다. 내부에 사용한 부품들은 프리앰프와 거의 동일해서 전 세계에서 구할 수 있는 제품들 중 최고급 소재만 선별해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종 출력은 8Ω 기준 200W, 4Ω 기준 300W로 선형적인 출력 증강을 보이진 않으나 매우 높은 고출력을 자랑하고 실제로 저역 제동력 역시 대단히 뛰어나다.

압솔라레 앰프를 테스트하기 위해 멀리 삼전동 예나오디오로 향했다. 세팅 시스템은 오렌더 W20을 뮤직 서버로 사용하고, MSB 다이아몬드 V를 DAC로 사용한 디지털 소스기기를 중심으로 최대한 정확한 고해상도를 추구했다. 더불어 YG 어쿠스틱스의 카멜 2를 사용해 지난 오디오쇼에서 작은 시스템이지만 가장 많은 호평을 얻었던 시스템으로 셋업했다. 이 외에 전원 장치 및 케이블은 대부분 트랜스페어런트 제품을 활용했다.


가로 5.5m, 깊이 8.5m 정도 크기의 시청룸에서 이 시스템은 꽉 찬 사운드스테이징과 농밀한 음결을 들려주었으며, 일반 가정에서도 충분히 즐길 만한 현실적 하이엔드 사운드를 가감 없이 표현해주었다. 일단 여러 보컬 레코딩을 들어보면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소리의 알몸이 눈앞에 불현듯 나타나 놀라웠다. 예를 들어 캣 에드몬슨의 ‘Lucky’ 같은 곡을 들어보면 볼륨 10시 정도에서 해당 공간을 꽉 채우고 남는다. 카멜의 능률을 고려할 때 게인은 충분하며, 매우 깨끗하고 선명한 음상과 핀포인트 포커싱을 보여준다.


파워 앰프엔 특별히 게인을 하이(High)와 로우(Low) 중 선택, 적용할 수 있는 토글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오히려 로우에서 더 나은 음색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앰프의 약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카멜이지만 압솔라레는 매우 유려하면서도 굉장히 높은 해상력의 음질을 들려주었다. 예를 들어 율리아 피셔의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를 들어보면 진공관의 배음이 충분히 표현되면서 바이올린을 켜는 활의 움직임까지도 느껴질 만큼 세밀한 세부 묘사 능력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카멜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고역 끝까지 dB 감쇄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끝까지 치고 올라가는 기개가 돋보인다.

특히 중·고역 텍스처 표현이 가장 매력적으로, 안나 마리아 요펙의 ‘Cichy Zapada Zmrok’ 같은 곡에서 가슴 서늘할 만큼 공간을 메우는 악기의 울림에선 가공할 만한 힘과 공간 장악력이 눈에 띈다. 카멜 스피커를 뒷벽에서 꽤 띄워놓았는데, 전·후 거리감이 매우 깊게 표현되는 편이다. 또한 최근 많이 들었던 앤 비송의 ‘Da Unten Im Tale’ 같은 레코딩에선 마치 살얼음을 애는 듯 매우 높은 선예도와 생생한 앰비언스가 매력적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진공관 앰프를 뛰어넘은 고해상도 사운드 속에서도 물리적 촉감이 딱딱하거나 건조하지 않고 매우 촉촉한 음결을 전 대역에서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단, 미사용 구관 때문인지 약간의 포닉 노이즈가 있는데, 어느 정도 거리만 확보되면 그리 신경 쓰이진 않을 듯하다.


진공관을 사용한 앰프지만 파워 앰프의 최종 출력은 트랜지스터이기 때문에 스피드 측면에서도 걱정이 없다. 조금 느슨하게 풀어지고 말랑말랑한 느낌의 진공관 앰프를 예상하면 안 된다. 비트가 빠르고 신속한 스타트/스탑 등 능수능란한 힘의 완급 조절이 필요한 음악에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고 힘차게 질주하며 순발력이 좋다. RATM의 ‘Take The Power Back’ 같은 곡도 리듬감 넘치게 재생하며 음악의 회오리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바흐의 토카타 같은 곡을 들어보면 낮은 저역에서 높은 고역까지 어떤 대역도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이 매우 진한, 중독성 높은 소릿결을 보여준다. 카멜의 저역 특성을 고려하면 풍만한 저역보단 깊고 단단한 저역 특성을 보인다. 안드리스 넬슨스 지휘의 쇼스타코비치 5번에선 약간 소극적인 무대를 그리지 않을까 했던 기우를 산산이 부숴버린다. 광대역에 고해상도, 그리고 진한 색채감을 동시에 양립한 사운드로 최근 들었던 어떤 앰프보다도 독보적인 사운드 색감을 피로한다.


압솔라레로 울리는 카멜의 사운드는 내게 음악적 진실에 더욱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많은 오디오파일이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앰프를 혼용하며 트랜지스터 앰프를 중심으로 한 메인 시스템을 운용하면서도 진공관 앰프를 중심으로 하는 서브 시스템을 운용하기도 한다. 절대 하나의 앰프로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 안엔 하모닉스 구조의 표현 방식 차이에서 오는 근원적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하이브리드 앰프는 종종 그 해답을 던져주곤 했다. 그중 압솔라레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그 어떤 하이브리드 앰프도 능가하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케이블이나 그 어떤 액세서리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음악적 진실이 압솔라레에 있다. 만일 내게 충분한 예산이 허락되고, 단 하나의 시스템을 운용한다면 압솔라레를 손에 넣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글 | 코난


수입원 코포사운드 (02)2157-1501  

[Absolare Hybrid Monoblock Amplifier ]

가격 1억1,200만원(Signature Hybrid Monoblock Amplifier), 8,600만원(Passion Hybrid Monoblock Amplifier)

사용 진공관 12AU7/ECC82×2

실효 출력 200W(8Ω), 300W(4Ω)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주파수 대역 20Hz-20kHz(±0.2dB)

입력 임피던스 22㏀

입력 감도 1.3V/2.6V

게인 30dB/24dB

크기(WHD) 38.2×19.8×64.8cm

무게 3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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