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진공관 인티앰프는?

조회수 2018. 9. 17. 09: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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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 화제의 업그레이드 모델
Leben CS-600X

유난히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본격적인 가을에 접어들었다. 하이파이 오디오 역시 체온이 느껴지는 온화한 진공관 앰프의 계절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번 리뷰에 소개할 제품도 진공관 인티앰프. 짙은 아날로그의 향기를 간직한 레벤 CS-600의 새로운 X 버전이 그 주인공이다.


CS-600이 소개된 지 벌써 10년도 넘은 것 같은데, 개인적인 첫 만남에서도 잘 만든 진공관 앰프였다는 기억이 떠오른다. 레벤은 전통적인 일본 진공관 앰프의 계보를 이어오고 있으며, 레벤 브랜드의 마니아 층도 많은 편이다. 특히 우드가 접목된 고풍스러운 박스형 디자인은 빈티지 진공관 앰프의 로망을 느끼게 하는데, 마치 마란츠와 럭스만의 장점을 합쳐 놓은 듯한 고전적이면서도 화려함이 간직된 디자인으로 크게 사랑받고 있다.  

CS-600X는 동사 모델 중 최고급 사양인 만큼 디자인, 하드웨어 기반, 사운드 퀄러티 모두 최상의 조건으로 완성되었다. 내부에는 PCB를 사용하지 않고, 하드와이어링 방식의 배선을 통해 오랜 노하우와 장인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6L6GC 계열과 6CA7 계열 출력관이 호환 가능한 독특한 콘셉트. 이를 위해 각 계열에 따라 내부 실렉터 스위치를 변환하여 사용 가능하며, 스위치를 통해 캐소드 저항과 B 전압이 변경되고, 전면 패널의 LED에서 현재 세팅된 진공관의 상태를 표시해 준다. 특히 대부분의 진공관 앰프들은 출력관 교체 시 바이어스를 직접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CS-600X는 자기바이어스 방식으로 간단히 전환 스위치로 출력관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CS-600X에 사용된 출력관은 기본 6L6GC에서 6CA7 계열인 EL34로 변화했고, 이를 통해 채널당 28W의 출력을 낼 수 있다. 또한 초단 및 드라이브 회로도 변화가 생겼다. CS-600에서는 6CS7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CS-600X에서는 12AU7A와 12BH7A을 각각 사용하고 있는데, 충분한 EL34 출력관의 드라이빙을 통해 디테일과 에너지가 향상되었다.


전원부의 경우 진공관 방식의 정류 회로를 구성하고 있다. 정류관은 6CM3/6DN3을 사용하고, 내부에는 초크 트랜스를 통한 파이형 필터 회로와 충분한 커패시터의 적용을 통해 전원의 안정성과 리플 노이즈에 대한 걱정을 잡아내고 있다. 뛰어난 출력 트랜스의 성능을 바탕으로 재생 주파수는 10Hz에서 100kHz인데, 진공관 앰프로는 기대 이상의 광대역을 재생할 수 있는 성능을 보여준다. 역시 고음질 음원 재생에서도 더욱 기대를 높여주는 모델이다.


CS-600X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기능들이다. 프리 입력단을 지원하며, 전면 컨트롤 스위치를 통해 바이패스시켜 파워 앰프로 바로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간편하게 톤 컨트롤 회로가 포함되어 있어 취향에 맞게 음색 조절도 가능하다. 스피커의 출력 임피던스는 로터리 방식 실렉터를 설치하여, 4, 6, 8, 16Ω으로 스피커 사양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이번 리뷰에서는 하베스 슈퍼 HL5 플러스 스피커를 매칭하고, RME ADI-2 DAC를 연동하여 타이달을 통해 청취가 이루어졌다.  

남성 보컬곡으로 마이클 부블레의 ‘Feeling Good’을 청취해 보았다. 스피커 중앙에 정확히 자리 잡으며 중심이 잘 잡힌 그의 목소리가 전해진다. 그와 함께 화려한 컬러가 돋보이는 브라스는 EL34의 성향이 잘 반영되어 중·고역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 특히 녹음 시 의도된 반주 악기들의 포지션이 잘 정돈되어 있어 부블레의 목소리는 더욱 명료하게 전달되었다. 이는 기존 CS-600에 비해 분리도가 더욱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실내악곡은 카를 슈타미츠의 클라리넷 협주곡 7번 E플랫 장조 중 3악장을 안드레아스 오텐잠머의 클라리넷과 포츠담 캄머아카데미의 연주로 선곡해 보았다. 화려하거나 에너지가 강조되지 않고 절제된 사운드이다. 이로 인해 어느 때보다 오텐잠머의 조심스럽고 잔잔한 연주가 이어졌다. 우아함, 감미로움을 바탕으로 목관악기인 클라리넷의 밀도감 있는 풍부한 울림이 기분 좋게 펼쳐진다. 또한 정위감과 스테이지 표현이 좋아 쳄버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도 꽤 넓은 공간감을 선사했다.


재즈곡으로 딕 하이먼의 ‘You're Driving Me Crazy’를 들어 보았다. 다채로운 스윙 재즈의 재미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명료함까지 더해져 활력 넘치는 피아노 건반을 중심으로 각 악기의 완급 조절을 통해 스윙 재즈의 리듬감을 부족함 없이 정확히 전달해 주었다. 색소폰의 표현도 정확하고, 과장되지 않게 전달해 주었는데, 모든 악기들은 마치 잘 정돈된 마스터링을 듣는 듯 완급 조절 또한 돋보였다. 시종일관 고급스러운 밸런스를 재생해 주었다.


대편성곡으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D단조 Op.15 중 1악장을 다니엘 바렌보임의 피아노 협연과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슈타츠카펠레 베를린의 연주로 선곡해 보았다. 바렌보임의 피아노는 명료하고 화려함이 돋보여 건반 움직임에 집중하게 한다. 콘트라베이스와 첼로의 질감이 상당히 세련되어 있다. 저역의 깊이가 있으며, 금관의 울림은 자극 없이 자연스럽게 전개되었다. 슈타츠카펠레 베를린의 사운드는 지나친 분해력을 강조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무게감이 있는 중후한 사운드이다. EL34 출력관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의외로 중·저역의 밸런스도 놓치지 않아 대편성의 만족도를 높여주었다.


사운드를 정리해보자. 전체적으로 스테이지의 뒤 배경이 투명하여 각 악기들의 표현력이 분별력 있게 전달되었다. EL34 출력관 고유의 밝고 화려한 중·고역 역시 돋보였다. 그리고 중심이 잘 잡힌 대역 밸런스와 보컬에서 대편성에 이르기까지 장르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회로와 출력관 변화를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CS-600X. 전통적인 레벤의 사운드에 더욱 현대적인 사운드 컬러를 추가해 줌으로써 진공관 앰프를 찾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용자들 누구에게나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기본기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매력적인 진공관 앰프이다.


글 | 장현태


수입원 단단솔루션(체리오디오) (070)7136-9001

[Leben CS-600X ]

가격 740만원

사용 진공관 EL34/6CA7×4, 12AU7A×2, 12BH7A×2, 6CM3/6DN3×1

실효 출력 28W(6CA7/EL34), 32W(6L6WGC/5881)

주파수 응답 10Hz-100kHz(-0.1dB)

입력 감도 900mV

크기(WHD) 45×14.2×36cm

무게 2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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