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빌리티'의 심리학

조회수 2019. 8. 19.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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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돈을 모으지 못하는 치명적인 이유

호텔 레스토랑에서 한껏 즐기고 있는 당신의 SNS 사진. 이를 본 지인들의 댓글이 수십 개 달려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부러워요’ ‘좋겠어요’ 등의 댓글은 분명 당신의 자존감을 무한 상승 시켜줄 것이다. 물론 점심 한끼에 15만원을 지출한 탓에 자금 사정은 급속도로 악화되었지만 말이다. 

‘일점호화’의 유혹

‘일점호화(一點豪華)’란 최근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소비패턴 중 하나다. 일반 소비재는 저렴한 것을 선호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한 가지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현상을 말한다.(출처 :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손수 싸온 도시락 혹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간단히 때우면서 특별한 날에는 한끼에 15만원짜리 호텔식사를 과감하게 사 먹는다. 2년간 여름 휴가를 가지 않고 비용을 아꼈다가 7박 8일 유럽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한마디로, 평소에는 가심비를 엄격하게 따지고 절약하지만, 심리적 만족을 주는 무언가에는 사치라고 여길 정도로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행동을 과소비, 충동구매의 이유로 비판할 수도 있다. 허나 어찌보면 그간 절약한 돈의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인생을 누린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소비패턴일 수도 있다. 문제는 SNS에 올라오는 타인의 ‘일점호화’의 찰나만 바라볼 때 발생한다. 세상 모든 사람은 행복해 보이고 나만 불행해 보이는 왜곡된 심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SNS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일점호화’ 뒤에는 일상의 평범한, 아니 어떻게 보면 궁상맞은 현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타고난 금수저가 아닌 이상 말이다.

‘있어빌리티’, 내 지갑을 열다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도
그 무리에 속한다고 인정받고 싶어요”

얼마 전 만났던 P씨는 ‘일점호화’가 아니라 일상이 ‘호화’이다. 신상품 정보라면 누구보다 빨리 알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하게 치장하는 그녀다. 남들 보기에 ‘있어 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축금액은 갈수록 적어진다. 

우리는 누구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삶을 기대한다. 아마도 인간이라면 죽을 때까지 이러한 욕망을 품고 살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 속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실제 발전을 이뤄내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듯, 어제보다 괜찮은 내가 되는 과정은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잘 나가는 그룹에 속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쇼핑은 이러한 우리에게 ‘새로운 내’가 될 수 있다고 유혹한다. 소비자 행동 연구자인 러셀 벨크 교수에 의하면,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유물이 바로 자신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나의 수입보다 훨씬 비싼 옷이나 자동차를 소유할 때 실제로 성공한 사람에 속한 듯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앞서 이야기 했던 P씨는 이러한 심리적 행복감 때문에 날이 갈수록 ‘있어빌리티’를 추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슬프게도 액세서리로, 옷으로, 우리의 본래 모습을 바꿀 수는 없다. 그리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카드 청구서를 보면서 우리는 더욱 절실히 깨닫는다. 나는 여전히 나라는 사실을.

* 있어빌리티 : ‘있어보인다’와 ‘Ability(능력)’를 합친 신조어. 실상은 별 것 없지만 뭔가 있어 보이게 자신을 포장하는 능력.(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통장은 통통하게 마음은 풍요롭게

최근 우울증에 대해 다양한 매체에서 많이 다루곤 한다. 그만큼 흔한 증상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중 SNS와 관련된 우울증도 있다. 대표적으로 ‘카페인 우울증’ 이 그것이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로, 수시로 SNS를 보면서 타인을 부러워하고 자신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우울감을 말한다. 이는 통장을 통통하게 잘 불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저축력에 가장 큰 적이다. 만일 남들의 인생이 너무나 좋아 보이고 ‘있어빌리티’의 유혹에 자주 빠진다면 나의 행복지수가 살짝 낮은 건 아닌지 돌아 보아야 한다. 그리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좋은 음식을 먹듯이, 행복감을 높이기 위한 나만의 비법이 꼭 있어야 한다. 부러운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기 힘들다면 SNS를 끊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마치 신용카드를 잘라버려 지출통제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지금부터 만들어보자. 희한하게도 행복하면 돈도 잘 모인다.


박유나 재무심리전문가

※ 머니플러스 2019년 06월호(www.fnkorea.com)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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